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의 익명성, 모호한 역할과 책임이 링겔만 효과 키운다
1=100, 1+1= 93+93, 1+1+1=85+85+85
팀워크의 장점을 설명하기 위해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단어가 시너지효과(Synergy Effect)이다. 이 단어는 ‘함께 일하다'라는 그리스어에서 유래되었는데, 두 개 이상의 것이 하나가 되어 전체의 합이 독립적 부분의 합보다 커진다는 상승효과를 말한다. 개인 간의 협동, 부서 간의 협업, 공급업자와 상생협력, 전략적 제휴, 인수합병 등 같이 일하는 주체들이 상호 보완을 통해 추가적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것이다. 기업의 인수합병을 결정할 때도 가장 큰 고려 요소는 인수회사와 피인수회사 사이의 관리적 시너지와 전략적 시너지 효과의 크기이다. 관리적 시너지는 비교적 단기적인 효과로 인수합병으로 인한 인력이나 시설의 공동 사용 등으로 두 회사의 공통 비용이 절감되는 효과이다. 전략적 시너지는 자산의 공동사용, 교차판매(Cross Selling), 브랜드 가치의 상승효과 등으로 발생하는 본원적이고 중장기적 관점의 효과이다.
시너지 효과는 팀 단위 조직 운영의 기본적인 동인이며 지향점이지만, 구성원들 간의 충돌과 갈등은 팀워크의 역효과를 가져온다. 집단으로 일하는 것의 성과가 개인 성과의 총합보다 작아지는 링겔만 효과(Ringelmann Effect)가 발생한다. 링겔만 효과는 하나의 팀 속에 존재하는 개인의 익명성, 그리고 구성원들 간의 모호한 역할과 책임이 원인이다. 개인의 익명성으로 인해 팀으로 일할 때 최선을 다하기보다는 최악을 피하면서 팀워크에 편승하는 태만이 발생한다. 또한 협업해야 하는 구간에서 명확한 역할과 책임에 대한 약속과 소통이 부족해서 혼란과 갈등이 발생하고 바통을 떨어 뜨리는 실수를 하기도 한다. 앞 주자와 뒷 주자 모두 자신의 구간에서 최고 속도로 뛰었어도, 함께 뛰면서 바통터치가 이루어지는 구간에서 두 사람의 역할과 책임이 불분명하면 바통은 떨어지고 팀의 승리는 멀어진다.
조직의 크기가 증가할수록 개별 구성원들의 생산성이 하락하는 경향이 있다는 링겔만 효과는 1913년 줄다리기 실험을 통해 입증되었다. 링겔만은 각 참가자들이 줄을 당길 때 발생하는 힘과 인원을 늘렸을 때 추가적으로 증가되는 '당기는 힘'을 측정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인원이 많아질수록 줄을 당기는 각 개인의 힘은 줄어들었다. 개인일 때 100이었던 힘은, 2명이 되면 각각 93으로, 3명이 되면 각각 85로, 4명이 되면 각각 77로, 그리고 8명이 되었을 때는 각각 49밖에 되지 않았다. 이것은 동일한 목표를 가지고 협업하면서 누가 얼마만큼의 기여를 했는지 정확하게 측정하기 어려운 익명성의 상황에서 개인들의 태만이 발생한다는 심리적 현상을 잘 보여주고 있다. 또한 '모두 열심히 하자!'는 식의 모호한 역할과 책임 속에서 개별 구성원은 팀의 승리에는 편승하지만 패배에는 팀에게 책임을 쉽게 전가한다.
미국에서 링겔만 효과를 연구하기 위해 행해진 한 가지 실험을 보면 익명성으로 인한 태만을 극복하는 지혜를 얻을 수 있다. 해변에서 음악을 듣던 청년이 녹음기와 귀중품을 두고 바다로 뛰어들고 난 후, 도둑이 녹음기와 귀중품을 훔쳐갈 때 주변 사람들의 반응을 살피는 실험이다. 청년이 바다에 뛰어들고 도둑이 귀중품을 훔쳐가는 일반적인 상황에서 20회 중 4회만 주변에 있던 사람이 도둑을 잡으려고 했다. 반면 주변 사람에게 귀중품을 봐 달라고 부탁을 했을 때는 20회 중 19회에서 주변 사람이 도둑을 잡으려고 했다. 청년의 귀중품을 지켜 달라는 요청에 대해 그렇게 하겠다는 자발적인 서약(Commitment)을 한 순간 주변 사람은 익명성을 가진 방관자에서 역할과 책임을 부여받은 당사자로 청년과 한 팀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이 사람은 위험을 감수하고라도 청년의 녹음기와 귀중품을 지키기 위해 도둑을 잡으려고 한 것이다.
