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처짐, “인생에 실패한 줄 알았어요.”
전업 작가를 꿈꾸며
미술 작업하는 프리랜서입니다.
마흔을 앞두고
하루하루 빡세게 지내고 있어요.
#선택, 안정보단 하고 싶은 일
미래요? 항상 불안정해요. 돈이 없다고 생각하면 돼요. 안정된 수입 있는 삶 대신, 하고 싶은 걸 하는 삶을 살고 있죠. 간혹 직장인의 안정된 삶이 부러울 때도 있었는데, 이젠 일상이라 특별히 불만은 없어요. 제가 택한 삶이니까요.
#치열한 여정
화려한 작가의 삶을 꿈꿨어요. 순수회화를 전공했어요. 교직도 하고, 출판사에서도 일해 봤는데 맞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다시 학교 돌아와서 석박사 하며 서른 되도록 치열하게 꿈을 좇았죠.
#결혼, 연고 없는 지방 발령
서울 번화가에 10년 넘게 살다 지방에 왔어요. 졸업 앞두고 프러포즈 받았는데, 남편이 지방에 발령받은 거예요. 졸업과 동시에 결혼하고 울산에 왔어요. 신혼 땐 정말 답답했죠. 연고도 없고 제 꿈은 다 서울에 있으니까.
#뒤처진 삼십 대, 멀어진 꿈
꿈꿔온 삼십 대와는 너무 달랐어요. 실패한 인생인가 싶었죠. 대학교수하면서 해외도 다니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작가가 되고 싶었어요. 근데 한창 활동할 나이에 지방에 온 데다, 육아를 병행하니 작업량도 현저히 적고. 지방엔 강의 자리도 많지 않으니 점점 뒤처지는 것 같았죠.
#스스로 가둔 꿈의 기준
스스로 정해둔 작가의 틀이 있었어요. 자유로워야 하고, 교수처럼 직업적 명분이 있거나, 세계적으로 유명하거나. 꼭 이런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기준에서 벗어나 결혼에 구속되고, 현실은 점점 뒤처지고. 더는 꿈을 이룰 수 없다 생각했어요.
#삶의 풍부함과 작품의 관계
이젠 조급하게 마음먹지 않아도 된단 걸 깨달았어요. 작업은 죽을 때까지 하는 거고. 40대, 50대가 돼서도 꿈을 이룰 수 있으니까요. 작년쯤 저처럼 육아하는 지방 작가들 이야기를 접했어요. 육아하랴 살림하랴, 저녁 늦게야 작업을 시작하는데 그걸 당연하게 받아들이더라고요. 그리고 오히려 삶의 풍부함이 작업에 녹아들어 작품에 변화를 주기도 하고요. 그분들 보며 느꼈어요. 현재의 시간이 작가로서 뒤처진 시간이 아니라 오히려 작품이 풍부해지고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의미 있는 시간이란 걸요.
#전혀 새로운 행복
아이가 주는 행복은 전혀 새로운 행복이에요. 평범한 게 정말 큰 행복이더라고요. 치열하게 살고, 꿈을 좇던 것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요. 인생 통틀어 가장 큰 행복이에요.
#바빠도 포기할 수 없는 것
행복과 영감을 얻는 것들을 포기하지 않아요. 프리랜서지만 잦은 마감에 주말 없이 바빠요. 그럴수록 가족이랑 함께하며 일하는 방법을 찾고, 기회를 만들어요. 서울에 꼭 봐야 하는 전시가 있으면 가고. 시간이 부족하면 비행기 타고 전시만 보고 오기도 하고, 간 김에 숙소 잡아서 가족들 놀 때 일하기도 하고요. 또, 아이가 소풍 가고 싶다고 하면 바로 도시락 싸서 나가요. 작업 스케줄 밀리면 밤새워서 작업하거나 잠을 좀 포기하죠. 그렇게 프로젝트처럼 하나씩 해나가며 만족감을 얻어요.
#지역 콘텐츠 기획, 새로운 흥미
재작년부턴 지역에서 콘텐츠 기획을 하고 있어요. 활동가분들도 많이 만나고, 중앙에서 사업 따와서 진행하기도 해요. 전시회도 개최하고, 하나씩 개척한다는 느낌으로 넓혀가다 보니 할 게 너무 많고 즐거워요. 지방에 와서 심적으로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만 덕분에 새로운 행복을 찾았고 삶이 풍부해짐을 느껴요.
행복한 가정을 기반으로
아이의 꿈, 나의 꿈을 함께 이루어가는 삶.