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찾아온 코로나

코로나에서 버틴 임신, 출산, 육아의 시간

신랑의 사무실에는 여러 차례 코로나가 돌았어. 그런데도 꾀 오랫동안 걸리지 않고 잘 버텼지. 그날은 연락이 왔는데 몸이 안 좋아서 오전에 병원에 간다고 했어. 검사 결과 코로나 양성이었어.



지난 일주일 동안 신랑은 완전히 무리했어. 평소에 밤 10시, 11시에는 들어왔다면 이때는 새벽 1시를 넘기기도 했거든. 안타까운 마음이 들어도 내가 해줄 수 있는 게 없었어. 그렇게 과로의 일주일을 보내고 찾아온 손님이 바로 코로나였지.


어디에서 옮았는지 알 수도 없었어. 사무실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전부 음성이었거든. 피곤하고 면역이 떨어지니 혼자 코로나에 걸려버린 거야. 그렇게 몸이 약해진 뒤에 걸린 코로나는 정말 대단한 위용을 보여줬어.


원래도 예엄살이 심한 편이기는 했지만 이 정도까지 아파하진 않았거든. 신랑에게는 열과 함께 인후통이 찾아왔고 음식이나 물을 삼키질 못했어. 이틀째 되던 날이었을까 신랑은 아파서 잠을 잘 수 없었고 스스로 응급실에 찾아갔어.



그날 밤, 응급실은 아수라장이었다고 해. 아이가 열이 떨어지지 않아서 온 부모들은 종종걸음으로 차례가 되기를 기다리고 있었어.



신랑에게 연락을 받고, 아기의 낮잠 시간을 이용해 분리수거용 비닐을 하나씩 잘라 펼쳤어. 그리고 박스 테이프로 비닐을 연결해 붙이기 시작했지. 가위질과 교구 만들기는 선생님의 특기니까. 복도를 통째로 막아버릴 생각이었어.


현관에서 가까운 끝방이 우리 침실이었는데 거기에 남편을 격리하기로 했어. 옷방과 화장실까지는 신랑이 쓸 수 있도록 했지. 그렇게 복도에 기다란 비닐을 붙여 놓으니 만족스럽고 뿌듯했어. 우리 집이 마치 우주선이 된 것 같은 느낌도 들었어.


비닐을 거의 다 붙여갈 때 아기가 깼어. 엄마가 평소에 하지 않던 이상한 걸 하고 있으니 아기는 신이 났어. 그렇게 현관으로 가는 복도를 막아버리니 결국에 격리를 시킨 건 남편이 아니라 아기와 나 우리 자신이었어. 비닐을 통과하지 않고는 바깥으로는 나갈 수 없게 되어버렸지. 문제는 하나 더 있었는데 아기방이 화장실이 딸린 안방이다 보니 아기가 잠이 들면 화장실에 갈 수 없었던 거야.


아기를 깨우면서까지 화장실에 다녀오고 싶지는 않았어. 결국 아기가 잠든 뒤에 비닐 아래쪽을 살짝 떼고 개구멍을 내서 그 안으로 기어가 화장실을 사용했지. 신랑이 쓰는 화장실을 같이 사용할 수밖에 없었어.




신랑은 배달 음식으로 끼니를 해결했고 복도에 나오거나 화장실을 사용할 때도 마스크를 썼어. 그런데도 기침 소리, 코 푸는 소리가 들릴 때면 마음이 철렁했어. 신랑이 확진된 다음 날 아침, 우리도 코로나 검사를 받으러 유모차를 끌고 나갔어.


유모차를 끌고 나갈 때는 비닐 아래에 있는 개구멍으로 아기를 쏙 집어넣어야 했어. 아기는 비닐 안쪽 복도를 보면서 좋아하는 것 같았지만 그 안으로 아기를 밀어 넣고 나도 쪼그려 앉아서 기어나가는 건 힘이 들었어. 도대체 뭐 하는 짓인지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나왔지.


병원 앞에는 역시나 아침부터 사람이 줄지어 서 있었어. 유모차를 밀고 주위를 빙빙 돌면서 내 차례를 기다렸어. 15분 만에 나온 신속 항원 검사는 음성이었고, 다음날 동거가족이 걸렸다는 걸 증명하고 받은 PCR 검사도 음성이었어. 하지만 이대로 화장실을 공유하며 생활한다면 언젠가는 나와 아기도 코로나에 걸리게 될 것 같았어.




신랑에게 제대로 격리하자며 말을 꺼냈어. 영종도에 무인으로 들어갈 수 있는 원룸형 숙박업소를 이용하자고 했지. 어머님도 숙박업소에서 격리하는 사람이 생각보다 많이 있다고 말을 꺼냈지만 신랑은 화를 냈어. 괜히 숙박업소를 이용했다가 나중에 알려지기라도 하면 어쩌냐는 거야.


신랑은 결국 시댁으로 들어갔어. 시어머니가 잠시 집을 비워주셨지. 신랑이 가고 나니 비로소 마음이 놓였어. 마음껏 택배를 가지러 갈 수 있었고 밖으로 나갈 때도 개구멍을 기어갈 필요가 없었어. 복도를 막았던 비닐을 쫙쫙 떼어내고 업체를 불러 소독도 했어. 열이 나면서 식은땀에 젖었던 이불이며 베개는 몽땅 버렸어.


비닐로 막았던 복도. 시원하게 뜯어낸 모습 밖에 없다.


신랑이 떠난 저녁, 밥을 먹는데 식은땀이 나고 더운 게 머리가 어지러웠어. 아기와 밥을 먹던 나는 코로나에 걸린 게 아닌가 싶어 걱정되기 시작했어. 집에 있던 감기몸살약 하나를 꿀꺽꿀꺽 삼켰어. 그리고 소리쳤지.

“나는 튼튼하다. 하나도 안 아프다!”


옆에서 그 모습을 본 아기가 까르르 웃었어. ‘튼튼’이라고 말하며 양팔을 하늘로 쭉 뻗자, 아기도 자기 팔을 쭉 뻗으며 만세를 했어. 다행히 열은 금방 내렸고 아기와 나는 코로나에 걸리지 않았어.


*사진: UnsplashAakanksha Panw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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