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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부장이 아닌, 김낙수 찾기

이제 마케팅은 세그먼트가 아닌 코어 개인에 집중해야

by 조병묵

전통적인 마케터의 머릿속에는 늘 한 사람이 살고 있었다.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40대 김부장."

적당한 소득, 안정된 직장, 자가 아파트, 아이 둘, 주말에는 골프나 캠핑. 이 사람을 평균적인 대표 고객으로 상정하고, 그의 라이프스타일과 니즈를 분석해 상품을 기획하고 광고를 설계했다. 이것이 바로 세그먼트 마케팅의 전형이었다.


그러나 지금 시장에서 진짜 힘을 가지는 존재는 '김부장'이 아니라, 데이터 속에서 뚜렷하게 드러나는 한 명의 코어 개인, 여기서는 상징적으로 '김낙수'다. 같은 40대라도 취향과 가치관, 소비 기준이 완전히 다르고, 알고리즘 속에서 독립적인 세계를 살아가는 사람이다. 초개인화는 바로 이 "김낙수"를 향해 마케팅의 초점을 다시 맞추는 과정이다.


초개인화가 중요한 이유는 세상이 더 이상 평균을 중심으로 움직이지 않기 때문이다. 통계학에서 말하는 종(鐘) 모양의 정규분포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평균 주변이 두터워진다"는 전제를 깔고 있다. 하지만 현실은 점점 평균이 아니라 꼬리가 두꺼워지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유튜브와 넷플릭스의 추천 알고리즘은 각자의 취향을 끝까지 밀어붙이고, SNS는 누구나 자기만의 세계관과 취향을 드러내는 무대가 되었다. 이념의 세계에서는 극단적 좌우가 동시에 늘어나고, 소비의 세계에서는 과거라면 "너무 마이너 해서 사업이 안 된다"라고 여겼을 취향들이 각각 탄탄한 시장을 형성한다. 중앙이 두꺼운 종 모양 곡선은 점점 납작한 직선으로 바뀌어 가는 중이다.


이 변화의 기술적 배경은 분명하다. 첫째, 휴대폰이라는 개인 디바이스가 인간의 거의 모든 행동을 캡처하는 센서가 되었다. 둘째, 이커머스와 페이먼트 시스템은 언제, 어디서, 무엇을, 어떤 가격에 샀는지를 초 단위로 기록한다. 셋째, 유튜브, 인스타그램, 틱톡은 개인의 관심사, 시청 패턴, 반응 정도를 실시간으로 수집한다. 넷째, 이제는 챗봇, AI 비서, 쇼핑 어드바이저가 개인의 언어, 고민, 취향까지 학습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비슷한 사람을 묶어 하나의 그룹으로 본다"는 세그먼트 사고방식이 의미를 잃고, "데이터 속에서 튀어나오는 한 사람"을 중심으로 사고해야 하는 환경이 된 것이다.


전통적 마케팅은 인구통계학적, 지리적, 심리적 변수로 시장을 나누고, 그 안에서 대표 캐릭터를 정해 페르소나를 만들었다. "서울 강남 거주, 40대, 대기업 직장인, 연 소득 7천만원, 자녀 2명" 같은 정의가 그것이다. 이 접근은 TV 광고, 지면 광고, 대형 유통 채널이 중심이던 시대에는 매우 유효했다. 매체가 제한적이고, 고객 데이터가 가공되지 않은 상태일 때는 "비슷한 사람끼리 묶어서 하나의 메시지로 커버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인 전략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초개인화 시대의 데이터는 다르다. 실시간으로 수집되는 고객의 검색, 클릭, 장바구니, 이탈, 재방문 데이터는 개별 행동의 맥락까지 보여준다. 인공지능은 이 행동 데이터를 학습해 "지금 이 사람에게 무엇을 보여줘야 하는가"를 예측한다. 그 결과 같은 앱, 같은 사이트라도 사람마다 화면에 뜨는 상품, 콘텐츠, 가격, 메시지가 모두 달라진다. 개인화가 "비슷한 사람 묶어서 보여주기"였다면, 초개인화는 "한 사람만을 위해 설계된 경험"을 만드는 것이다. 이 글의 '김낙수'는 바로 그렇게 데이터 위에서 입체적으로 드러나는 하나의 구체적인 인간이다.


