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R 프레임워크로 턴어라운드 하고 부활하는 기업들
운영과 조직 관점의 실사나 기업평가(O&O DD)의 목적은 단순한 문제 진단이 아니다. 진짜 목표는 “이 회사가 얼마나 진화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를 확인하는 일이다. 따라서 실사는 문제를 찾는 행위가 아니라, 진화를 설계하기 위한 출발점이다. 기업이 가진 구조적 한계를 발견하고, 그 위에 새로운 전략과 실행의 가능성을 올려놓는 과정이다.
그러나 실사 이후 많은 조직이 ‘보고서’만 남기고 멈춰버린다. 원인을 분석했으나 변화로 이어지지 않고, 과제는 정리됐지만 실행의 동력이 만들어지지 않는다. 이 간극을 메우는 것이 바로 3R 프레임워크다. 리타겟팅(Retargeting), 리스트럭쳐링(Restructuring), 리엔지니어링(Reengineering)은 기업평가나 실사 결과를 ‘진단’에서 ‘전략’으로, 그리고 ‘실행’으로 연결하는 전환의 구조다.
3R은 서로 순차적이면서 동시에 순환적이다. 리타겟팅이 전략의 방향을 다시 세우고, 리스트럭쳐링이 실행을 위한 조직과 자원을 재배치하며, 리엔지니어링이 실행 프로세스를 디지털 기반으로 다시 설계한다. 그 결과로 축적된 데이터와 경험은 다시 새로운 리타겟팅을 촉발시킨다. 이 순환이 반복될수록 기업은 정체된 조직에서 벗어나 스스로 진화하는 생명체형 조직, 운영탁월성을 갖춘 기업으로 변모한다.
리타겟팅은 단순히 목표를 수정하는 과정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는 진정으로 누구를 위해, 어떤 문제를 해결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단계다. O&O DD(Operational & Organizational Due Diligence, 운영과 조직관점의 기업실사, 기업평가)를 통해 파악된 현실 데이터는 바로 이 질문의 근거가 된다.
시장 변화, 고객 요구, 내부 역량의 수준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무엇을 포기하고, 어디에 집중해야 하는가를 다시 정하는 것이 리타겟팅의 핵심이다.
예를 들어, 친환경 섬유기업 E사는 성장의 한계를 절감하고 OEM 납품 중심의 비즈니스에서 벗어나 친환경 소재 브랜드로 리타겟팅 하며 시장의 좌표를 바꾸었다. 한편 홈웰니스 브랜드 R사는 ‘향기 제품’에서 ‘회복 루틴 솔루션’으로 브랜드 정체성을 재정의했다. 이러한 방향 전환은 단순히 제품 전략이 아니라, 조직의 존재 이유와 고객 가치의 재구성이다.
리타겟팅이 방향을 정했다면, 리스트럭쳐링은 그 방향대로 몸을 다시 만드는 일이다. 전략은 말로 존재할 수 없고, 구조로 존재해야 실행된다. 조직의 기능, 인력, 자본, 성과지표를 전략적 우선순위에 맞게 재배치하는 과정이 바로 리스트럭쳐링이다.
E사는 생산설비의 일부를 매각하고 ESG 전용 라인을 신설했으며, R사는 마케팅 중심 조직을 고객경험본부 중심으로 개편했다. 광고비를 줄이는 대신, 고객의 루틴 경험을 강화하는 커뮤니티 구축에 투자했다. 성과지표도 매출 중심에서 재구매율·루틴 유지율 중심으로 바꾸었다.
리스트럭쳐링은 결국 조직과 전략의 정렬(Alignment)이다.
이 단계에서 기업은 ‘누가 얼마나 일하느냐’보다 ‘어떤 방향으로 일하느냐’에 초점을 맞춘다.
리타겟팅이 전략의 나침반이라면, 리스트럭쳐링은 그 나침반을 향해 몸을 돌리는 과정이다.
리엔지니어링은 실행의 단계이자, 기업이 변화를 실질적으로 체감하는 지점이다. 이것은 단순한 절차 개선이 아니라, 일하는 방식 전체를 재설계하는 혁신이다. 90년대 BPR(Business Process Reengineering)이 IT 기술을 활용한 프로세스 효율화를 중시했다면, 오늘의 리엔지니어링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X)을 통해 의사결정의 속도와 질을 높이는 데 초점을 둔다.
경영관리의 영역에서는 ERP와 AI가 결합되어 성과를 실시간으로 추적하고 의사결정을 데이터 기반으로 전환한다. 생산 현장은 IoT 설비와 로봇 자동화로 연결되어 리드타임을 줄이고 품질의 일관성을 확보한다. 마케팅과 영업에서는 CRM과 분석 시스템이 고객의 행동을 예측하며
리타겟팅 메시지를 자동으로 전달한다.
