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에서 버틴 임신, 출산, 육아의 시간
저녁에 거리를 걷다 보면 식당에는 벌써 사람들이 꽉꽉 들어차기 시작했어. 우리는 들어갈 수 없는 식당에서 사람들은 마스크를 벗고 웃고 떠들었지. 그래, 그게 부러우면 백신만 맞으면 되는 거였어.
임신부들은 지금 얼마나 답답하고 맥빠질까. 백신을 맞고 싶어도 맞을 수 없을 텐데. 원래 막달이 다가오면 어디 분위기 좋은 곳에 가서 남편이랑 둘이 외식도 하고 하잖아. 그게 안 되고 오로지 ‘혼밥’만 된다고 생각하면 정말 슬프더라.
아이를 혼자 키우며 예민해진 나는 누군가와 마스크를 벗고 이야기 나누는 데 큰 부담을 느끼고 있었어. 임신 중에는 시아버지가 외식하자고 할 때도 싫다고 했지. 집에 남동생이 있을 때는 여자친구를 만나고 돌아오면 며칠간 집에서 마스크를 쓰고 있으라고 했어.
모든 과정은 아주 서서히 이루어졌어. 가장 먼저 마음을 고쳐먹었어. 저 사람, 나와 전혀 관련이 없는 저 사람은, 나 자신이다. 무작정 믿어보기로 했어. 아기가 8개월쯤 됐을 때 또래 아기들이 모인 단톡방에 들어갔어. 하루는 거기에서 누구네 집에 모인다는 거야. 사람들을 만나도 될까 걱정됐지만 용기 내서 일단 한번 가보기로 마음먹었어.
집안에 들어갔는데 뭐 이렇게 사람이 많이 모였는지, 엄마 6명에 아이 6명 총 12명이 있었어. 반쯤은 마스크를 벗고 또 반쯤은 마스크를 끼고 있었는데 정신이 하나도 없었지. 한 시간쯤 있다가 금방 나왔어. 그게 나한테는 엄마들과의 첫 교류였어. 하지만 딱 한 번 이었고 다시 코로나가 극성으로 퍼지는 바람에 만나지 않게 되었지.
그 단톡방에 이번엔 우리 집에 초대한다고 글을 올렸어. 인원이 열 명이나 되는 단톡방에 글을 올리면서 좀 무섭기도 했어. 너무 많은 사람이 우리 집에 온다고 하면 어쩌지. 내가 잘 모르는 사람이 오면 뭐라고 해야 하지. 이러다가 내가 코로나에 걸리면?
다행히도 집에 온다고 한 사람은 두 명뿐이었어. 아기까지 함께했으니 우리 집에 총 6명의 사람이 모인 거야. 코로나는 당연히 무서웠어. 그런데 그냥 믿기로 했어. 나처럼 다른 엄마들도 조심하겠지.
집에 누군가를 초대한 지 오래돼서 한편으로는 떨리기도 했어. 아기가 있을 때 집안일 하기가 쉽지는 않았지만 쓸고 닦고 정리 정돈을 했지. 어떻게든 하려고 하니 불가능해 보이던 것도 가능하더라고.
감사하게도 집에 놀러 온 엄마들은 간단한 간식거리를 가져왔어. 같이 베이비룸 안쪽 폭신한 매트에 앉아서 쿠키와 음료를 먹었지. 아들과는 달리 머리에 삔 꽂은 여자 아기들을 보니 기분이 더 좋아지기도 했어.
그렇게 저녁 시간이 되고 이웃 엄마들은 어느새 친구보다 더 가까운 사이가 되어 집으로 돌아갔어. 막상 손님맞이를 끝내고 나니 후련하고 어렵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어.
그 뒤로 우리 셋은 따로 채팅방을 만들어서 이야기를 나누었어. 슬픈 일에는 함께 속상해했고 귀여운 사진을 볼 때면 함께 웃었지. 우리는 이어져 있었고 더는 혼자가 아니었어. 서로의 집을 왔다 갔다 하면서 아이들을 데리고 놀았는데 아기들이 노는 동안 엄마의 수다는 덤이었지.
그것만으로도 너무나 행복했어. 딱 하나의 행동을 바꿨을 뿐인데 세상이 더 아름답게 느껴지기 시작한 거야. 아기와 단둘이 이 세상에 남겨진 게 아니라는 걸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어. 이제는 내일이 무섭지도 않았지. 내일이 되어도 카톡방에 수다를 떨고 놀러 갈 수 있는 친구가 있는걸!
‘신과 나눈 이야기’라는 책에서 내가 두려움에 떨었던 것을 한마디로 정리해 버렸어.
“인간의 모든 행동은 그 가장 깊은 단계에서 두 가지 감정 중 어느 하나, 곧 두려움이나 사랑에서 시작된다.”
단 한 번도 세상을 그렇게 간단하게 바라본 적이 없었어. 세상은 복잡하고 다사다난해서 정의할 수 있다는 생각도 해보지 못했지. 하지만 책에 의하면 세상은 둘 중 하나였어. 두려움으로 가득 차거나 아니면 사랑으로 가득 차거나.
두려움에 가득 찬 세상에서 살고 있었어. 그래서 그게 얼마나 적막하고 무서운지 잘 알고 있었지. 밖에 나가면 언제 전염병에 걸릴지 모르고 그 병에 걸리면 나는 괜찮겠지만 우리 아가는 잘못될까 봐 걱정됐어.
사랑하는 사람들과 만나고 싶어도 두려움 때문에 만날 수가 없었고 가고 싶은 곳에 가서 가족과 밥 한 끼 먹을 수 없었지. 하지만 다음 순간 꽉 막힌 변기가 뚫리듯 세상이 조금씩 풀리기 시작했어.
질병관리청 및 서울시를 상대로 낸 ‘방역 패스 집행정지 신청’이 일부 받아들여진 거야. 서울시의 3,000㎡ 이상의 대형마트, 백화점, 상점에 대한 방역 패스는 중단되었어.
일단은 서울시뿐이었지만 서울이 중지된 마당에 다른 지역에서 방역 패스를 시행할 리가 없었지. 몇 달 후면 청소년도 3차까지 백신을 맞아야만 학원에 갈 수 있었는데, 이것도 중단되었어.
결국 시간이 흐르자 방역 패스는 모두 해제되었어. 방역 패스를 해제했지만 큰일이 나지도 않았지. 이렇게 풀어도 되는 거였으면 애초에 왜 시작한 거야. 정말 알 수 없었어.
*사진: Unsplash의Chris Reye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