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이란 게, 결국 제일 나쁘다.
우리는 언제나 기억을 믿는다. 과거의 장면을 떠올리며, 그것이 진실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기억은 그때의 사실을 온전히 기록하지 않는다. 시간이 조금만 지나도 기억은 모양을 바꾸며, 사실을 지우고 감정을 남긴다. 놀라웠던 공기, 서운했던 말투, 막연히 느껴졌던 불안… 그런 조각들이 섞여서 만들어진 허상. 우리는 그걸 ‘기억’이라 부른다.
그래서 기억은 언제나 불완전하다. 두 사람의 같은 사건은 서로 다른 장면으로 남는다.
한 사람은 웃었다고 기억하지만, 다른 사람은 그 웃음을 비웃음으로 느낀다.
누군가는 상처받았다고 말하고, 누군가는 자신이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고 부정한다.
그 작은 차이들이 결국 사람과 사람 사이를 갈라놓는다.
기억은 우리를 위로하는 척하면서, 교묘히 편집한다. 잘못을 줄이고, 억울함을 키우고, 때로는 없는 고통을 덧입힌다. 우리는 진실보다 기억을 더 신뢰하고, 그만큼 더 오염된다.
나는 가끔 생각한다. 세상에 ‘정확한 기억’은 단 한 조각도 존재하지 않는 것이 아닐까, 차라리 우리의 기억이 그저 전산에 등록되고 마는 것이라면 낫지 않을까, 하고.
하지만 인간은 기억하는 존재다. 우리는 조금씩 왜곡된 잔상을 붙잡고 사는 존재다.
기억이란 게, 그래서 제일 나쁘다. 진실을 말하지 않으면서도, 늘 그럴듯하게 말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