소비재 브랜드 R사는 고객 커뮤니티형 자사몰과 메타 광고를 결합하여 라이프스타일 솔루션 브랜드로 거듭날 수 있었다. 고객의 ‘루틴 중단 시점’을 AI가 감지하여 맞춤형 메시지를 보내는 등 AI를 마케팅에 적극 활용하였고, 이는 고객 유지율을 두 배로 끌어올렸다.
E사는 자체적으로 SNS를 통해 소재 브랜딩(Ingredient Branding) 캠페인을 꾸준하고 강력하게 전개하여, 고객들이 의류제품을 선택하는 기준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 기업 고객에게도 신소재 개발 능력과 브랜딩을 기반으로 납품가를 상향 표준화하였다.
리엔지니어링의 본질은 사람이 중심이 되어 디지털을 활용하는 조직을 만드는 것이다. 사람이 디지털을 보조하는 것이 아니라, 디지털이 사람의 사고와 행동을 확장시켜 주는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이 단계에서 회사는 단순히 ‘효율적으로 움직이는 조직’을 넘어 ‘스스로 학습하고 성장하는 조직’으로 전환된다.
O&O DD는 과거를 진단하는 기술이지만, 3R은 그 진단을 미래의 실행으로 바꾸는 언어다. 리타겟팅은 전략의 조준을 바꾸고, 리스트럭쳐링은 실행의 구조를 만들며, 리엔지니어링은 실행의 속도와 완성도를 높인다. 이 세 단계가 순환하면서 기업은 더 이상 “문제의식만 있는 조직”이 아니라 “해결력 있는 조직”, 나아가 “자생적으로 진화하는 조직(Living Organization)”으로 발전한다.
전략은 이제 문서가 아니라 시스템이고, 실행은 더 이상 지시가 아니라 학습이다. 기업평가나 실사가 문제를 찾아내는 과정이라면, 3R은 그 문제를 성장의 연료로 바꾸는 경영의 메커니즘이다.
결국 경영은, 생각하는 조직에서 움직이는 조직으로, 그리고 스스로 진화하는 조직으로 운영 탁월성을 찾아 나아가는 여정이다.
투자자(전략의 진화 가능성과 실행력 평가 중심)
1. 이 회사는 ‘무엇을 포기하고, 어디에 집중할 것인가’를 명확히 정의했는가? — 즉, 리타겟팅의 방향성이 구체적인가?
2. 전략이 조직 구조와 자원 배분(예산·인력·성과지표)으로 실제 반영되어 있는가? — 리스트럭쳐링이 실행형인가?
3. 운영의 탁월성이 사람의 역량이 아니라 프로세스와 시스템에 내재화되어 있는가?
4.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 ‘효율화’ 수준에 머물지 않고, 의사결정의 속도와 질을 개선하는가? 5. 조직이 새로운 전략에 맞춰 ‘다시 학습할 수 있는’ 피드백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가?
경영자(조직 진화의 의지와 실행력 점검 중심)
1. 우리 조직의 전략은 여전히 과거의 성공 공식을 답습하고 있지 않은가?
2. 전략적 리타겟팅을 위해 실제로 무엇을 버리고, 무엇에 새로 투자하고 있는가?
3. 조직 구조는 여전히 “업무 기능 중심”인가, 아니면 “고객 가치 중심”으로 재편되었는가?
4. 사람과 시스템 중 어느 쪽이 회사의 성과를 더 좌우하고 있는가?
5. 리엔지니어링을 통해 ‘디지털이 사람을 보조’하는 수준을 넘어서 ‘사람이 디지털을 활용해 사고를 확장’하는 체계가 만들어졌는가? 6. 3R의 순환(리타겟팅 → 리스트럭쳐링 → 리엔지니어링 → 재리타겟팅)이 정기적으로 작동하고 있는가, 아니면 위기 때만 움직이는가?
팀장(실행 문화와 현장 정렬도 점검 중심)
1. 우리 팀의 목표는 회사의 리타겟팅 전략과 일치하는가? 아니면 여전히 과거 지표를 따라가고 있는가?
2. 새로운 전략을 실행하기 위해 팀 내 자원(사람, 예산, 시간)은 어떻게 재배치되었는가?
3. 디지털 툴과 데이터가 팀의 일상적인 의사결정 과정에 활용되고 있는가?
4. 반복되는 문제를 개인의 실수로만 보지 않고, 프로세스 개선의 단서로 활용하는 문화가 있는가?
5. 리더로서 나는 팀원에게 “왜”보다 “어떻게”를 더 자주 설명하고 있는가?
6. 우리 팀은 ‘지시받는 조직’인가, 아니면 ‘학습하는 조직’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