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사유 궁전과 몽마르트르 언덕
어린 시절 TV에서 '베르사유의 장미'라는 만화영화를 방영한 적이 있었다.
본방사수까지는 아니어도 어렴풋이 봤던 기억이 있긴 한데.. 내용은 사실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다만, 화려하게 눈길을 사로잡았던 (지금 보면 촌스러운) 만화영화 속의 비주얼들이 옅은 잔상으로 남아 있다.
그렇게 아예 다른 세계라고만 여겨졌던 만화영화 속의 공간,
파리의 주말에 우리가 들르기로 한 곳은 바로 베르사유 궁전이다.
베르사유 궁전에 가까이 다다르며 얼핏 보이는 풍경만으로도 그 엄청난 규모를 짐작할 수가 있었다.
(베르사유 궁전은 태양왕이라 불리는 루이 14세가 유사 이래 가장 화려한 궁전을 지을 것을 명령하며, 자신의 강력한 권력의 상징으로 지은 궁전이다. 파리에서 베르사유로 궁전을 옮긴 뒤 매일 수백 명의 귀족들과 연회를 열며 귀족들의 힘을 나약하게 하려고 했으나, 결과적으로는 프랑스혁명을 일으키는 불씨가 되고 만다)
파리 여행 중 유일하게 기다림이 있던 곳이었다. 주말을 맞이한 여행객들이 많았고, 우리도 제법 오랜 시간(20~30분 정도)을 기다린 끝에 입장을 할 수가 있었다.
궁전의 내부는 루이 14세가 꿈꾸던 '절대 권력이 그대로 실현된 곳' 다웠다.
루브르를 사용하던 시절 너무 커서 어찌 돌아다닐까 싶던 걱정이 기우였을 만큼 베르사유도 컸고, 화려함은 더했다.
궁전의 내부를 구경하는 일도 어마어마했지만, 궁전보다 더 큰 외부 정원은 쉽사리 다 돌아볼 수 조차 없었다.
오락가락하던 날씨를 핑계로 정원은 그 규모에 감탄하며, 한눈에 빙 둘러 담아 오는 선에서 발길을 돌렸다.
그리고 너무나 아쉬운 파리에서의 마지막 날,
포르투로 이동하기 전 우린 꼭 들러보고 싶었던 몽마르트르 언덕에 가기로 했다.
여기서 한 가지 재밌는 에피소드가 있었던 게, 우린 분명히 구글에 '몽마르트르'를 찍었는데 도착한 곳은..
왠지 모를 스산한 분위기가 풍기는 '공동묘지'였다.
사실 우리가 아는 몽마르트르 언덕을 가려고 지도에 이름을 그대로 검색하면 이곳이 나온다.
아무튼 남의 묘지들을 한 바퀴 둘러본 뒤 큰길로 나와 길을 물어보면서 우리가 원하던 '진짜'로 향했다.
그리고 드디어 만났다.
파리의 모든 순간들이 좋았지만, 가장 좋았던 시간이 아니었나 싶다.
파리 시내가 한눈에 보이는 곳에서, 기타를 치며 노래 부르는 사람과, 그 노래에 맞춰 흥에 겨운 사람들, 그리고 그 가운데 우리도 같이 앉아 미리 준비한 맥주까지 한 캔 마시고 있자니 그야말로 정말 낙원 같았다.
(상자에 맥주를 넣고 다니며 파는 사람들이 이곳에도 많긴 하지만 엄청나게 비싸다. 그래서 우린 마트에서 미리 사가지고 갔다)
이날 저녁 우린 포르투로 향하는 비행기를 타기 위해 파리를 떠나야 했지만, 돌아서는 발걸음까지도 쉽게 떨어지지 않을 만큼 계속 머무르고 싶던 순간이었다..
누군가는 파리에 와서 실망만 잔뜩 하게 되면서 병까지 생겼다고 하지만, 내게 파리는 짧은 시간이 아쉬울 만큼 곳곳이 멋지고 아름다운 도시였다. 파리행 비행기에 다시 몸을 실을 수 있는 날이 언제든 다가온다면, 주저하지 않고 다시금 떠나고 싶은 도시일만큼..
그러기에 이제는 돈도, 시간도, 체력도 문제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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