뮤지컬 공연이 끝난 뒤 일상으로 돌아가기
단 두 번의 공연이 끝났습니다.
두 번째 공연에서는 첫 번째 공연보다 편안한 마음으로 무대에 설 수 있었고, 표정도 한결 밝게 지어 보일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커튼콜을 마치고 무대 뒤로 들어가는데 깜짝 놀라고 말았습니다. 무대 뒤에 준비되어 있던 소품들, 의상이 전부 깨끗하게 치워져 있었기 때문입니다.
정성 들여 하나씩 만들어진 소품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마찬가지로 의상을 차곡차곡 놓았던 의상 바구니도 없었습니다. 맨 몸으로 밖으로 나가니 의상선생님이 옷과 신발 양말까지 모두 커다란 바구니에 담고 있었습니다.
소품은 벌써 커다란 1톤 트럭에 실리고 있었어요. 무대에서 굴러가던 자전거까지 실리자 트럭은 미련 없이 출발했습니다.
분장실에서 개인 물건을 정리하고 옷을 갈아입고 밖에서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을 만나러 나갔습니다. 그렇게 공연이 끝나고 무대는 금세, 문을 닫아버렸습니다.
"아니, 무대에서 단체사진을 찍어야 하는데."
뒤늦게 단체사진도 못 찍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무대를 한 번 더 열게 되었습니다. 잠깐 사직을 찍기 위해 모든 배우와 스텝들이 무대 위에 올랐습니다.
거대한 해신당 세트를 뒤로 하고 모두들 웃음을 지어 보였습니다. 오늘은 3개월 동안 준비해 온 공연의 마지막 날이고, 이제 우리는 내일부터 모일 일이 없어집니다.
뒤풀이는 소고기! 일등으로 자리를 잡아 고기를 굽기 시작합니다. 원래는 테이블에서 얌전히 밥만 먹는데 오늘은 마지막이라서 맥주 한잔을 하겠다고 차도 두고 왔습니다. 평소에 잘 말을 못 했던 분들과 마지막으로 인사를 나눕니다.
그래 짠, 아쉬움에 맥주 한잔을 주고받습니다.
밤늦게. 체력이 다하는 한 최대한 늦게까지 머물다 집으로 갑니다. 모든 것은 한순간의 신기루처럼 존재하다가 사라졌습니다.
무대 위의 순간도 관객과 함께 웃고 울던 것도. 모두 한 순간뿐이었습니다. 이제는 지나버린 과거. 어디에서 찾으려고 해 봐도 다시 그 순간을 느낄 수는 없겠지요. 모든 것은 꿈처럼 지나가버리고 말았습니다.
아쉽지만 무대는 우리의 삶을 더 극적으로 보여주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의 삶도 지나고 나면 다시 돌아올 수가 없는 것처럼. 무대 위의 화려하고 에너지를 쏟았던 모든 순간은 거기에 잠시 실제로 존재하다가 손에 닿을 수 없이 사라져 버리고 말았습니다.
그래도 거기에 우리가 존재했기에. 그 기억이 어디엔가 남아있기에. 우리는 또 과거를 뒤로하고 새로운 삶을 살아가게 되는 거겠지요. 비록 좀 많이 질척거리고는 싶지만 말입니다.
마지막으로 빈 객석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었습니다. 선생님은 너무 흔한 사진이라고 말하셨지만 저에게는 특별한 사진입니다. 언제 또 이렇게 큰 무대에 설 수 있을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연습하는 동안에는 배우였고, 이렇게 큰 무대에 설 수 있어서 영광이었습니다. 꿈을 현실로 마주하며 이뤄내는 것은 생각과는 다른 일일 수 있습니다. 어쩌면 힘들고 고돼서 '이걸 내가 원했단 말이야?'라고 생각할지도 모릅니다.
그래도 꿈을 꺼내서 현실로 만드는 일은 참으로 멋진 일이었습니다. 이번 생에 태어나서 뮤지컬 배우가 될 수 있어서 행복했습니다. 앞으로도 또 다른 꿈을 펼쳐나가며 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