이 변화는 이미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스포츠 용품만 보더라도 과거에는 프로 선수와 동호인 사이에 사용하는 제품의 등급 차이가 분명했다. 프로는 선수용, 동호인은 일반형. 하지만 지금 동네 테니스장에 가보면 페더러가 쓰는 라켓과 프로급 신발이 그대로 등장한다. 러닝화 시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예전에는 쿠션, 내구성, 가격이 주요 기준이었다면, 이제는 발의 아치 형태, 보폭, 러닝 스타일(포어풋, 미드풋, 힐스트라이크), 심지어 마라톤 목표 기록에 따라 신발을 고른다. 유튜브의 러닝 크리에이터, 장비 리뷰 채널, 러너들의 후기 데이터가 "일부 마니아의 기준"을 "일반 소비자의 기준"으로 끌어올린 것이다. 극단적인 니즈를 가진 소수의 코어 고객이 오히려 시장의 기준선을 올리는 현상이다.


이런 환경에서 마케터가 집중해야 할 대상은 "평균적인 다수"가 아니다. 제품 리뷰를 쓰고, 릴스, 쇼츠를 올리고, 주변 사람들에게 제품을 추천하는 오피니언 리더, 즉 극단적 니즈를 가진 코어 타깃이다. 예를 들어, 막 러닝을 시작한 직장인도 결국 유튜브에서 자주 보는 러닝 크리에이터가 신는 신발을 따라 산다. 카메라를 처음 사는 사람도 사진 유튜버가 추천하는 렌즈를 고른다. 평균적인 기획보다 코어 타깃의 언어와 기준을 이해하는 것이 훨씬 중요해지는 이유다.


옴니채널 전략과 해외시장 진출도 같은 흐름 위에 있다. 고객은 네이버에서 검색하고, 유튜브에서 리뷰를 보고, 쿠팡에서 구매하고, 인스타그램에서 브랜드를 팔로우한다. 채널은 여러 개지만, 고객은 한 사람이다. 따라서 기업은 채널을 늘리는 데서 멈추지 않고, 각 채널에서 나오는 행동 데이터를 하나의 여정으로 통합해야 한다. 검색 키워드, 조회한 콘텐츠, 관심 상품, 장바구니 이탈, 실제 구매와 재구매까지 이어지는 풀파이프라인을 하나의 "김낙수 여정"으로 보는 시각이 필요하다.


해외시장 역시 "국가 하나를 더 연다"는 개념이 아니라, "다른 문화권에 존재하는 또 다른 김낙수들을 어떻게 찾을 것인가"의 문제다. K-뷰티 브랜드가 미국, 동남아에서 성공하는 이유는 단지 한류 덕분이 아니다. 민감성 피부, 비건 성분, 글로우 피부 같은 코어 니즈를 정밀 타겟팅하고, 인스타그램, 틱톡, 유튜브, 아마존 리뷰를 연결하는 옴니채널 전략을 통해 국경 밖 코어 고객과 직접 관계를 맺었기 때문이다. 초개인화 역량이 확보된 기업에게 해외는 "더 넓은 시장"이 아니라 "같은 코어 니즈를 지닌 고객이 더 많이 모여 있는 곳"이 된다.


조금 더 미래로 가보면, 생산현장에도 초개인화가 들어오기 시작한다. 피지컬 AI와 스마트 팩토리가 고도화되면, 제품 자체가 개인 단위로 커스터마이징 되는 시대가 열린다. 예를 들어, 러닝화를 고를 때 발 모양과 보행 데이터를 앱에서 수집하고, 공장은 그 데이터를 바탕으로 미드솔의 경도와 패턴을 개별 생산한다. 화장품도 피부 스캔 데이터를 기반으로 성분과 농도가 조정된 제품이 자동 생산될 수 있다. 이 경우 시장은 두 갈래로 갈라진다. 어디서 사도 비슷한 '저관여 커머디티'와, 개인 단위로 커스터마이징 되는 '고가 맞춤형 제품'만이 생존하고, 과거의 "중간 가격대, 적당한 품질" 제품은 애매한 위치에 놓이게 된다. 이때 생존하는 브랜드는 코어 개인의 데이터를 쥐고 있는 브랜드뿐이다.


결국 초개인화 시대의 마케팅은 "김부장"이 아니라 "김낙수"를 찾아내는 일이다. 평균적 소비자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유통과 판매가 핵심역량인 기업을 O&O DD(Operational & Organizational Due Diligence, 운영과 조직 관점의 기업실사)를 할 때는 반드시 다음을 확인해야 한다. 고객 행동 데이터가 얼마나 축적되어 있는지, 자사몰, CRM, 플랫폼 채널과의 데이터 연결 수준은 어떤지, AI 기반 추천 및 개인화 시스템이 실제로 운영되고 있는지, 옴니채널 전략과 해외시장 확장이 "코어 타깃을 정밀 조준하는 과정"으로 설계되어 있는지 등이다.


