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2.20.
‘학교 가기 싫다.’, ‘요즘 애들은….’, ‘스트레스받는다.’, ‘힘들다.’ 학교로 출근하기 전, 퇴근한 후, 습관처럼 툭툭 던지는 말들이다. 한 교사는 열의 없는 직장인이 되어 밀려드는 업무와 곤란한 학생을 마주하며 괴롭다, 못 해 먹겠다, 입 밖으로 내뱉는다. 이 교사의 말에는 가시가 있어 학교가 괴로운 공간이길, 교사가 고단한 직업이길, 자신이 그런 진흙탕 속에 허우적대고 있길, 바라는 것 같다.
누군가가 한 교사에게 말했다. ‘뉴스 보니까 요즘 애들 아주 건방지고 못됐던데요. 교사하기 너무 힘들겠어요. 애들은 역시 때려가며 키워야 하는 건데.’ 그제야 그 교사가 깜짝 놀랐다. 요즘 애들, 그렇게 못되기만 한 건 아니에요. 교권이 추락했다고, 그래도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에요. 학교는, 뉴스에 나온 것처럼 삭막하고 전쟁 같은 곳만이 아니라 따뜻하고 사랑이 넘치는 곳이기도 해요.
글을 써야겠다. 다정하고 온화한 학교의 일상을 글로 공유해야겠다. 무심코 놓쳤던 고마움을 일기로 남겨야겠다. 뉴스에서는 학교의 따뜻함을 알려주지 않으니까. 습관처럼 힘들다는 말을 던지는 교사는 사실 자신이 얼마나 행복한 사람인지 알지 못하니까.
30대_고등학교_비담임_교무기획부
오늘은 학교의 축제날이었다. 담임 선생님들이 많이 고생하는 날이기도 하다. 운이 좋게도 올해 담임을 하지 않는 나는 이 축제를 온전히 즐길 수 있었다. 오전에 일을 정리하고 있는데, 웬 꽃다발 하나가 책상 위에 올려졌다. 축제 부스 중에서 꽃다발을 파는 부스가 있었는데, 부장님께서 우리 부서원들 주려고 여러 개를 사 왔다고 했다. 그 말을 듣고 짝지 선생님과 축제 구경을 하기로 하고, 10시 반쯤 학생들 교실을 돌았다. 이것저것 사 먹고, 게임도 하고, 재고 땡 처리로 호빵도 3 봉지 샀다. 부스가 12시에 끝나는 줄 알았는데, 11시에 끝나는 거여서 대부분 마감 직전이다 보니 음식을 공짜로 주는 반도 있었다.
오후에는 공연 구경을 갔다. 평소 수업할 때 교실에 앉아 있던 학생들이 춤추고 노래하는 모습을 보니 신기했다. 옆에 선생님이 '요즘 애들은 왜 다 잘해?'라고 말씀하셨다.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했다. 나 때는 공부 잘하는 애들이 무대 끼까지 있었던 일은 거의 없었던 것 같은데, 요즘 애들은 공부 잘하는 애가 춤도 잘 추고, 노래도 잘하고, 센스도 있다.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으며 풍족한 어린 시절을 살아온 아이들의 결과인 것 같아 기분이 좋으면서도, 앞으로 이 아이들이 살아갈 미래가 지금처럼 풍족할까 싶어 걱정이 되기도 했다. 무대가 끝나고 내려온 학생들이 자기 무대 봤냐며 애교를 부렸다. 귀엽고 예쁜 아이들이다.
사실 나는 소심한 편이라 지금까지 학교 축제를 잘 즐긴 적이 없다. 마음은 학생들과 떠들며 부스에서 음식 사고 게임도 하고 싶고, 공연에 열광하며 응원도 하고 싶다. 심지어는 내가 직접 무대를 나가보고도 싶다. 하지만 마음과 다르게 나는 언제나 축제날이 되면 교무실에 앉아서 일만 하거나, 학생들 지도만 했다. 아이들이 나에게 와서 음식 사 달라, 게임하러 와라, 같이 축제 나가자, 이렇게 말을 해도 부끄러움에 포기하곤 했다. 그런데 오늘은 그 축제를 100%는 아니어도 어느 정도 재밌게 즐겼다. 나를 데리고 다녀 준 선생님들 덕분이다. 언젠가는 축제를 100% 즐기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이왕이면 무대도 나가보고.
충분히 재미있었으니 아무튼 오늘은 이걸로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