턴어라운드가 필요한 사업
재무적으로는 한계 사업, 전략적으로는 턴어라운드가 필요한 사업
기업의 존재 이유는 이윤추구이다. 회계적으로 이윤추구 메커니즘은 간단하다. 제품을 생산하여 판매하고, 매출액에서 원부자재 비용이나 생산에 직접 투입된 인건비 등의 매출원가를 제외하면 매출이익이 발생한다. 영업이익은 기업 본연의 활동인 제품을 생산, 판매하고 창출한 현금으로 매출이익에서 판촉비, 관리비 등 판매관리비를 제외하고 남는 부분이다. 영업이익에 현금유출이 발생하지 않는 비용인 감가상각비를 더해 합산하는 EBITDA(Earnings Before Interest, Taxes, Depreciation and Amortization, 이자/법인세/감가상각비 차감 전 영업이익)와 더불어 기업이 본연의 영업활동을 통해 현금을 창출하는 능력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수익성 지표이다.
대부분의 기업은 기계장치나 공장 등에 대한 시설에 투자하거나 판매관리비 등 운영자금을 충당하기 위해 레버리지, 즉 금융권에서 차입을 한다. 기업입장에서 레버리지를 활용하는 이유는 자산을 통해서 벌어 들이는 수익과 강화된 판매관리로 창출할 수 있는 현금이 차입비용(이자)보다 크기 때문이다. 차입은 영업이익을 창출하기 위해 사용된 자산매입이나 판매관리를 위해 쓰였으므로, 영업이익의 규모는 차입으로 인해 발생하는 영업 외 비용, 이자비용까지는 최소한 충당할 수 있어야 정상적이다. 영업손실을 보고 있거나,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도 감당할 수 없다면 기업 본연의 판매활동으로 창출한 현금이 생산과 판매활동을 위해 쓰인 비용을 감당하지 못하고 있는 턴어라운드가 필요한 사업이다.
매출이 증가하기 시작하는 초기 성장 단계에서는 자산매입이나 판촉을 위해 레버리지를 일으켜도 매출이 영업이익 손익분기점을 달성할 수 있는 '규모의 경제' 수준에 이르지 못할 수 있다. 그러나 사업이 투자 당시의 계획과 다르게 영업이익을 창출하는 규모의 경제 매출에 지속적으로 도달하지 못하거나, 성숙기에 접어들어 안정적인 매출이 발생하고 있는데도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을 지불하지 못한다면 해당 사업은 빨간 불이 켜진 것이다. 이 상황에서 턴어라운드에 실패하면 사업의 존속 자체가 위협받게 된다. 재무적 관점에서는 추가적인 차입이나 증자가 필요한 '이익은 없고 매출만 있는 한계 사업,' 전략적 관점에서는 사업과 조직의 구조조정을 통해 이익창출 메커니즘을 재생시켜야 하는 '턴어라운드가 필요한 사업'이다.
그 사업에 투자한 것이 잘못된 결정이었거나, 실행과정에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사업이 정상 궤도에 올라서지 못했을 수도 있다. 영업손실과 영업 외 비용보다 영업 외 수익이 커서 현금 유출이 발생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기업의 이윤 추구라는 목적을 고려하면 자기 자본과 차입금으로 투자하여 제품이나 용역을 생산, 판매하여 창출한 현금이 비용을 감당하지 못하는 한계 상황에 이른 것이다. 그래서 기업이나 사업을 평가할 때 이자보상비율(ICR: Interest Coverage Rate, 영업이익/금융비용)이 1 미만이면 해당 기업이나 사업의 경쟁력이 없거나 약화되었다고 판단할 수 있다.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을 감당하지 못하는 턴어라운드가 필요한 사업은 기업 내외부의 다양한 변수들에 기인한다.
영업이익으로 차입 이자도 지불할 수 없을 때,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2023년 1분기 국내 상장사 중 이자보상비율이 1 미만인 기업이 전체의 43.8%에 이른다. 이자보상비율이 1 미만이면 잠재적 부실기업, 3년 연속 1 미만이면 경쟁력을 상실한 한계기업으로 평가한다. 경기침체라는 거시적 환경 변화로 인한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하기에는 우리 기업들의 체력이 너무 약해 보인다. 소비침체, 원부자재 가격 상승, 생산성 하락, 품질저하 등 내외부 환경 변화나 운영 효율성 저하가 매출하락이나 비용상승으로 이어졌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수입에 의존하는 원부자재의 원가비중이 높으면 환율, 물류, 수급 상황 등의 불안정성, 그리고 지속되는 기간에 따라 개별기업은 위험에 처한다. 운영체질 개선과 전략구매로 원가를 절감하고 월등한 품질로 원가상승분을 판매가로 전이시킬 수 있는 것이 경쟁력이다.
