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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병묵 Jul 05. 2023

따르지도 비키지도 않는 문화

Wait & See를 넘어서 뒷다리 잡는 문화

이끌든지, 따르든지, 비키든지


턴어라운드의 성공적인 출발을 위해서는 조직원 개개인들의 마음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화시켜야 한다.  현상유지 편향과 자신감 결여로 따르지도 비키지도 않는 부정적인 조직 문화 속에 변화를 촉발하는 위기의식과 도전의식은 살아남을 수 없다.  벼랑 끝에 서있는 사업과 조직의 위기 상황을 일깨워 변화의 필요성을 각인시키고 '한번 해 보자!'라는 도전의식의 싹을 틔워야 한다.  리더가 책임지고 이끌면서 정확한 방향성을 제시할 수 있다면 구성원들은 협업의 팀워크를 통해 개선과 혁신을 이루어 갈 수 있다.  이러한 변화, 도전, 혁신의 선순환은 일(Work) 단위로 발생할 수도 있고, 개인과 팀 단위로도 생겨날 수 있다.  벼랑 끝에 서있는 사업과 조직의 부정적 현실을 ‘한번 해 보자!’라는 목표에 대한 도전의식으로 변화시키는 것이 변화, 도전, 그리고 혁신의 턴어라운드 프로젝트 출발선이다.


위협과 기회가 공존하고 있는 위기라는 단어는 도전의식을 불러일으키는 복합적이고 매력적인 개념이다.  위기는 적정한 시점에 정확하게 조치하지 못하면 시간이 지나면서 기회로서 긍정적 속성이 약해지고 악순환을 통해 위협으로서 부정적 속성이 강화되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턴어라운드가 필요한 상황은 위기의 부정적 속성이 강화되어 위협에 처한 조직과 사업으로 구성되어 있다.  비효율적인 조직으로 인해 사업이 위기에 처했을 수도, 실적이 부진한 사업으로 인해 조직이 위기에 빠졌을 수도 있다.  이러한 위기 상황은 재해처럼 한 순간에 조직의 생명을 앗아가기보다는 질병처럼 서서히 진행되고 악화되는 특성이 있다.  그래서 어느 순간 위기는 만성질병처럼 조직과 사업에 광범위하게 퍼지고 고착화된다.  구성원들은 만성질환을 당연시하고 진통제와 소염제로 만 살아간다


사업이나 조직이 위협에 갇혀 있다는 것은 바닥에서 상승의 턴어라운드 모멘텀을 만들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조직에서는 투자나 위험을 수반하는 전략적 선택은 부재하고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전술적 대안들만 난무한다.  매출이 하락하거나 이익률이 감소하는 현상을 강력한 신규 경쟁자의 진입, 소비자 기호의 변화, 회사의 구조적 문제점 등 외부적이고 태생적인 것으로 인식하면서 조직은 ‘아무것도 할 수 없다!’라는 패배의식에 젖어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새로운 형태의 주인의식이 탄생하게 된다.  회사의 미래 발전을 위해서 헌신하는 주인의식이 아니라, 과거 성장에 대한 기여도에 바탕을 둔 감정적 지분을 배경으로 한 임자 의식이다.  미래를 위한 일 자체보다는 영화로웠던 시절의 주인공과 한때의 성공담을 중심으로 몇몇 사람과의 관계와 정치가 조직 내 생존을 결정한다. 


이들은 외부환경이 우호적으로 변화하면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기대와 착각을 바탕으로 아무것도 하지 않는 ‘Wait & See’ 전략을 취한다.  더 나아가 새로운 시도를 무력화하는 뒷다리 잡기로 조직의 변화를 가로막는 심리적 허들의 뿌리이다.  우리가 처한 현실이 위협 상황이고 우리가 변화하지 않으면 시장의 변화에 휩쓸려 한순간에 또는 종국에 안락사할 수 있다는 것을 어떻게 인식시킬 수 있을까?  우리 조직과 사업이 벼랑 끝에 서있고 한 발만 잘못 디디면 죽음에 이를 수 있다는 것을 어떻게 깨칠 수 있을까?  턴어라운드 리더는 고착화된 위기상황과 회생을 위한 골든타임, 그리고 미래의 비전을 효과적으로 구성원들에게 전달해야 한다.  이끌든지, 따르든지, 비키든지의 선택을 임자들에게 강요해야 한다.  임자들이 없어지고 벼랑 끝에 서있는 현실을 자각하는 순간 구성원들은 변화를 선택이 아닌 필수로 받아들인다. 


