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순간들이 돌아서기 너무나 아쉬운 이 도시의 모습을 한눈에 담아두기 위해, 리스본의 도시 전체 풍경이 가장 잘 보이는 '상조르주성 전망대'로 향했다.
오르막길이 많은 걸로 유명한 리스본이지만 전망대로 향하는 골목골목의 풍경들마저 이곳에 계속 나를 붙잡아두려는 것만 같아 힘든 줄을 모르고 걷고 또 걸었다. (물론 전망대까지 가는 다른 편한 방법도 있다)
이런 골목들을 여러 번 오르고 또 오르다 보면,
드디어 만나게 되는 '상조르주성 전망대'
한참의 오르막 뒤에 도착한 전망대는 탁 트인 리스본의 풍경을 끝없이 보여주며 올라왔던 길의 고단함을 잊게 했고, 숨을 고른 우린 붉은 지붕들로 뒤덮인 리스본의 풍경을 한참 동안이나 넋을 놓고 바라보게 됐다.
테주강에서부터 이어지는 그림 같은 리스본의 풍경
티 없이 맑은 하늘까지 그리워진 리스본
'상조르주성 전망대'는 도시를 내려다보는 장소로도 멋지지만 성 내부 자체도 꽤나 넓어서 돌아보는 재미가 있다. 시원한 나무 그늘 아래서는 잠시 쉬어갈 수도 있고, 멋진 성곽을 따라서는 성 안의 구석구석을 둘러볼 수도 있었다.
성곽을 따라 걷던 길, 그리고 그 사이로 보이던 리스본의 한 조각 풍경
전망대에서의 풍경을 마음껏 느낀 우린 다시 리스본 시내로 내려와 '코메르시우 광장' 근처를 한 바퀴 돌아보기 전, 그냥 지나치며 성당의 겉모습만 봤던 기억이 아쉬운 '리스본 대성당'에 들어가 보기로 했다.
유럽의 성당에서 마주하는 특유의 경건한 분위기가 마음을 편안하게 한다. 그 경건함 속에 더 빛나 보였던 파이프 오르간(우)
종교는 (약간) 다르지만 성당 한편에서 잠시 눈을 감았다.
그리고 이 도시에 언젠가는 꼭 다시 오겠다는 다짐도 함께 하면서..
이렇게 리스본 대성당에게도 아쉬운 인사를 남기고 테주강 주변의 풍경들을 한 번 더 둘러보러 '코메르시우 광장'으로 향했다. 포르투갈의 경기가 아니고서는 사람이 많지 않았던 광장 한 편의 유로 라운지엔 토너먼트가 주는 긴장감 때문인지 한낮의 땡볕에도 불구하고 제법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프랑스-아일랜드의 16강전 경기, 아직 해가 지기 전인데 다들 그늘도 없는 곳에서 정말 대단하다..
바로 전날 16강 진출을 확정 지은 포르투갈의 수도 한복판에서는 여전히 축구가 한창이었고,
코메르시우 광장과 맞닿은 테주강 근처에도 낭만을 즐기는 사람들이 가득했다.
여기 모인 모든 이들이 만들어 낸 이 멋진 도시의 분위기를 우린 오늘밤이 지나면 더 이상 느낄 수 없겠지만, 언제든 그리워질 기억을 함께 한 것만으로도 감사할 일이다.
코메르시우 광장의 '아우구스타 개선문'
해가 점점 기우는 광장을 뒤로하고 이젠 우리의 여정을 마무리해야 할 시간이다.
아우구스타 개선문을 지나 해가 지는 골목을 뒤로하고 호텔로 돌아가는 길
여행의 마지막 날,
우린 호텔 디너 뷔페에서 아주 호사스러운 저녁을 먹기로 했다.
지금이야 위가 아팠던 뒤로 양이 아주 많이 줄었지만, 이때까지만 해도 그냥 앞에 차려져 있으면 끊임없이 먹던 시절이라..
여행 중 가장 비싼 밥값을 지불하고 안으로 들어섰다
시원한 맥주도 한 잔씩 주문하고, 정말 이것저것 많이도 먹었지만 이상하게 평소라면 잘 먹지도 않았을 음식이 제일 인상에 남았다. 그것은 바로 '초코타르트'.
나는 평소에도 단맛을 정말 싫어하는 사람이라 과일도 레몬은 좋아할지언정 바나나나 수박처럼 신(SOUR)맛이 전혀 없는 과일은 내 돈 주고 절대 사 먹지 않는다. 그러니 흔한 케이크류의 디저트들도 커피를 마실 때 곁들어 한두 입씩 먹는 정도지 그걸 찾아먹는 사람이 아닌데.. 이날 맛본 초코타르트는 완전 진한 다크초콜릿의 꾸덕함이 살아 있는 맛이라고 해야 할까? 달콤 쌉싸름하면서도 물리지 않는 맛에 깜짝 놀라 한 접시를 더 가지러 가기까지 했다.
맛있어서 문제였던 초코타르트, 사진 속의 한 판을 전부 다 가져오고 싶었지만 그럴 수는 없었다..(좌)
사진으로는 조금 먹은 척.. 입안 가득 살이 가득 차던 대구찜 요리가 아주 맛있었다(우)
이렇게 여행을 마무리한 다음날, 우린 각자의 짐을 열심히 챙겨 집으로 돌아갈 준비를 했다.
당시만 해도 인천과 리스본은 직항이 없던 때라 인천행 비행기를 타기 위해서는 리스본 공항에서부터 다시 런던의 히드로 공항으로 가야 했고, 그렇게 히드로 공항에서 인천행 비행기에 몸을 싣자 이 여행이 끝나간다는 게 비로소 실감이 났다.
갈 때도 잘 부탁해!(좌) 항로를 다시 돌리고 싶어요... (우)
최후의 만찬을 대하는 기분으로 열심히 먹어준 기내식, 나는 알쓰가 분명하지만 그래도 맥주는 한 캔 마셔줘야 한다
개인적으로 여행의 끝이 가장 와닿는 순간은 인천공항에 도착해서 입국장에 들어선 후 수하물을 찾기 위해 대기하는 시간이다. 벨트를 돌고 있는 내 캐리어를 집어드는 순간 모든 여행에 마침표가 찍히는 기분이랄까..
갑작스러운 결심으로 떠나게 된 2주간의 유럽여행이었지만 지금도 여전히 내 일상에서 아주 많은 위로들을 받고 있는 순간이다. 우연히 지나치는 미디어들을 통해 눈에 담았던 그곳들이 나오면 사진을 다시 한번 꺼내보며 그날을 추억해 보기도 하고, 다 내려놓고 싶을 만큼 힘든 찰나들이 오면 발길 떨어지지 않던 좋았던 기억들을 다시 떠올려 보곤 한다.
지금 당장은 여러 현실적 이유들로 다시 열 시간이 넘는 비행기를 타고 그리운 혹은 새로운 그곳들로 떠날 수는 없지만, 지난여름의 그 추억들이 처음이자 마지막은 아니길 늘 간절히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