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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두치 Oct 29. 2021

내가 탐조를 시작하게 된 이유

#8. 도시의 새는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



나는 5년전 쯤 아는 사람들만 안다는 이태원 우사단로에 살았던 적이 있다.

우사단로는 이슬람 사원이 있는 이태원 보광동의 끝자락에 위치해 있다.


젊은 날의 패기였는지 객기였는지,

지하철에서 내려 집으로 가기까지 40분을 등산해야 하는 코스였지만 우사단로로 밀려난 젊은 예술가들과 다양한 이주민들, 그들과 함께 산다는 겉멋에 취했던 시절이었다. (우사단과 보광동 미로속의 집들이 싸서 이사 갔던 이유가 제일 컸지만..)




살다 보니 알게 되었다.

우사단로는 사람이 살기 힘든 곳이었다.

이슬람 사원과 같은 이국적 향취가 느껴지는 겉멋(?)을 제외하고는 주말마다 클럽 음악이 거리를 광광 울렸고, 새벽이면 관광객이 길바닥에 토악질을 해대는 곳이었다. 조금만 해가 떨어져도 도저히 맨정신으로는 집으로 올라가기 어려운 어두운 골목들. 새벽에 귀가 할때면 그 골목들을 달려가 집으로 들어가여 했다. 내 집 앞에서 밤이면 아저씨들이 칼부림을 하며 싸우던 곳. 그럴때면 귀에 이어폰을 꽂아 밝고 신나는 음악을 듣곤 했다.

 



아무튼  집은 우사단로에서도 가장 끝단에 위치해 있었다.

그곳에 사는 동안 좋았던 기억이 있다면 비둘기들이 집 앞에서 쉬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던 점이다.

     

나는 우사단로에 살기 전까지 비둘기들이 어디서 잠을 자는지 생각조차 못했다.

그런데 어느 날 창문 밖에서 푸득이는 소리가 들려 나가 보니 비둘기들이 삼삼오오 모여 '쉼'을 하고 있었다.


사실 생각해보면 비, 눈이 오거나 태풍이 올 때

도대체 이 비둘기와 새들이 어디로 사라져 자신의 몸을 숨기는 것인지 미스테리 탐구 대상이었다.

그 미스테리를 우사단로에 살게 되며 알게 된 것이다.


눈 오는 날 눈을 피해 쉬고 있는 비둘기들


그 뒤부터 나는 종종 비둘기들을 관찰하기 시작했다.

비둘기들을 관찰하기 시작하자 충격적인 모습을 보게 됐다.

이른 새벽 출근길 이태원역으로 향하다 보면 밤새도록 인간들이 토악질해둔 이물질들을 비둘기들이 주워 먹고 있었다.


이태원 3번 출구 앞에 항상 나타나는 비둘기들은 특이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온몸이 기름때가 가득해 눈만 빼꼼히 보이는 모습이었다.

본래의 깃털 색은 보이지 않았고 뼈만 앙상하게 남아 겨우 살아 있는  같은 느낌을 받았다.



나는 내가 보고 있는 게 맞는지 확인을 받고 싶어

생태 운동을 하는 친구에게 이태원 비둘기에 대한 이야기를 물어봤다.



비둘기들은 원래 절벽 같은데 살아요.
그러나 도시에 있는 비둘기들은 현재의 환경에 적응해 살아가는 것이죠.
 이태원 역의 비둘기들은  모르겠지만,
어쩌면 자신의 몸을 씻는 방법을 잊었을지도 모르겠네요.
비둘기들은 본래 자신의 몸을 깨끗하게 씻는 새거든요. -사이


생태 활동가의 말은 더 충격이었다.

비둘기가 원래 절벽에 살았다니...

절벽에 살고 있을 비둘기들을 상상하니, 그 상상만으로도 마음이 평화로워지는 것 같았다.


문득 이렇게 깨끗한 새인 비둘기를 주변 사람들이 싫어하던 모습이 생각났다.

언제부터 사람들은 비둘기를 싫어하게 됐을까?



비둘기들은 이전에 한국에는 없었다가
88 올림픽  창공에 뿌려지면서 
 개체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
사회적 문제가 됐을 거예요. -사이



그렇다고 왜 사람들이 비둘기를 그토록 무서워하게 됐을까? 참 미스테리 한 일이었다.

비둘기나 새를 무서워하는 모습이 내게는 생소하게 느껴졌다.

마치 뱀에 대한 좋지 않은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 주변에 있으면 어릴 때부터 뱀에 대한 두려움이 생기는 것처럼(나는 뱀도 쥐도 무섭지 않다) 새도 마찬가지이지 않을까.     


언제부터 사람들이 비둘기() 대한 나쁜 경험들을 쌓게 된걸까.

네팔 카트만두에 갔을 때 비둘기를 신으로 모시고 모이를 주는 사람들이 돌연 생각났다.

 

왜 한국 사람들은 비둘기를 싫어하게 됐을까. 이런 고민을 가지고 있다 보니 자연스럽게 동물권 활동을 하는 활동가들과 탐조를 시작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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