매출규모는 일정 수준을 유지하거나 증가하고 있는데 영업이익이 감소한다면 제품의 시장 위치를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원가경쟁력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우리 제품이 고객들로부터 외면받기 시작해 가격을 인하했을 수도 있다. 이 경우 매출은 유지되거나 증가될 수 있지만 영업이익률은 하락하거나 영업손실로 전환된다. 가격 할인 등 경쟁사 판촉으로 인해 단기적인 매출 하락이 발생해도 '이에는 이(Tit for Tat)'의 즉각적인 보복 전략을 취하는 것에는 신중해야 한다. 제품의 차별화 정도가 미약하다면 일정 부분 응수를 해서 시장점유율을 방어해야 하지만 무리한 가격 할인으로 브랜드 이미지가 손상될 수 있다. 가격은 내리기는 쉬워도 올리기는 어렵다. 그래서 전략이다.
뚜렷한 이유 없이 영업이익이 줄고 있다면 기업 내부에 존재하는 고객가치 창출과 전달 프로세스의 효율성, 그리고 관련된 팀과 구성원들의 협업능력을 점검해보아야 한다. 프로세스의 효율성이 떨어지거나 부서 간 능동적 협업이 이루어지지 못하면 우리 제품의 정교함은 떨어진다. 배송시간은 길어지고, 불량은 반복되고, 제품과 포장의 디자인 감도는 떨어지고, 고객 응대는 느려진다. 가치를 창출하고 전달하는 프로세스, 팀 또는 구성원들이 시장과 고객을 바라보고 있는 것이 아니라 내부적인 역학관계 속에서 파워게임을 하고 있거나 좌절하여 앉아 있을 수 있다. 사업을 턴어라운드 시키기 위해서는 역할과 책임으로 규정된 운영 프로세스를 정상화시켜야 한다. 그 첫 단계가 프로세스를 구성하는 사람과 조직부터 변화시키는 것이다.
영업이익이 감소한다고 영업사원을 질책하거나, 비용 절감만을 외치거나, 시장 탓만 해서는 턴어라운드 리더가 될 수 없다. 첫째, 동일한 제품을 생산하더라도 운영탁월성을 기초로 저비용 고효율의 사업구조를 만들기 위해 가치 창출과 전달 프로세스를 끊임없이 개선해야 한다. 운영탁월성이 사람과 프로세스에 내재된 원가우위 전략은 모방이 불가하고 스스로 개선을 반복하는 선순환을 한다. 둘째, 혁신을 통한 차별화된 가치 제안이 필요하다. 제품뿐만 아니라 배송, AS, 마케팅 등 경영활동 전분야가 혁신의 대상이다. 마지막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장하여 환경 변화에 대한 내성을 기르는 신사업 포트폴리오 전략도 병행해야 한다. 우산을 팔다가 양산도 팔고 소금도 팔 수 있어야 날씨 탓을 하지 않게 된다.
사업이 턴어라운드가 필요한 상황이 되면 일상적인 경영관리 활동과 리더십은 더 이상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다. 본원적인 원가경쟁력이 아닌 단기적인 비용 절감이나 구조조정으로 시간을 벌 수는 있어도 상황을 반전시킬 수는 없다. 현금 창출이 없으면 추가적인 시설 투자나 적극적인 마케팅 활동을 전개할 수도 없다. 조직 내 건전한 긴장감은 무기력함으로 바뀌고 오늘, 이번 달, 올해를 어떻게 버텨낼 것인지로 경영관리 활동의 초점이 이동된다. 악순환이 다시 시작되는 것이다. 턴어라운드 리더는 일상적 경영관리나 리더십을 넘어서는 구조적인 개선과 혁신으로 이익창출 메커니즘을 회생시키고, 내외부 이해관계자들의 신뢰를 회복하여 사업을 턴어라운드 시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