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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ney Jun 20. 2023

매일 잘할 수는 없다지만..

지금 내가 다니고 있는 이 작고 소소한 회사는 별일이 없으면 8월 첫 주에 전 직원이 하계휴가를 떠난다.

연차 5일을 쓰며 일주일 정도 넉넉하게 사용하는 휴가도 사실은 올해가 처음인 걸로 알고 있는데..

(이렇게 말하기엔 입사한 지 이제 1년이 조금 넘었다. 마흔두 살에 신입이라니.. 20년을 대장만 하다가...)

'법정공휴일 연차대체'가 2022년부터는 불법인 상황이라(5인 이상~30인 (많이)미만이란 소리..) 합법을 위한 복지 개선이라고 하면 되려나??


지난 주말부터 이번 주말까지 하면 9일로 이어지는 휴가에 비행기도 타지 못하고 정한 휴가지는 '춘천'이다.

주인 잘못 만난 삼공이는 불과 석 달 전 전주-서울-강릉-전주까지 2박 3일 동안 1,000km를 넘게 달리느라 개고생을 했는데 이번에는 다시 춘천까지 가야 한다. 아마 이러다 주인보다 차가 먼저 퍼지지 싶다.




2022년 8월 3일 수요일,


전주에서 일행들을 차에 가득 태우고 춘천으로 향했다. (힘을 내, 삼공아!)

도착한 춘천에서는 유명한 집에 가서 닭갈비도 잔뜩 먹어주고 경치 좋은 카페에서 커피도 한 잔 마셨다.

사실은 말이 휴가지 모두가 축구를 보러 온 김에 쉬어가는 일정들이었다.


춘천에 왔으니 닭갈비에 막국수는 먹어 줘야지~ 그리고 역시 최고의 디저트로는 볶음밥이 국룰!


휴가를 핑계 삼아 춘천에 온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동안에도 몇 번이나 이 도시로 축구를 겸한 마실을 왔었고, 그간 춘천에 왔던 기억들을 돌이켜 보면 좋았던 기억들이 많아 오늘의 원정이 조금 설레기도 했다. 물론 경기의 결과까지 좋으면 더 좋겠지만..


쿠니모토 시키의 희망고문 이후 팀은 어쩐 일인지 패하지 않고 있었다.

하지만 지지 않는 것보다 '전북다운' 분위기를 좀처럼 살리지 못하는 게 문제였다.

경기 결과보다는 내용으로 인한 팬들의 불만이 점점 더 커져 가고 있었고, 그래서인지 내게도 삶의 거의 유일한 낙이었던 축구가 조금씩은 슬퍼지기 시작했다.


시즌 중반 강원의 분위기는 내내 하위권을 맴도는 듯했지만, 여름이 한창이던 무렵부터 점차 회복세를 보이더니 순위도 덩달아 상승하는 중이었다. 그런 강원을 만난 우린 '오늘은 좀 나아지길..' 하는 바람들을 가지고 경기의 시작을 기다렸다.

하지만 기대 속에 시작된 경기는 어쩜 이리 무기력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강원에게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전반은 그래도 어찌어찌 잘 버티나 싶었던 경기는 후반에 들어서면서 더 밀리기 시작했고, 두 골이나 실점하며 전체적인 분위기마저 끌려가고 있었다. 고생고생한 운전길이 허무할 만큼 이렇게 끝나나 싶던 경기는, 주어진 추가시간 7분이 다 끝나가던 바로 그 시점에 한교원 선수가 만회골을 넣으며 그나마 아주 작은 위안이 되었다. (득점한 볼을 바로 집어 들고 하프라인으로 뛰어가던 한교원 선수의 애잔한 표정엔 마음이 아팠다..)


본래 우리들의 계획은 경기를 이기고 기분 좋은 축배를 드는 거였는데..

아무튼 개운치 않은 마음들을 가득 안고 춘천에서의 1박을 그렇게 보냈다.

(2박 3일의 휴가가 경기 결과에 아주 많은 영향을 받은 것 같긴 하다)


그렇다고 하기엔 이틀째 날 표정이 너무 신나 보이는데.. 이건 그냥 브루어리에서 내 사랑 '타이타닉'을 만나 그런 걸로,




8월의 축구 일정은 사실 너무나 빡셌다.

8월 18일부터 치러지는 ACL(아시아챔피언스리그)에 참가하기 위해 일본으로 출국하는 것도 일이었지만, 그전에 주중과 주말로 이어지는 리그 경기를 네 경기나 치르고 나가야만 했다.

강원과의 경기에서 패한 뒤 홈에서 만난 울산과는 승부를 내지 못했고, 이어서 떠난 수원FC 원정에선 한 골차의 신승을 거뒀으며, ACL을 앞두고 직전에 만난 인천 원정에서는 좋은 분위기를 이어 토너먼트 대회까지 치르면 좋았을 것을 정말 탈탈 털리던 경기 내용으로 3:1의 패배라는 결과를 받아 든 채 일본으로 떠나야만 했다. 이렇게나 갈피를 잡기 어려운 팀의 경기를 최근에 본 적이 있나 싶을 정도로 보는 우리들의 마음도 끝없이 안타까워지는 요즘이다.


우승을 기대하지 않던 시즌이기도 했지만(그리고 해서도 안된다고 생각하는 시즌이다), 이 경기로 울산과의 승점은 9점까지 벌어졌고, 팬들의 불신은 이제 한계치에 다다르고 있었다.

매일 이기는 경기를 하라는 게 아니다. 우리 '전북다움'이 회복되기는커녕 점점 더 빛을 잃어가다 못해 무색에 가까워져 가니 그게 문제인 것이다. 팀의 경기 결과 하나로 일주일을 사는 게 팬들이다. 그 간절함을 그라운드에서도 늘 함께 느껴주길 바랄 뿐이다.



어디서든 최고의 자리는 올라서는 것보다 지키는 게 더 어렵다고 말하긴 했지만, 이렇게나 금세 곤두박질 치리라곤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그리고 팬들이 정말 원하는 건 최고의 자리를 지키는 것이 아닌, 그 과정들에서 보여준 '전북다움'의 끈끈함이란 걸 모두가 다시 한번 잊지 않고 기억해 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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