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말까지 숨 가쁘게 달려왔던 리그가 A매치 휴식기를 통해 잠시 쉬어 갔다.
부진했던 팀들은 다시 한번 결의를 다지는 시간이 됐고(물론 우리 팀 얘기다), 잘해오던 팀들은 지금까지 해왔던 것들을 잊지 말자며 더 힘을 냈을 것이다.
2022년 6월 19일 일요일,
휴식기를 보내고 만난 팀은 최근 몇 년 간 우리와 우승 경쟁을 하고 있는 '울산현대'다.
(올해는 아닌 게 확실한 것 같습니다만..)
울산은 3라운드부터 올라선 1위의 자리를 굳건히도 아닌 정말 철통처럼 지키고 있었으며, 우린 2위도 아닌 더 밑에 언저리에서 아주 소소하게 조금씩 상승세를 바라고 있는 중이었다.
올 시즌 처음으로 만났던 지난 홈에서의 맞대결에서는 쓰라린 패배를 했기 때문에 경쟁은 아니더라도 오늘의 경기에선 지고 싶지가 않았다.
그래서인지 어쩌면 휴식기동안 팀이 조금은 달라졌을 거라는 기대감을 가지고 울산으로 향했다.
하지만 안팎으로 팀의 분위기는 여전히 뒤숭숭했다.
이제는 고질병이 된 것 같은 들쑥날쑥한 경기력은 개선될 줄을 모르고 있었고, 계속되는 팬들의 외침에 구단은 점점 눈과 귀를 닫아가는 것만 같았다. 여기에 언론까지 더 부채질을 하고 있었으니 일부 선수와 감독 간의 불화설이 마치 모두 다 사실인 양 보도까지 되고 있었다(물론 이중엔 진짜 사실도 있었다..).
그런 이슈 가운데는 감독의 전술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인터뷰를 일본 언론과 했던 쿠니모토도 있었다.
개인이 가진 기술로는 리그 최고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는 쿠니모토가 경기에 제대로 기용되지 못하자 이런 인터뷰에 뼈와 살이 붙어 더 일파만파 퍼지기도 했다. 그러던 5월 중순, 포항과의 경기에서 오랜만에 선발로 나선 쿠니모토는 팀에 귀한 득점까지 만들어 냈고, 그 결과로 다수의 팬들은 감독을 더 매섭게 몰아치고 있었다.
이런저런 잡음은 뒤로 하고, 이렇게나 한 번 제 폼이 올라오면 보란 듯이 해내던 쿠니모토가 오늘의 선발 명단에도 이름을 올렸다. 그리고 긴장과 기대감 속에 시작된 경기는 정말이지 휴식기에 결의를 제대로 다지고 온 듯 한 모습이었다.
경기가 시작되자마자 몰아치던 공격은 전반 17분, 울산만 만나면 날아다니던 바로우가 팀의 선제골을 만들어 내기 시작하더니 이후 3분 만에 쿠니모토가 팀의 두 번째 골까지 성공시키며 기세를 잡고 있었다.
아직 시간이 많이 남긴 했지만 오늘의 분위기는 평소와 달랐다. 질 수 없는 정말 그런 분위기가 확실했다.
김상식 감독이 말한 '화려한 공격 축구'가 실현되면 바로 이런 모습이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그러기를 채 10분이 지나기도 전에 오늘의 경기에서 절정의 개인 기량을 보여주던 쿠니모토가 팀의 세 번째 골이자 쐐기골까지 만들어내게 되는데..
전반 30분이 채 지나기도 전에 만들어진 3:0이라는 스코어로 원정석엔 감격과 환호가 가득 찼다.
아마 다득점의 기쁨보다는 지금 우리의 서러운 마음들이 터져버린 게 더 큰 이유였을지도 모를 일이다.
비록 전반 종료 직전 한 골을 실점하긴 했지만, 팀은 이날 정말 오랜만에 '기분 좋은' 승리를 거뒀다.
그리고 우리의 축구 천재 쿠니모토가 살아나 정말 다행이라며, 지금처럼만 꾸준히 잘해주면 더 바랄 게 없겠다는 마음으로 (우승 경쟁은 의미 없지만) '이제 우리의 분위기도 조금씩은 나아지겠구나' 하며 기대하고 있었는데......
이어진 7월의 첫 경기에서도 보란 듯이 득점을 올린 쿠니모토는 그로부터 일주일이 채 되기도 전에 축구와는 아주 별개의 문제로 대형사고를 치고 뉴스에 등장했다. 바로 '음주운전'.
사회 통념적으로도 당연히 용서가 되지 않는 일일뿐더러, 이건 뭐 어떻게 편을 들자고 해도 들 수 없는 일이었다. 진짜 나쁜 놈 같으니라고.. 그렇게 잘한다, 잘한다 했더니.. 이렇게 뒤통수를 치다니...
결국 구단은 연맹의 징계와 별개로 7월 13일, 쿠니모토와의 계약 해지를 발표했다..
근데, 이늠시키야, 이렇게 사고 칠 거면 희망고문이나 하지 말지 그랬어,
진짜 화가 난다, 화가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