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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두는 Sep 02. 2023

#1하루 14시간 일하는, 게으른농담 지기님의 서사

오전엔 농부, 오후엔 공간지기.

 


#세상에서 도망치다     


 세상에서 도망쳐 숨어 지냈어요. 몇 년간 하우스에 숨어 앞만 보고 살았어요. 그러다 사고를 당해 거의 죽을 뻔했죠. 그때 생각했어요. ‘이렇게 앞만 보고 살아선 안 되겠다. 세상에 조금씩 나가보자.’ 조금씩 용기를 내보기로 했어요.



#널브러진 책 더미


  정신을 차리니 주변엔 책들이 널브러져 있었어요. 책장을 만들었어요. 그리고 책장을 둘 공간을 만들었죠. 어려서부터 목수 일을 해와서 큰 어려움은 없었어요. 책장에 책을 한 권씩 꽂기 시작했고, 아지트가 됐어요. 그 아지트가 바로 이곳, ‘게으른 농담’이에요.     



#사적 공간이 공적 공간으로


  친구들과 만나며 세상과 소통하기 시작했고, 친구의 권유로 공간을 오픈했어요. 메뉴 3개에 영업시간도 제멋대로. 그냥 시작했어요. 처음엔 낯선 사람에게 차 한 잔 건네기도 떨려서 손을 덜덜 떨었어요. 손님이 왜 그렇게 떠냐고 물어보실 정도로요. 이제 수많은 추억이 생겼고 오랜 단골손님이 생겼어요. 그리고 한 사람, 평생을 함께할 아내가 생겼습니다.     



#아마추어의 삶


  저는 프로가 아니에요. 모든 면에서 아마추어예요. 취업 한 번 해본 적 없어요. 어쩌면 세상에 어울리지 않는 사람일 수 있죠. 아버지는 한때 저를 위태롭게 보기도 하셨지만, 현재는 제 선택을 응원해 주세요.


#불안을 이겨낼 수 있었던 이유


  첫째는, 가난과 성공은 상대적인 거라 생각했어요. 돈을 많이 버는 것보단 필요한 것을 줄이는 쪽을 택했어요. 어려서부터 시골에서 자라 경쟁심이나 출세에 대한 욕망이 적기도 했죠. 둘째는, 체념과 포기예요. 삶은 갈등과 문제 해결의 연속이라 생각해요. 시련이 반복될 수밖에 없죠. 그게 기본 세팅 값이라 생각했어요. 인생은 게임이고 스스로를 플레이어라고 생각하는 거죠. ‘어차피 게임인데 뭐.’하고 퀘스트 깨듯 살아가는 거죠.     


#달과 6펜스, 14시간 일하지만 행복한 이유


  ‘현실과 이상’, ‘돈과 환기’, 두 가치의 밸런스가 중요하다 생각해요. 게으른 농담은 제게 환기예요. 삶은 ‘달과 6펜스*’라 생각해요. 달은 이상, 6펜스는 현실이죠. 이곳은 제게 달과 같은 공간이에요. 일상의 환기를 통해 에너지를 충전하는 곳이죠.      

( * 달과 6펜스:   프랑스 후기 인상파 화가 폴 고갱을 모델로, 중년의 사내가 달빛 세계의 마력에 끌려 6펜스의 세계를 탈출하는 과정을 그린 서미싯 몸의 소설 )



#각자의 방법                             

                          

  20년 넘게 일기를 써왔어요. 삶을 환기하고, 충전할 수 있는 각자만의 방법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게 두 번째 방법은 일기였어요. 첫 번째 일기장은 1999년에 쓰였어요. 끊임없는 자기 객관화를 통해 돌아보고, 정의하고, 반영하며 살고 있어요.         







                              

앞으로 새로운 목표는 크게 없습니다.      

악기 하나 배우지 못한 게 한이었는데,

좋아하는 일을 지키는 게

더 중요하다 생각해서 포기했어요.           

          

이미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어요.

앞으로도 제 삶에 채워진 좋아하는 것,

그것들을 유지하고 가꾸며 살고 싶어요.      


그게 저의 행복이자,

제가 살아가는 방법입니다.     




  (인스타그램 @modune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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