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시작

해는 집으로 돌아갔지만, 내 하루는 이제 막 시작했다.

by 단비

퇴근길, 낮게 기운 햇살이 정면에서 쏟아져 눈을 제대로 뜨기조차 힘들었다. 순간순간 눈을 찡그리며 걷다가, 지하철 안에 들어서자 햇빛은 금세 잊혔다. 그리고 한참을 흔들리며 이동하다가 지상으로 올라오자, 싸늘한 밤공기가 밀려들었다. 낮의 눈부심이 흔적도 없이 사라진 게 이상했다.


사람들은 집으로 향하는 발걸음을 재촉했지만, 내 발길은 거꾸로 공연 연습실로 향했다. 문을 열자 좁은 공간에 형광등 불빛이 쏟아졌다. 오래된 악기 냄새와 가볍게 울리는 피아노 소리가 나를 맞았다. 무대에 서기 전의 밤은 언제나 땀과 소리로 가득 찼다. 나는 무대 위를 상상하며 목소리를 꺼낼 준비를 했다.


“그래, 지금부터가 진짜 시작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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