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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은 '우향 앞으로 가!', 실행은 '우로 봐!'

부제: 전략과 실행 사이의 간극

by 조병묵

전략회의에서 최고경영자가 “우향 앞으로”라고 선언한다. 모두가 고개를 끄덕이며 합의에 동의한다. 그러나 회의실 문을 나서면 조직은 움직이지 않는다. 일부는 제자리에 서 있고, 일부는 다른 방향을 바라본다. 전략과 실행의 불일치, 이것이 많은 기업에서 반복되는 병목 현상이다.


이 불일치는 세 가지 원인에서 비롯된다.


첫째, 전략 메시지가 모호하다. “혁신하자” “글로벌로 가자” 같은 추상적 구호는 방향성을 암시할 뿐, 현장에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려주지 않는다. 전략은 비전이 아니라 실행의 언어로 번역되어야 한다. 언제까지 어떤 목표를 달성하고, 누가 책임을 지며, 무엇을 측정할 것인지가 빠져 있으면 조직은 서로 다른 해석 속에서 제각각 움직인다.


둘째, 중간관리자 단계에서 이중 신호가 발생한다. 리더는 큰 방향을 제시했지만, 관성을 이기지 못한 팀장은 현실의 제약을 이유로 “일단 지금까지 하던 대로 하자”라고 말한다. 특히 평가 기준과 KPI가 여전히 과거 방식에 묶여 있을 때 이러한 현상은 더 두드러진다. 리더와 중간관리자 사이에 신뢰가 부족하면 “먼저 나섰다가 불이익을 당할까” 하는 두려움이 자리 잡는다. 결국 실무자는 혼란 속에 “누구 말을 따라야 하는가?”라는 회의감에 빠지고, 전략은 실행의 동력을 잃는다.


셋째, 전략을 뒷받침할 시스템이 없다. KPI, 예산, 권한 배분이 재설계되지 않으면 전략은 공허한 선언에 머무른다. 예컨대 “글로벌 시장 진출”을 외치면서도 여전히 예산 편성권이 본사 국내사업부에만 집중돼 있다면, 실행은 일어날 수 없다. 실행은 자원과 권한의 이동이 동반될 때 비로소 가능하다. 시스템이 뒷받침되지 않는 전략은 벽에 붙어있는 아름답지만 공허한 문구일 뿐이다.


실패 사례는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한 글로벌 패션 브랜드는 “지속가능 경영”을 외쳤지만, 현장의 점포 매니저들은 여전히 “재고 소진율”과 “주간 매출 목표”만 압박받았다. 본사의 전략과 현장의 KPI가 불일치하면서, 직원들에게 전달된 메시지는 “친환경”이 아니라 “재고 처리”였다. 국내의 일부 식품기업도 “온라인 D2C 강화”를 전략으로 내세웠지만, 예산과 권한은 여전히 오프라인 영업 조직에 집중되어 온라인 조직은 실행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전략은 ‘우향 앞으로’였지만, 조직은 ‘우로 보기만 한’ 전형적 장면이다.


O&O DD의 과제는 바로 이 간극을 포착하는 것이다. 숫자만으로는 확인할 수 없는 실행력의 문제를, 인터뷰와 현장 점검을 통해 드러내야 한다. 전략 방향이 선언된 순간부터 그것이 KPI, 권한, 자원 배분으로 구체화되고 있는지를 묻는 과정이 필요하다. 새롭게 제시된(Retargeting) 전략이 실행될 수 있게 구체적으로 정의되고 자원의 재분배가 이루어졌는지 확인해야 한다.


강한 조직은 전략과 실행의 일관성을 유지한다. 리더의 말과 조직의 행동 사이에 간극이 없다. 반대로 약한 조직은 선언은 요란하지만 행동은 따로 간다. O&O DD가 던져야 할 질문은 결국 이 한 줄로 모인다.
“이 회사는 우향 앞으로 가라는데, 조직은 어디를 보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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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자

1. 리더의 전략 메시지가 현장 실행까지 일관되게 연결되고 있는가?

2. 중간관리자가 전략과 상반된 이중 신호를 내고 있지는 않은가?

3. 새로운 전략이 KPI·예산·권한 재배치로 실제 뒷받침되고 있는가?


경영자

1. 나는 전략 메시지를 구호가 아니라 실행 가능한 목표와 지침으로 전환하고 있는가?

2. 중간관리자들이 현실의 제약을 핑계로 전략을 무력화하지 않도록 신뢰와 지원을 주고 있는가?

3. 전략 실행을 위해 자원과 권한을 실제로 이동시키고 있는가?


팀장

1. 내 팀은 새로운 전략 방향을 이해하고, 일상 업무에 구체적으로 반영하고 있는가?

2. 과거 방식의 관성이 여전히 남아 실행을 늦추고 있지는 않은가?

3. 전략 실행을 뒷받침할 KPI·자원·프로세스를 확보했는가, 아니면 구호에만 머물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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