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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은, 새드엔딩..

by Honey




2023년 5월 4일,


축구일기가 멈춰진 지 한 달 만에 마주하게 된 소식,

'김상식 감독 자진 사퇴'




2009년,

동국이형의 손을 잡고 전북으로 함께 왔을 때, 오늘의 결말을 예상한 사람은 아마 아무도 없었을 것이다.

환영받지 못했던 두 노장 선수는 우려와 달리 팀의 새로운 역사를 함께 만들기 시작했고,

그렇게 선수로서 5년 동안 두 번의 리그 우승을 함께 했으며,

이후 2014년부터는 팀의 코치로서 오랜 기간 전북의 벤치를 지켜오기도 했다.

그리고 팀의 레전드로서 아무도 의문을 제기하지 않는 수순으로 감독의 자리에 오르기까지..


퇴 기사를 접하고는 종일 멍해졌다.

지금의 상황이 괴롭긴 했지만 끝났다는 개운함은 없었고, 마음은 더 복잡하게 뒤엉키기만 했다.

분명 지금보다 서로가 더 아름답게 이별할 기회가 있었을 텐데..

어디서부터 어긋나기 시작한 게 15년에 가까운 동행까지 물거품이 되게 만들었을까..




지난 한 달은 '잔혹동화'가 분명했다.

숨 쉬는 일처럼 나는 계속 축구장에 가야 하는데, 축구장에 가면 매일 눈물부터 났다.

침묵하는 팬들, 그 버거움을 안고 뛰는 선수들, 그리고 소통하지 않는 구단..

마음이 아픈 건 분명했지만 그렇다고 벗어날 수는 없었다.

그저 계절처럼 우리에게도 따뜻한 봄이 오기만을 내내 바라며 견딜 뿐..


그리고 그 끝에 봄이 오긴 왔건만......




비가 세차게 쏟아지던 어린이날,

우린 다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눈에 고이던 것이 빗물인지 눈물인지 모를 90분이 지나고, 우린 더 큰 목소리를 선수들에게 보냈다.

그간 서로의 힘든 시간들을 각자의 자리에서 견뎌낸 게 서럽고 미안해서..

그리고 다시는 같은 시간들이 반복되지 않길 바라면서...




마지막으로,

상식이형,

그동안 정말 고생 많았어요..

살아가는 날들의 가장 차가운 겨울은 이미 다 지나갔길 바라며, 앞으로의 날들은 매일이 더 행복해지길..










<축구일기는 계속 이어집니다. 다시 시작될 그때 그 이야기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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