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쇄병동 입원 8일째 일기
-본 내용은 우울증을 겪던 시절에 작성된 개인적인 일기로 자살, 자해 관련한 언급이 있을 수 있습니다, 또한 입원 당시의 솔직한 심정을 드러내고 있어 정제되지 않은 표현이 사용될 수 있습니다-
어제 자기 싫었다. 근데 친해진 언니가 병실까지 데려다줬다. 그 덕분에 10시 반쯤 잤다. 생각보다 포근하게 잘 잤는데 악몽을 꿨다. 죽고 싶은 꿈이었다. 그래도 7시가 아닌 8시 반쯤 일어나서 기분이 좋았다. 그리고 나와서 사람들이랑 놀다가 실습생이랑 걸었다. 새로운 사람이랑 수다 떠니까 좋았다. 그리고 치료요법실에서 수다 떨고 나와서
… 여하튼 면담 아! 한 동생이 퇴원하는 거 보고 면담을 했다. 이번에는 맥락 생각 안 하고 막말했다. 다 낮은 자존감에서 비롯된 거라고 했다. 내가 여기서 남을 위로해 준 적을 많아도 위로를 받은 적은 없다고 했는데 어쩌면 내가 감정표현을 안 해서 기회를 놓치는 거일 수도 있다고 했다. 감정표현을 해도 내 곁을 지켜주는 사람이 있고 그만한 가치가 있는 사람이라는 거를 기억하자. 항우울제는 줄여가고 안정적으로 한다고 하셨다.
점심시간이 되어서 제육덮밥을 먹었다 존맛탱 그리고 1시 10분에 아빠가 오기까지 기다렸다 피곤해서 음악 들으면서 멍 때리고 엎드려 있는데 아무도 안 다가와서 울적해졌다. 자존감이 낮아서 그런가 보다. 아빠얼굴 보고 얇은 펜을 받아서 쓰고 있다. 그리고 낮잠 잤다가 중간에 교수님이 들어오셔서 정신없이 면담을 했다. 음 별다른 얘기는 안 했던 거 같다. 자고 일어나니 벌써 4시였다 개이득! 그 석고 방향제 수업에 자느라 참여 못해서 포장을 못했다 ㅠㅠ 여하튼 그리고 좀 방황(?)하다가 일기 쓴다.
아 심심해서 초록이랑 통화했다. 뮤지컬계의 근황을 들었다…그리고 병실에서 뭐 하고 노는지 얘기 좀 하다가 약 많이 먹냐고 해서 개 많다고 했다니 조금 충격(?) 받은 거 같다. 아 그리고 병실에서 스펙터클한 일을 얘기해 주겠다고 했다 ㅋㅋㅋ 재밌는 일이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 내 걸음걸이랑 비슷한 사람이 있으면 좋겠다 그러면 힘 안 들이고 산책하면 재밌을 텐데 ㅠㅠ
저녁은 짜장밥! 맛있게 먹고 방울토마토 먹고 탁구 엄청 쳤다. 그리고 심심해서 앉아있다가 어떤 언니는 우울증씨 게와서 난동(?) 부리고 또 어떤 언니는 공황 와서 누워있다. 왜 내가 눈물이 날 거 같았는지 나도 저렇게 힘들었었는데 싶은 마음이었던 거 같다. 아 심심해 이제 7시 반 누구한테 전화하지?
일기 쓰고 나서 갑자기 우울해져서 방에서 울다왔다. 아니 나는 뭐 이리 열심히 살지? 지친다 그냥 죽고 싶다 자해하고 싶다 죽을 수 있는 버튼이 있다면 조금 고민하다가 누를 것이다. 가족한테 전화하기 싫다 안 할 거다 하 씨 짜증 난다 누가 나 좀 위로해 줬으면 머리가 아프다 뭐 하러 일기를 이렇게 열심히 쓰냐
*병실 안 프로그램들: 여러 가지 만들기나 상담(?), 건강 챙기기 계획 세우기 등의 프로그램이 존재했다. 내가 알기론 프로그램 한 번 참여할 때마다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
*코로나시국의 병실: 애초에 입원할 때 코로나 검사를 하고 들어가고 외출은 금지였다. 면회도 불가능했다. 문 너머로 물건을 전달받고 문이 닫히기 전에 인사해야 했다. 대부분이 안 쓰긴 했지만 마스크도 필수템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