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단비 Feb 16. 2024

사랑받고 싶은 선생님

학교 3

우리 학교에는 생물 선생님이 나를 포함해서 2명 있다. 서로 수업 스타일도, 성격도, 수업 시간에 만나는 학생들도 전부 다르다. 3학년 학생의 생물 수능 문제 풀이를 지도하던 어느 날이었다. 그 학생이 우리 학교에서 생물 잘하는 학생이 누구인지 이야기해 줬는데, 그때 현민이의 이름을 듣게 됐다. 학생의 말에 따르면, 현민이는 다른 생물 선생님을 무척이나 좋아하고, 원래 공부에 흥미가 없었는데 그 선생님 덕분에 생물만큼은 열심히 공부한다고 한다. 그래서 생물을 잘하는 학생 이름에 오를 정도가 되었다고. 현민이는 ‘생활과 과학’이라는 과목을 나와 함께 하는 학생이었는데, 사실 나와는 수업에서 그렇게까지 라포가 형성되어 있지 않았다.


은근히 질투가 났다. 그 선생님은 도대체 뭘 어쨌길래 현민이의 사랑을 받는 걸까? 나도 같은 생물 선생님인데 나는 왜 현민이와 라포를 형성하지 못한 걸까? 나는 그 선생님보다 학생들에게 매력 있는 선생님이 아닌 건가? 이런 잡다한 생각들이 자꾸 머릿속에 떠올랐다. 자꾸 떠오르는 생각에 허우적대다 보니, 이제는 내가 못나 보였다. 소심하고, 매력 없어 보였다.


나는 왜 현민이의 사랑을 받지 못해 다른 생물 선생님을 질투했을까? 어쩌면 나는, 모든 학생에게 사랑받는 선생님이 되고 싶었던 모양이다. 왜? 굳이? 나는 왜 모두에게 사랑받고 싶어 하는 걸까? 아마도 내가 날, 사랑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내가 날 사랑하지 않으면 타인의 사랑을 갈구하게 된다. 나는 날 사랑하지 못해서 학생의 사랑을 좇게 되었다. 늘 학생의 사랑을 좇다 보면, 눈치 보며 여유롭지 못한 태도가 무의식적으로 드러난다. 언젠가 내가 한 학생에게 ‘다른 애들 눈치 보지 말고 선생님 뜻대로 하라’는 말을 들었던 것처럼, 나는 티를 안 낸다고 생각해도 부족한 자존감이 전부 드러난다. 아이들이 눈치챌 만큼. 그런 티가 나는 교사에게 아이들은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 스스로 사랑하지 못해서 학생의 사랑을 갈구하고, 미움받을까 봐 종일 전전긍긍하는 교사에게 학생들은 의지하지 못할 것이다. 아무것도 배울 수 없을 것이다.


진정으로 학생을 교육하고 싶은 교사라면, 우선 자존감을 키워야 한다. 학생을 진심으로 사랑하기 전에 교사가 먼저 자신을 마음 깊이 사랑해야 한다. 타인의 평가를 의식하지 말고, 남들과 비교도 하지 말고, ‘내’가 ‘나’를 사랑해야 한다. 교사가 자신을 오롯이 사랑해야 학생들에게 오롯이 사랑을 베풀 수 있고, 교사가 높은 자존감으로 우뚝 서 있어야 학생들에게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나’를 사랑하는 것은 교사 자신을 위한 것이자, 학생을 위한 것이기도 하다.




사랑받고 싶지 않은 선생님은 아무도 없다. 크든 작든, 학생의 사랑은 언제나 교사를 행복하게 한다. 하지만, 그 행복은 자신을 사랑하는 선생님들만이 온전히 누릴 수 있다. 자신을 어여쁘게 여겨야만 학생에게 사랑을 주고, 또 받을 수 있다. 학생의 사랑을 온전히 즐기고 누리는 선생님은, 학생에게도 사랑을 베풀 수 있는 훌륭한 선생님이다. 그러니 학생의 사랑은 얼마가 되었든 누리며 행복한 것이 좋다. 그러기 위해서 나는 나를 사랑해야 한다. 나를 향한 온전한 사랑으로 단단하게 서 있어야 한다.




학생들을 진정으로 교육할 수 있는 훌륭한 선생님이 되자. 사랑받고 싶은 선생님이 아닌, 사랑하는 선생님이 되자.

작가의 이전글 생물적으로 생각한다는 것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