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년 만에 리그 우승을 거머쥔 울산과의 승점은 3점 차를 기록한 채 순위표의 두 번째 자리에서 리그를 마무리하게 됐다. 여러 우여곡절들이 있었지만 안팎으로 넘치던 소란스러움에 비하면, 리그 2위라는 순위도 아주 준수한 결과라고 생각하는 바다. 더욱이 리그 마지막 경기에서는 조규성 선수가 멀티골을 기록하며 유력한 후보였던 제주의 주민규 선수를 밀어내고 리그 득점왕을 차지하게 되면서 나름 유종의 미를 거뒀다. (전북에서 득점왕이 나온 건 2009년 동국이형 이후로 처음이었다)
여러 부분에서 많은 아쉬움들이 남긴 했지만, 사실 우리의 시즌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연장전에서의 극적인 승리를 거두며 진출한 FA컵 결승 1,2차전이 아직 남아 있기 때문에..
팀은 2014년 리그 우승을 이룬 뒤로 지난 시즌까지 매 해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고 있었다.
(리그 우승 7회, 아시아챔피언스리그 1회)
그로 인해 과연 올해까지 9년 연속 우승 기록을 세울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모두의 관심이 집중됐고, 그 중요한 마무리를 앞둔 FA컵 결승전의 상대로는 'FC서울'을 만났다.
2022년 10월 27일 목요일,
FA컵 결승전 1차전은 서울에서의 원정경기였다.
최근의 상대전적이 비교적 좋았던 편이기에 사실 크게 마음을 졸이지는 않고 있었는데, 그간의 마음고생과 유난히도 빡셌던 후반기의 경기 일정들에 대한 피로들이 쌓인 탓일까..
경기 시작 2분 만에 실점을 허용하며 초반부터 밀리기 시작하던 경기는 금세 추가 실점까지 내어주며 좀처럼 힘을 쓰지 못하고 있었다. 그나마 다행으로 전반 종료 직전과 추가시간에 만회골과 동점골을 성공시키며 경기의 균형을 맞추고 1차전을 무승부로 끝내긴 했으나, 오늘 같은 경기력이라면 다가올 2차전이 벌써부터 불안해지고 있었다.
2022년 10월 30일 일요일,
FA컵 결승전 2차전이자 오늘의 경기로 시즌의 모든 것이 결정되는 날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1차전의 무승부가 원정 득점이었기에 아주 근소하게 우리가 유리할 수도 있다는 점이지만.. 사실 가뿐한 승리 뒤에 우승을 하면 될 일이다.
<FA컵 결승 2차전을 준비하던 지난밤에 우리나라에선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가슴 아픈 일이 벌어졌다. 너무나 많은 꽃다운 청춘들이 허망한 죽음을 맞이했고, 여러 번의 위험한 신호들이 계속 됐음에도 불구하고 결국엔 어느 누구 하나 그들을 지키지 못했다>
다소 무거운 분위기 속에서 시작된 2차전은 1차전에서의 우려와 달리 경기 초반부터 기세를 잡기 시작했다.
경기 시작 10분 만에 바로우가 선제골을 기록하더니 전반이 종료되기 직전, 세계적인 스타로의 발돋움을 내딛기 시작한 조규성 선수가 팀의 두 번째 골까지 만들어 내며 경기의 주도권을 확실히 가져오고 있었다.
비록 후반에 한 골을 내어주긴 했지만 경기 종료 막판, 조규성 선수가 멋진 돌파 끝에 쐐기골을 만들어내며 결국엔 FA컵 우승컵을 들어 올리게 되면서, 한 해를 건너뛴 2년 만이자 FA컵 대회 출범 이후 최다 우승인 통산 5회 우승의 기록까지 세워지는 순간이었다.
비록 온 나라가 커다란 슬픔에 잠겨 있는 만큼 요란한 폭죽과 화려한 꽃가루 없이 진행된 시상식이었지만, 그런 건 사실 없어도 그만이다. 그리고 당연히 모두가 함께 기억해야 할 일임이 분명하기도 하고..
지난 2021년을 보내며 내년 시즌엔 더 단단해져 있을 우리를 기대했었다.
하지만 이번 시즌을 돌이켜 보면 뭔가 사소한 어긋남이 아물기는커녕 점점 더 커져만 간 것 같다.
우리의 수장이 단상에 올라가 수상을 하는 순간에도 박수와 야유가 섞어져 나오는 걸 보면 지금의 상황을 그냥 모른 척 하기엔 이미 서로가 너무 먼 길을 와버린 것 같은데..
오늘의 우승으로 팀은 9년 연속 우승이라는 기록을 유지할 수가 있게 됐다.
하지만 서로가 서로에게 진심 어린 축하를 할 수 없는 이 순간들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얼굴은 웃고 있지만 씁쓸한 마음들이 한편에 자리 잡고 있는 지금이 과연 우리 모두에게 행복한 시간들이 맞기는 한 걸까..?
이렇게 돌려진 등을 다시 마주 볼 수 있도록 하는 게 불가능한 일이라면,
정말 어쩌면 지금이 서로가 아름답게 이별할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다시 또 시작될 새로운 시즌엔 그래도 아름다웠던 마지막 순간들로 서로를 기억할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