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태어나는 기업이 문제를 대하는 방식
아이디어는 현장의 문제 인식에서 출발해 회의와 워크숍 같은 아이데이션 과정을 거쳐 구체화되고 현실화된다. 신제품 개발이든, 프로세스 개선이든, 브랜드 리포지셔닝이든-모든 혁신은 "문제를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의해 방향이 결정된다. 위기에는 위협과 기회가 함께 있다. 리더는 문제와 위협을 최소화하는 소극적 처치에 머물지 않고, 문제 해결의 전 과정을 새로운 가치를 만드는 혁신의 기회로 '리프레이밍'해야 한다.
변화와 갈등은 언제나 다층적 가능성을 품는다. 리더가 고정관념을 의심하고, 기존 해석의 프레임을 바꾸어 볼 수 있을 때 수동적 대응은 능동적 혁신으로 전환된다. "임시조치-교정-재발방지"만으로는 부족하다. 일상의 문제를 새로운 제품, 서비스, 프로세스로 연결하는 리프레이밍 능력-모두가 당연하다고 여기는 전제를 흔들고, 그 빈틈에서 기회를 포착해 실행으로 옮기는 용기-가 리더의 혁신 역량이다.
조직의 심리 상태와 성과 분위기도 문제 인식을 좌우한다. 실적이 좋으면 낙관의 관성에, 나쁘면 비관의 관성에 매몰되기 쉽다. 리더의 임무는 바로 이 관성에 제동을 거는 것이다. "반드시 그런 것인가?"를 공개적으로 묻고, 문제, 갈등, 변화를 혁신의 재료로 바라보는 집단적 관점을 합의하는 일.
다음으로는 'Learning by doing'의 문화를 심어 도전하지 않는 것을 실패로 정의하고, 실행에서 나온 실패는 학습의 출발로 다루어야 한다. 마지막으로는 희망적 숫자, 준비된 프로세스, 성과 보상이라는 이성적 장치를 통해 리프레이밍이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라 '새 규범'으로 정착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일상적 문제를 리타겟팅해 경쟁우위를 만든 사례
한 유명 추어탕 집을 보자. 강원도산 재료와 방짜유기에 담긴 반찬, 넓은 주차장 덕분에 점심이면 늘 30~50팀이 기다린다. 그러나 이 집의 차별성은 '맛의 미세한 우월'이 아니다. 공간과 경험을 통째로 리프레이밍했다.
미꾸라지 어항이 버티고 있는 전형적인 추어탕 식당이 아니라 밝고 개방적인 분위기다. 대기실은 식당만큼 넓고, 원두커피와 아이스티, 만화와 교양서를 갖추었으며, 자동 뻥튀기 기계가 '뻥' 소리를 내며 기다림에 리듬을 더한다. 대기는 불만이 아니라 '즐거운 전경험'이 된다. 식탁에서는 강원도 양구 시래기, 통더덕, 샐러드를 방짜유기에 담아 '건강함'이라는 보완적 가치를 강조한다. 대부분의 경쟁자가 "더 맛있는 추어탕"을 외칠 때, 이 집은 "추어탕을 먹으러 가는 시간 전체"를 재설계했다.
LG '트롬 스타일러'도 같은 원리다. 고객의 일상적 페인포인트-양복에 밴 냄새, 구김, 살균 욕구, 세탁소 의존-를 세탁기와 건조기의 성능 개선으로 덮지 않고 '의류관리기기'라는 새로운 카테고리로 리타겟팅했다. 스팀, 온도, 기류 제어 등 생활가전의 코어 기술을 융합해 탈취와 살균, 먼지와 주름 제거라는 핵심 편익을 하나의 솔루션으로 묶었다. 문제의 '합'을 새 카테고리로 바꾼 전형적 리타겟팅 혁신이다.
디지털 유통 환경에서도 전략의 리타겟팅은 유효하다. SNS의 발달, 유통 협상력의 강화, 소비자 변화는 위협처럼 보이지만, 정밀 타겟팅과 사용자 생성 동영상 콘텐츠를 활용하면 D2C(Direct to Consumer)라는 새로운 성장축이 된다. 플랫폼 수수료 구조에 종속된 '선반 경쟁'에서 벗어나, 코어 타깃과 직접 만나 관계를 키우는 식이다.
