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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병묵 Jun 23. 2023

불통과 갈등으로 얼룩진 관계

해결해야 할 것은 갈등이 아니라 불통의 관계

턴어라운드가 필요한 사업과 조직에는 내외부 이해 관계자와 소통 부족으로 일상화된 갈등이 존재한다.  구성원들이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는 '권한과 책임'이 아닌 '정치적 힘겨루기'가 일상적이다.  부서 간에도 '절차나 규정'이 아닌 리더들의 '역학구도'에 의해 이해 관심사가 조정된다.  협력업체나 고객과의 관계에서도 '사실과 데이터'가 아닌 '양해와 핑계'로 갈등을 해결하려 한다.  이러한 관계 속에서는 감정은 쌓여가고 이해 관심사는 묻혀 버린다.  불통과 갈등으로 얼룩진 관계만이 남는다.  턴어라운드는 불통과 파괴적 갈등을 소통과 창조적 갈등으로 변화시키는 신뢰 축적의 과정이다.  구성원 모두가 적극적 소통을 통해 실질적인 이해 관심사와 관계적 갈등을 조정할 수 있으면 기업 운영의 속도와 질은 향상된다.


'너 죽고, 나 죽자!'는 갈등에 대한 이해 


갈등은 세 가지 성격을 가지고 있다.  첫째, 갈등 당사자가 해결의지가 없으면 시간이 지나면서 갈등은 커진다(Snowball effect).  이해 관심사의 대립에서 출발한 갈등은 불통이 심화되면서 감정적 갈등으로 확대된다.  감정적 갈등을 적시에 해결하지 못하면 고발, 소송 등 비용 지출과 관계 훼손을 수반하는 갈등으로 커진다.  둘째, 갈등 당사자들은 자기 중심성이 강화되고 감정이 앞서게 되면서 건설적인 해결책을 스스로 내놓지는 않는다.  또한 객관적 득실을 분석할 수 있는 판단 능력도 떨어지게 된다 마지막으로 갈등 상황을 원만하게 해결하면 갈등 당사자들은 새로운 관계로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이 생긴다.  갈등 당사자간에 약한 신뢰와 연대도 생겨났고 서로의 이해관심사와 소통 방식에도 익숙해졌기 때문이다.


갈등이 발생하면 불필요한 감정을 조기에 해소시켜 극한의 대립으로 치닫는 것을 예방해야 한다.  감정을 해소하면 갈등 당사자 모두 이해 관심사(Interest)를 창의적으로 교환하는 것에 집중한다.  '너 죽고 나 죽는 갈등 상황'을 '너도 살고 나도 사는 윈윈 게임'으로 전환시키는 것이다.  극단적인 갈등은 많은 비용과 시간, 그리고 관계를 손상시키는 오기에 찬 감정싸움일 뿐이다.  객관적으로 갈등 상황을 바라보면 서로가 자기 중심성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오류와 착각에 빠져 현상을 왜곡하여 해석하는 경우가 많다.  사소한 오해가 생겨난 상황에서 자기중심적으로 상대방의 입장을 왜곡하면 감정적 앙금이 쌓인다.  인정과 사과의 말 한마디면 쉽게 해결될 수도 있는데 불통이 지속되면서 이해 관심사는 가려지고 감정만 남게 된다. 


갈등, 이해 관심사의 차이는 통합적 협상으로 극복해야 


갈등은 당사자 간에 이해 관심사나 가치관의 차이, 관계의 손상이나 정보 부족 등 다양한 원인에 의해서 발생한다.  대부분의 갈등은 대화와 소통을 통해 차이를 극복하면서 상호 이해의 폭을 넓히면 자연스럽게 해결할 수 있다.  하지만 이해 관심사의 차이는 당사자들이 서로 얻고자 하는 것이 실질적으로 그리고 인지적으로 양립할 수 없는 상태에 있다.  원인을 찾아 제거하는 원인 규명형(Why)의 문제라기보다는 창의적 대안을 만들어야 하는 해결책 규명형(How)의 문제인 것이다.  이해 관심사의 차이는 상호 단계적 양보를 통해 정해진 크기의 파이를 나누는 분배적 협상이나, 서로 중요도가 다른 이해 관심사와 부대조건을 창의적으로 교환하는 통합적 협상을 통해 극복할 수 있다.  


