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쇄병원 입원 5일째 일기
-본 내용은 우울증을 겪던 시절에 작성된 개인적인 일기로 자살, 자해 관련한 언급이 있을 수 있습니다.
또한 입원 당시의 솔직한 심정을 드러내고 있어 정제되지 않은 표현이 사용될 수 있습니다-
어제 샤워도 하고 활동도 했더니 급격히 피곤해져서 8시에 잠자리에 누웠다. 병실에 언니가 한 명 더 들어와서 혼자 쓰던 좋은 시절은 다 갔다. 11시에 보통 잔다고 말해서 8시에 불 끄기 뭐해서 불키고 누워서 엄청 뒤척였다. 근데 이 언니 진짜 잘 돌아다니고 책장 넘기는 소리도 너무 거슬리고 발소리도 크고 아니 누가 자고 있으면 배려 좀 해주면 안 되냐고 진짜 개 짜증 났다.
그러다 간호사가 주무실 거면 불 꺼드릴게요 해서 겨우 잠들었다가 4시에 깨서 화장실 갔다 오고 다시 잤다. 근데, 이 언니가 또 일찍 일어나서 부산을 떨어대서 너무 힘들었다. 결국 버티고 버티다 8시에 잠이 깨버렸다 9시에 약 먹고 11시까지 자려고 했는데 개 화난다. 어젯밤부터 귀마개랑 안대 무조건 필요해라고 생각하면서 자서 8시 반쯤 엄마한테 전화해서 사다 달라고 했다.
파랑이 편지를 전달받았다고 한다 예히~ 그리고 약을 먹고 MP3를 받고 병실에 누워 있다가 지금 상태가 어떤지 생각해 보게 됐다.
내가 좋았다 안 좋았다를 반복하는데 지금은 좋은 시기에 있는 게 아닐까 생각했다. 근데 밖에 나가면 또 압박감에 역시 죽어야겠다고 생각할 거 같다. 나는 사람이 계획적인데 그리고 목표가 있어야 살아갈 수가 있는데 현재는 병실에서 최대한 편하게 쉰다. 어떠한 부담 가지지 않는다는 목표가 있어서 괜찮다면 밖에 나가면 뭔가 해야 할 것만 같은 생각에 사로잡히다가 압박감에 죽고 싶을 거 같다.
근데 ‘생각’을 하니 머리가 또 아파온다 그리고 약간의 자해욕구가 올라온다. 오늘 MRI를 찍는데 피어싱을 빼야 한다고 한다 작년에 뚫고 한 번도 뺀 적이 없는데 괜찮을까? 파랑이한테 전화를 해봐야겠다. 파랑이랑 통화를 하고 또래친구가 피자를 줘서 피자를 먹으면서 소아라운지에서 동생이랑 티비를 봤다. 근데 충격 동생이 영화 ‘해운대’를 몰랐다 이게 세대차이라는 것인가…
여하튼 그러고 소아라운지 쓰면 안 된다고 경고를 받았다 ㅠ 음 그리고 심리검사를 점심 전까지 진행했다. 그리고 그대로 면담도 꽤 오래 진행했다 좀 힘들었다. 점심을 먹고 낮잠을 자러 갔다. 사실 낮잠도 룸메에게 방해받았지만… 여하튼 그러고 나서 한 2시? 였다 나와서 사람들이랑 할리갈리를 했다.
아 그리고 친해진 언니한테 탁구를 알려주고 동생까지 껴서 탁구게임을 했다. 그리고 라운지에서 또래친구가 새로 들어온 오빠랑 얘기 중이었다. 그래서 거기 껴서 수다를 떨다가 저녁을 먹었다. 그리고 배고파서 간식을 엄청 먹었다.
그리고 치료요법실에서 심리검사지를 하다가 금세 7시가 돼서 MRI를 찍으러 갔다 문을 딱 여니 엄마랑 아빠가 딱 웃으면서 서있었다. 신나서 두 손 꼭 잡고 떠들었다. 아빠가 얼굴 좋아 보인다고 막 그랬다 으아 너무 좋았다.
파랑이 편지도 받았는데 진짜 너무 감동적이었다. 읽으면서 눈물이 났다. 흐잉 그 길로 파랑이한테 전화를 했다. MRI 찍고 돌아와 심리 검사지 끝내고 아 아침 끊는 건 주치의한테 여쭤보고 결정해야 한다고 한다. 지금은 라운지에서 사람들이랑 둘러앉아서 일기 쓰는 중이다 9시 40분
*병동에서 통화하는 법: 교통카드를 충전해서 공중전화기에 카드를 올려놓고 전화번호를 누르면 결제가 되면서 통화가 가능하다.
*병동에서의 운동: 탁구 치기, 병동 안을 빙글빙글 산책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