다가올 5년의 시장 환경을 정확히 예측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지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부장"을 상정하고 기획하는 세그먼트 마케팅만으로는 버틸 수 없다. 데이터 속에서 드러나는 한 사람, 극단적 니즈를 가진 코어 개인의 삶과 언어, 행동 패턴을 이해하고, 그를 중심으로 제품, 채널, 콘텐츠, 가격 전략을 다시 설계하는 기업만이 살아남을 것이다. 마케팅뿐 아니라 생산, SCM, 고객 서비스까지 초개인화를 내재화한 기업이 시장을 선도하고, 그렇지 못한 기업은 평균이라는 이름으로 조용히 밀려나게 된다.


이제 질문은 단순하다.

당신의 회사는 아직도 "김부장"을 보고 있는가, 아니면 이미 "김낙수"에게 말 걸 준비를 마쳤는가?



투자자

1. 이 회사의 마케팅은 여전히 '세그먼트 중심'인가, 아니면 행동 데이터 기반의 '코어 개인 중심'인가?

투자 관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이 회사가 평균 고객이 아니라 개별 고객의 행동 데이터로 시장을 읽는가다.

2. 초개인화를 구현할 수 있는 데이터 인프라(고객 행동 DB, CRM, 자사몰, AI 추천 엔진)를 갖추고 있는가?

초개인화는 데이터가 없으면 절대 실행될 수 없다.

3. 옴니채널 전략이 단순히 "채널 확장"인지, 아니면 고객 여정을 통합 관리하는 전략인지?

채널이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 고객의 맥락을 읽는 능력이 늘어나야 한다.

4. 해외시장 확장 전략이 '광고 확대'인지, 아니면 국가별 코어 타깃을 재정의한 전략인지?

해외 역시 그 시장의 '김낙수'를 정확히 겨냥하고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5. 유통, 브랜딩, 제품개발의 의사결정이 데이터 기반으로 이루어지는가, 아니면 경영진의 감에 의존하는가?

감각은 장점이지만, 시스템 없는 감각은 지속 불가능하다.


경영자

1. 우리 회사는 '서울 자가 김부장'에게 말하고 있는가, 아니면 '김낙수'에게 말하고 있는가?

현재 마케팅 메시지가 누구를 향해 있는지 냉정히 점검해야 한다.

2. 코어 고객의 극단적 니즈를 이해하고 있는가? 그 니즈를 제품과 브랜딩, 그리고 마케팅에 반영하고 있는가?

극단적 니즈가 시장 전체의 기준을 바꾼다.

3. 우리 회사의 멤버십 데이터는 고객을 '묶는' 수준인가, 아니면 고객 여정을 '학습'하는 수준인가?

고객의 클릭, 검색, 이탈 패턴이 모두 지식이 되어야 한다.

4. 옴니채널 전략이 내부조직(영업, 마케팅, 생산, CS)과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가?

데이터가 단절되면 초개인화는 불가능하다.

5. AI, 자동화, 초개인화 기술을 도입했을 때, 팀의 역할은 어떻게 재정의될 것인가?

초개인화는 단순히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조직 설계의 문제다.


팀장

1. 내 팀은 "평균 고객"을 기준으로 일하고 있는가, 아니면 "구체적인 한 명"을 기준으로 일하고 있는가?

팀이 누구를 위해 일하는지 명확히 해야 한다.

2. 우리는 고객 데이터를 어떤 형태로 수집하고 있는가? 그 데이터를 어떻게 팀의 실행으로 연결시키고 있는가?

데이터가 정리되지 않으면 초개인화도 실행되지 않는다.

3. 우리 팀의 KPI는 '채널 성적'인가, 아니면 '고객 여정의 개선'인가?

초개인화 조직의 KPI는 고객의 여행을 설계하는 능력이다.

4. 제품 리뷰, 전문가 후기, 고객 커뮤니티 등 오피니언 리더의 목소리를 실제 실행에 반영하고 있는가?

극단적 니즈를 가진 사람이 시장을 움직인다.

5. 초개인화 시대에 대비해 우리 팀이 당장 개선해야 할 프로세스는 무엇인가?

데이터 → 정보 → 인사이트 → 실행의 루프를 만드는 것이 팀장의 역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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