역할은 직책이나 업무와 관련된 권한이고, 이는 다수의 책임으로 구성되어 있다. 예를 들어 팀장의 역할은 팀의 목표를 수립하고, 팀원을 평가하고, 범위 내에서 관련 예산의 집행을 승인하는 등의 책임으로 구성된다. 영업담당은 구매와 AS 이력을 업데이트하고, 분기 내 일정 수준의 신규 고객을 확보하고 일정금액의 계약을 체결하는 책임이 있다. 책임은 어떤 과업을, 누가, 언제까지 완수해야 하는지(3W, Who/What/When)에 대한 약속으로 과정 관리가 가능하다. 구성원들의 역할은 수직적으로 동일한 일에 대해 기안, 검토, 승인하는 것이지만,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구체적인 '일'로 정의되는 책임은 서로 중복되거나 빠진 것이 있어서는 안 된다. 중복이나 누락이 발생하면 실행과정에서 구성원들 간의 혼란이 발생하여 일의 효율성이 떨어지거나, 전략적으로 빈 공간이 생겨 의도한 효과를 달성하지 못할 수 있다.
이순신 장군에게 배우는 시너지 효과, 일본 수군에게 배우는 링겔만 효과
전쟁의 역사를 보면 수적 우세를 믿고 무모하게 공격을 감행해서 패한 사례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링겔만 효과가 발생한 8명의 분대가 겨우 392의 힘만을 가지고 있지만, 신뢰와 소통 그리고 명확한 역할과 책임을 가지고 있는 2명의 특공대가 400의 시너지 효과를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한 것이다. 임진왜란에서 일본 수군이 수적 우세를 무기로 우리 바다를 넘보다 이순신 장군에게 대패한 해전의 역사는 팀워크의 시너지 효과와 링겔만 효과를 극명하게 대비시킨다. 일본 수군의 전략은 배와 사람의 수적 우세에 근간을 둔 근접 백병전이었다. 군선에 함포가 있었지만 정확성이 낮고 사거리가 짧아 주로 단거리 위협사격용으로 사용했다. 일본의 전략은 군선의 날카로운 삼각형 바닥면(첨저형)을 활용하여 빠른 속도로 적선에 접근해서, 밧줄을 던지고 건너가, 조총과 칼 그리고 창으로 백병전을 전개하는 것이다.
그야말로 수적 우세가 담보되면 태만이 일어날 수 있는 각개전투였다. 반면 이순신 장군은 군선의 바닥이 평평해(평저형) 속도는 느리지만 회전이 빠른 거북선이나 판옥선을 활용하여 학익진 등 팀워크에 기반한 중거리 함포 사격 전을 감행했다. 링겔만 효과가 지배하는 각개전투와 역할과 책임으로 시너지 효과가 극대화된 팀워크 패러다임이 대결한 것이다. 우리 수군은 사거리가 상대적으로 길고 정확도가 높은 총통을 활용하는 중거리 함포사격전을 펼쳤다. 군선들이 돌아가면서 함포 사격을 가해 적들에게 1차 피해를 입히면, 적선들은 전열을 정비하고 추격을 시작한다. 적선은 빠른 속도를 무기로 거북선, 판옥선과 거리를 좁힌다. 이때 일렬종대로 전략적 후퇴를 하던 거북선과 판옥선이 좌우로 전개하면서 학의 날개 모양으로 진을 구축하고, 각각 최선의 노력을 다해 전속력으로 추격하던 적선들은 학익진 속에서 최후를 맞이한다.
턴어라운드 리더는 부임 초기 구성원들의 역할과 책임을 명확하게 정의하고 배분하여 불필요한 정치력으로 '일'이 불합리하게 처리되는 관행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 구성원들에게 역할과 책임을 배분한다는 것은 공통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독주하는 구간, 같이 뛰는 구간, 그리고 바통을 터치하는 구간을 명확히 정의해 주는 것이다. 명확한 역할과 책임은 평가의 공정성과도 직결되며 조직 내에서 묻어가는 개인의 익명성을 방지한다. 많은 리더들이 새로운 조직이나 직책에서 실패하는 이유는 자신이 모든 일을 직접 주도하려고 들기 때문이다. 리더가 주도하면 구성원들의 익명성은 강화된다. 리더는 명확한 역할과 책임, 프로세스를 통해 일과 사람을 조직하여 팀에서 일하는 개인의 익명성을 제거해야 한다. 또한 목표와 전략을 구성원들과 공유하여 합리적이고 일관성 있는 의사결정을 유도해야 한다.
'가화만사성'이란 말은 사무실에서도 적용되는 듯하다. 구성원들이 불명확한 역할과 책임, 부족한 문제해결력과 조정능력 등으로 인해 예비 구간과 바통 터치 구간에서 갈등과 반목에 휩싸이고, 개인이 역주해야 하는 구간에서도 조정과 정치를 위해서 에너지를 써야 한다면… 구성원들은 자신의 능력을 100% 발휘하기보다 누군가의 조정과 해결을 기다리는 무기력한 방관자로 전락하게 된다. 회사에서 생리적 욕구와 안전의 욕구가 충족되어야 구성원들은 마음 편하게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고 인정받기 위한 노력을 시작한다. 턴어라운드 리더가 명문화된 역할과 책임을 공식적으로 배분하는 것은 구성원들의 심리적 조직 안정감을 만들어 내는 출발점이다. 그제야 구성원들은 갈등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내부정치에 불필요하게 쏟아붓던 열정을 허비하지 않는다. 고객을 만나고 경쟁사와 경쟁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