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늘 보이지 않는 것에 이름을 붙인다.
바람이 그렇다. 눈에는 잡히지 않는 공기의 흐름일 뿐인데, 이름을 얻는 순간 바람은 존재가 된다. 스치듯 다정하게 우리를 쓰다듬기도 하고, 거칠게 몰아쳐 상처를 남기기도 한다. 이름은 보이지 않는 것을 감각으로 바꾸는 주문 같은 것이다.
감정도 마찬가지다. 기쁨, 슬픔, 분노, 그 어떤 것도 눈으로 볼 수는 없다. 그러나 이름이 주어지는 순간, 감정은 형체를 얻는다. 기쁨은 달콤하고 가벼운 감각으로, 슬픔은 차갑고 쓸쓸한 기운으로, 분노는 불처럼 타오르는 느낌으로. 이름이 붙은 감정은 우리를 더 높이, 더 깊이 흔든다.
때로는 생각한다. 이름이 없었다면, 우리는 이토록 괴롭지 않았을지도 모른다고. 하지만, 보이지 않는 것에 이름 붙이고 온전히 감각하는 것. 이것이 인간의 본성이 아닌가도 생각한다. 이름이 있기에 우리는 슬픔 속에서도 아름다움을 보고, 분노 속에서도 뜨거운 생의 증거를 느낀다. 글과 그림, 음악과 노래, 모든 창작은 결국 그 이름과 감각에서 태어난다.
그래서 나는 이름을 사랑할 수밖에 없다. 환상처럼 아름다운 이름도, 절망처럼 쓸쓸한 이름도. 그것들이 불러내는 모든 감각이 나를 흔들고, 나를 살게 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