따르고 비키게 하는 턴어라운드 리더  


턴어라운드 리더는 벼랑 끝 위기 상황을 개별 구성원들에게 어떻게 효과적으로 제한된 시간 내에 전달할 수 있을까?  이는 결국 조직원 개인의 심적인 변화를 유도하는 것으로 이성에는 위기상황을 전파하여 깨우침을 전달하고, 감성에는 비전을 제시하여 심연의 동기를 유발하는 복잡한 과정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재무자료나 시장통계 자료와 같은 객관적인 데이터를 연결하여 인사이트 수준으로 현재의 문제 상황을 명확하게 정의할 수 있다.  또한 구성원 및 이해관계자 인터뷰를 통해서 문제 상황에 대한 이상적인 답이나 변화를 가로막는 조직 내 감정적 허들과 킹핀들도 감지할 수 있다.  턴어라운드의 동력은 개인의 변화에서 출발한다!  데이터와 명징한 언어로 조직과 사업이 시한부 인생임을 일깨우자!  위기 상황에 대한 전략적 대안과 미래 비전도 같이 소통하자!  구성원들이 따르거나 비킬 것이다!  


문제와 답은 언제나 객관적인 데이터와 사람들의 생각 속에 있다.  하지만 놀랍게도 많은 구성원들은 주변의 데이터를 조합하여 정보나 인사이트 수준으로 발전시키지 못하고, 단편적인 데이터에 의존하여 직감적으로 그리고 추상적인 소문으로 현실을 인식한다.  당연히 문제에 대한 올바른 인식도, 무엇을 해야 할 지에 대한 방안도 추상적이고 모호하다.  자사의 매출액, 영업이익률 등의 시계열적 추이, 자사와 경쟁사의 재무자료 및 시장점유율 비교, 고객군이나 제품군별 성장성이나 수익성 분석, 원가분석에 기초한 롤 마진과 공헌이익 분석, 현금흐름 분석 등을 진행하면 조직원들에게 효과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객관적인 정보와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다.  이것을 기반으로 벼랑 끝 상황을 ‘Stuck in the middle,’ ‘Price Taker’처럼 한마디로 정의하고 구성원들에게 각인시켜야 한다.


‘변화’를 외치는 사람들이 착각하는 것이 있다.  내가 조직에서 변화를 외치면 그리고 위기를 설파하면 조직이 변화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위기 상황을 전파하는 것은 분석을 통해 상황을 간명하게 정의하고, 구성원들의 이성에 데이터 기반 인사이트를 전달하는 집단적 과정이다.  하지만 변화는 개인의 영역이고 이성보다 감성의 영역이다.  개개인의 감성에 ‘실패를 고착화시켰던 기존의 방식과 틀에서 벗어나 무엇인가 도전해야 하는 필요성'을 설득하는 개인적이고 심리적인 과정이다.  똑똑한 턴어라운드 리더 자체로는 부족하다.  대화와 토론을 통해 개개인을 변화시켜 조직을 정렬시키고 새로운 흐름을 만들 수 있는 열정이 필요하다.  조직의 기능별 핵심인력, 변화를 거부하는 킹핀들, 그리고 그들의 성향을 이해하는 것은 개개인의 심적 변화를 유도하기 위한 중요한 사전 작업이다.


턴어라운드 리더가 위협적인 측면만을 지나치게 강조하면 조직 전체에 불안심리를 가중시킬 수 있다.  초기에는 위기상황과 더불어 변화의 전략적 방향과 비전을, 그리고 도전목표가 설정되면 어떻게 그것을 달성할 것인가에 대한 실행계획을 가지고 구성원들과 소통해야 한다.  전략회의나 워크숍 등을 진행하면서 벼랑 끝에서 협업을 통해 공동의 희망을 만들어 내는 작업을 진행하고, 그 희망을 현실화하기 위한 의지를 다진다.  구성원들에게 회사의 상황을 '월례조회'와 같은 정기적이고 공식적인 채널을 통해서 알리고 술자리와 같은 비공식적인 만남에서도 항상 동일한 메시지를 반복적으로 전달해야 한다.  턴어라운드 리더는 ‘문제’가 일상인 상황에서 소통에 많은 노력과 주의가 요구된다.  이성뿐만 아니라 열정을 가지고 위기와 희망을 동시에 전달하면서 메시지는 강력하지만 명확해야 한다.   


모든 일이 그렇듯이 첫 단추를 잘못 끼우면 언젠가 처음으로 돌아와야 한다.  첫 단추이자 마지막 단추인 사람을 움직이지 못하면 턴어라운드를 이룰 수 없다.  데이터를 조합하여 정보로 만들고, 정보들을 연결하여 인사이트를 도출하고, 외부적 사례들과 비교 분석하여 상황을 명확히 정의하자!  능력 있는 턴어라운드 리더는 구성원들이 막연하게 생각하는 벼랑 끝 위치를 정확하게 한 단어로 이해시킬 수 있어야 한다.  전략적인 방향과 전술적인 도전목표를 위기 상황을 헤쳐나가기 위한 희망으로 동시에 제시하여 개개인이 변화에 동참할 것을 설득해야 한다.  더불어 퀵윈과제(대부분은 지연된 의사결정을 하는 것, 조직을 정비하는 것, 모두가 인식하는 바틀넥을 제거하는 것, 고객에게 유예시간을 버는 것 등)를 빠르게 수행하면서 작은 성공을 만들어 구성원들과 희망을 공유하고 벼랑 끝에서 모두 같이 한 발짝 물러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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