국내에서도 중년을 위한 빅사이즈 패션, 1인 가구 생활용품 등 수많은 카테고리가 이 경로로 재도약했다. 패션의 'See now, Buy now'는 패션쇼의 본질을 '미래 예고'에서 '현재 가치 제안'으로 바꾼 프로세스 리타겟팅으로, 기획-디자인-생산-조달 전 과정을 시간축 기준으로 재설계한 운영 혁신이다.
리타겟팅의 기술: "우리는 정말 그 길로만 가야 하는가?"
리타겟팅은 단순한 목표 수정이 아니라, 존재 이유의 재정의다. 우리는 누구의 어떤 문제를, 어떤 방식으로 해결하는가? 무엇을 버리고 어디에 집중할 것인가? 추어탕 집은 '더 빨리, 더 싸게'가 아닌 '기다림을 즐거움으로, 전형성을 탈피한 개방성으로' 표적을 바꾸었다. 스타일러는 '세탁 성능'이 아닌 '의류 관리 경험'을 표적화했다. 디지털 유통은 '유통 의존 매출'에서 '관계 기반 매출'로 초점을 바꿨다. 모두가 "그렇게 하는 게 시장의 룰"이라고 믿는 그 지점에 "반드시 그런가?"를 돌진시킨 결과다.
운영과 조직 실사의 목적은 잘못찾기의 기술이 아니라, 진화 가능성의 확인이다. 리더가 '반드시 그런가?'를 묻고, 일상의 문제를 기회로 리프레이밍해 리타겟팅(방향 재정의) → 리스트럭쳐링(자원과 조직 재배치) → 리엔지니어링(일하는 방식 재설계)으로 이어갈 수 있는가를 살피는 일이다. 남0추어탕과 청담추어정의 사례는 '맛'이라는 단일 축을 넘어 경험 전체를 재설계했을 때 생기는 가격결정력과 팬덤을 보여준다. 스타일러는 고객 페인포인트의 '합'을 새 카테고리로 바꿨을 때 가능한 비즈니스의 지렛대를 증명한다.
결국, 리타겟팅의 출발점은 "반드시 그런가?"이고, 도착점은 운영 탁월성이다. 문제를 고치는 조직은 멈추고, 문제를 기회로 바꾸는 조직은 다시 태어난다.
투자자
1. 이 회사의 리타겟팅은 단순한 '메뉴 변경'이나 '리뉴얼'이 아니라, 고객 경험 전체를 재정의한 수준인가?
2. 시장이 포화된 상태에서도 고객이 기꺼이 더 높은 가격을 지불하게 만드는 경험 가치와 차별 포인트가 명확히 존재하는가?
3. 고객의 대기시간, 공간, 사용경험 같은 '비제품적 영역'을 비즈니스 모델로 전환할 수 있는 구조적 역량이 있는가?
4. 조직이 변화와 위기를 기회로 리프레이밍하는 문화, 즉 '반드시 그런가?'를 묻는 DNA를 가지고 있는가?
5. 매출 성장보다 '가격결정력의 지속성'을 확보할 수 있는 운영 체계(품질/서비스/브랜딩)가 구축되어 있는가?
경영자
1. 조직 내에서 '반드시 그런가?'라는 질문이 자유롭게 오가는가, 아니면 상명하복의 프레임이 혁신을 막고 있는가?
2. 현재 우리 회사의 문제 인식은 '방어적'인가, 아니면 문제를 혁신의 재료로 활용하는 '공격적' 관점인가?
3. 구성원들이 실패를 학습의 일부로 받아들이고 '도전하지 않는 것'을 실패로 정의하는 문화를 가지고 있는가?
4. 리타겟팅을 통해 고객, 시장, 제품, 공간, 프로세스를 다시 정의했는가? 그 과정에서 버려야 할 것은 무엇인가?
5. 리프레이밍을 일회성 이벤트로 끝내지 않고 프로세스, 보상, 데이터 관리 체계로 내재화하고 있는가?
팀장
1. 우리 팀은 문제를 '누가 잘못했는가'가 아니라 '무엇을 새롭게 할 수 있는가'의 관점에서 정의하고 있는가?
2. 고객의 불만, 지루함, 불편함 같은 사소한 관찰을 아이디어의 출발점으로 삼고 있는가?
3. 회의 시간에 '불가능하다'보다 '반드시 그런가?'가 더 자주 등장하는가?
4. 팀의 실패 사례가 학습 자산화되고, 다음 프로젝트의 혁신 아이디어로 환류되는가?
5. 우리의 서비스, 공간, 제품, 프로세스 중 '고객이 가장 오래 머무는 순간'을 새롭게 설계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