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모두는 Sep 02. 2023

#3 평범함을 꿈꾸는 청년, 슬기님의 서사

2교대 생산직 10년차



#열아홉우연한 시작

  전문계 고등학교였는데, 생산직 공고가 났어요. 담임선생님께서 대기업이니 접수라도 해보라 하셔서 자소서를 썼었죠. 어느 날 수업 시간에 갑자기 얼른 옷을 갈아입으라 하시는 거예요. 당장 면접 보러 가야 한다고요. 얼떨결에 급히 옷 갈아입고 선생님 따라 면접을 보러 갔는데, 합격을 해버렸어요. 당시 미용에 관심 있어 학원도 다니고, 대학 원서도 접수해 놓은 상태였어요. 그런데 합격해 버려서 진로 고민할 겨를도 없이 입사를 했어요.     



#2교대 생산직, 10년의 이어짐

  고등학교 때 아무것도 모르고 얼떨결에 입사한 게, 벌써 10년이네요. 사실 1~2년만 다니며 목돈 모아 나오잔 생각으로 입사했어요. 그런데 진급이 된 거예요. 진급되니까 월급도 오르고, 적응도 되어가니 안정을 포기하고 싶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조금만 더 다니자 했던 게 10년이 됐어요.     



#불안한 안정

  주변에선 10년 차면 이젠 삶이 안정적이고 행복할 거란 시선으로 많이들 봐요. 그런데 사실 저는 굉장히 불안한 면이 많아요. 시력도 안 좋고, 생리 불규칙, 역류성 식도염을 달고 살아요. 최근에 이상 증상이 있어 산부인과에 갔더니, 진단이 ‘2교대라 그래요.’였어요. 몸 이곳저곳 망가짐을 느끼는데, 원인이 교대 근무라고 하니, 이 일을 언제까지 해야 하나 고민되더라고요. 곧 결혼 계획도 있는데, 육아를 하기에도 적합하지 않고요.    


  

#배움의 두려움

  고등학교 때 아무것도 모르고 공장에 던져진 후 고졸로 서른 될 때까지 일했어요. 부서가 바뀔 때, 새로운 부서 분위기에 적응하는 것조차도 저는 굉장히 힘들었던 기억이 있어요. 그러다 보니 자신이 없어진 것 같아요. 이젠 새로운 것을 배우는 것도, 새로운 일을 하는 것도 두려워요.           



#도전의 경험?

  스킨케어, 수영 등등 근무하면서 이것저것 조금씩 시도해 봤는데, 교대 시간이 맞지 않아 중도 포기한 것이 많아요. 영어를 배울 땐 교대 시간에 맞춰줘서, 1년 정도 다녔어요. 실력이 안 늘어서 그만뒀지만요. 생각해 보니 그땐 참 재밌었던 것 같아요.  

    


#해보지 못한 아쉬움

  ‘만약 공장에 오지 않았더라면 어땠을까.’ 가끔 생각해요. 대학 캠퍼스 생활을 즐겨보고 싶기도 하고요. 이곳에 와서 먹고 싶은 것 다 먹고, 갖고 싶은 것 갖고, 행복하게 잘 살았어요. 그럼에도 못 해본 것에 대해선 여전히 아쉬움으로 남는 것 같아요.        





#꿈꾸는 미래?

  집, 강아지, 남편이 있는 평범한 삶이요. 강아지와 가정을 책임질 수 있는 시간과 안정감 있는 평범한 삶을 살고 싶어요. 어릴 땐 몰랐었는데, 평범한 삶을 이루는 게 쉬운 게 아니더라고요.








(인스타그램 @moduneun)





이전 03화 #2망설임 속에서 최선을 다하는, 미용사 테리쌤의 서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