대기업 구매담당자는 구매대금을 1% 낮추면서 어음대신 현금지불을 통해 협력사의 자금흐름을 개선시켜 주는 옵션을 만들 수 있다.  현금지불은 대기업에게는 중요도가 낮지만 중소 협력사에는 중요한 요소다.  구매대금을 유지한 채로 납기가 늦어졌을 때 발생하는 지체보상금을 늘릴 수도 있다.  납기가 대기업에게는 매우 중요한 요소이고 협력업체에게는 당연히 준수해야 하는 일이기 때문에 교환할 수 있는 창의적 옵션이다.  통합적 협상에서 양 당사자는 서로 이해 관심사와 각각의 중요도를 탐색하면서 부대조건을 추가하여 창의적 옵션을 개발해야 한다.  분배적 협상이라면 0과 1% 사이의 어느 지점에서 구매가격이 결정되고 구매담당자나 협력사 영업담당 모두 불편한 마음으로 자리를 떠났을 것이다. 

 

해결해야 할 것은 갈등이 아니라 불통

 

‘술과 친구는 오래될수록 좋다’라는 말이 있다.  긴 시간 동안 소통이 쌓여 가면서 서로의 차이와 다름을 인정해 가는 과정 속에서 믿음이 생겼다는 의미이다.  하지만 인간관계도 비즈니스도 오래된 친구들하고만 할 수는 없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불통과 오해가 발생한다.  갈등은 대개의 경우 복합적인 이유에서 발생하지만 불통이라는 공통 원인이 존재한다.  갈등이 표면화되면 서로 상대방이 수용하기 어려운 무리한 요구, '입장(Position)'을 표명한다.  마음속의 거친 감정은 이해 관심사를 둘러싸고 언제라도 폭발할 준비가 되어 있다.  그렇다면 개인과 집단의 어떤 심리적 오류들이 대화를 막고 불통을 낳는 것일까?  개인의 자기 중심성과 조직의 집단사고는 대화를 가로막는다.


첫째, 자신의 문제는 주변 상황을 탓하고, 타인의 문제는 상대방의 내적 특성을 탓하는 내로남불의 오류이다.  둘째, 자신의 생각을 상대방이 명확하게 알고 있을 것이라 여기는 이심전심의 오류이다.  셋째, 한정된 정보만으로 상대를 평가하고 속단하는 장님 코끼리 만지기의 오류이다.  넷째, 자신의 주관을 일반화하여 다른 사람도 나와 같이 생각할 것이라는 주관과 상식의 혼돈 오류이다.  불통을 유발하는 오류는 조직 내에도 존재한다.  개인의 다양한 인식을 고려하지 않고 리더나 다수의 의견에 동조하는 집단사고(Group Thinking)의 오류가 대표적이다.  또한 집단 의사결정 과정에서 지나치게 모험적이거나 보수적인 안을 선택하게 되는 집단 극화현상(Group Polarization)의 오류도 발생할 수도 있다.


갈등 해결의 출발은 자리에 마주 앉는 것이다.  불합리한 요구와 거친 감정을 경청하면 불통의 관계는 소통의 관계로 발전된다.  소통이 시작되면 비로소 이해 관심사가 보인다.  대화와 질문을 통해서 소통하면서 이해 관심사를 파악하고, 건설적인 토론으로 소통하면서 서로가 만족하는 창의적인 옵션을 만들 수 있다.  ‘지는 것이 이기는 것이다’라는 격언이 있다.  이기는 소통은 지는 경청으로부터 시작한다.  경청은 상대방의 감정을 녹여 대화 당사자로서 자리에 앉게 한다.  마주 앉은 두 사람의 질문과 대화는 건설적인 토론으로 이어지고 소통의 관계로 발전하면서 갈등은 녹아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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