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내가 독립할 무렵 가족들을 위해 생명 보험을 두 개나 들어놨었다.
늘 내가 언제 죽을지 모른다는 압박이 있었는데 보험을 들고 난 후 죽어도 여한이 없을 것만 같았다.
어르신은 내가 화물 운전 삼 년째 되는 해에 돌아가셨다. 그때 본인의 재산 중 살고 있던 집과 일부 땅을 내게 물려주고 가셨다. 하지만 상속세 부담 만만치 않던 찰나 호시탐탐 어르신 재산을 노리던 친척 중 한 명이 내게 시세 절반에도 안 되는 거래를 제안했고 난 어쩔 수 없이 그 제안을 받아들이게 된다. 덕분에 차량 추가 매입을 하며 사업 확장의 발판이 된 계기가 되었다.
내가 기사를 모집할 때 우연인지 전 회사 사장이 찾아왔었다.
초췌한 몰골에 이루 말할 수 없는 빈곤함이 느껴졌고, 그는 전에 그 기백이라곤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온통 굽실대며 내 비위를 맞추느라 여념 없었다. 미움보다는 안타까움 속에 난 지갑 속에 있던 백만 원 정도 현찰을 쥐어 주고는 돌려보냈다. 아쉽지만 그의 성격과 스타일 상 이런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그를 돌려보내고 난 후 난 그 어떤 누구에 대해서도 원망이나 미움이 마음에서 사라지는 듯했다. 이미 난 안정화 된 삶을 살고 있었고 오히려 내가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음을 알았기에 고마움 마저 들었다.
다시 하얀빛이 내 머릿속에 비치고 있었다.
떨어지는 유성처럼 스쳐가는 날처럼, 내 삶도 잠시 머물다 떠나간다.
후회나 미련, 남겨질 슬픔은 모두 내려놓고 알 수 없는 긴 여정의 시간 속에 나를 맞긴다.
이런 긴 여정의 모든 기억이 각인되지 않음에 감사하며, 언젠가 그 끝에 다 달았을 때 비로소 나를 찾길 바라며 어디서 어떤 모습으로 다음 여정이 펼쳐질지 설렘과 자신감 속에 한걸음 내디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