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더윅 스튜디오
출근길에도, 일상에도, 운전 중에도 자주 볼 수 있는 버스 Bus. 버스의 디자인은 도시를 대표하는 교통수단이면서 동시에 우리가 실제로 매일 경험하는 공간 중 하나이다. 따라서 그 도시를 처음 방문 했을 때 방문자에게 버스는 그를 이해하는데 큰 비중의 이미지로서 작동한다.
우리나라 서울에서 운행되고 있는 버스의 기종은 현대자동차에서 2000년 5월에 에어로시티의 마이너체인지 모델로 출시한 후륜구동 준대형 버스인 현대 슈퍼 에어로시티 모델이다. 슈퍼에어로시티 (2000~2004) > 뉴 슈퍼 에어로시티 (2004 ~ 2008) > 뉴 슈퍼 에어로시티 F/L (2008 ~ 2018) > 뉴 슈퍼 에어로시티 2차 F/L (2018 ~ 현재) 의 순서대로 발전 해왔으며, 디자인의 변천사로 보면 가장 큰 변화가 버스 전조등 모양의 변화가 전부이고, 내릴 때 누르는 하차벨의 디자인 등의 불편한 점이 조금 개선되었다.
전체적인 버스의 형태가 잡히고 난 후, 우리나라 서울의 버스는 4가지 색깔로 구분된다. 광역버스(빨강), 간선버스(파랑), 지선버스(초록), 순환버스(노랑)가 그것인데, RGB (Red Green Blue), 그리고 Y (Yellow)의 기본적인 컬러를 이용해 색깔로 버스의 종류를 구별하려는 한국사람들의 취향이 투영된 디자인이다.
결국 버스의 권역범위에 따라 색을 나누었다는 말인데, 생각해보면 권역범위를 색으로 나누는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 다시 곱씹어보게 된다. 서로 다른 4개의 색감은 1) 버스를 타는 승객들의 인지성과 2) 도시의 이미지와 많이 관계되어 있는데, 도시의 이미지를 하나의 색감과 스타일로 통일 시켜주는 것이 아닌, 오히려 더욱 혼재되어 있는 것처럼 보여지게 만든다. 게다가 색의 의미 혹은 내러티브 보다 기본적인 색의 3원색 (RGB)를 더 충실하게 따른 느낌이랄까.
또한 역시 광고의 나라. 버스에 붙여진 광고를 보고있자면 저런 생각은 누가 했는지 사실 감탄이 나온다. 버스를 기다리는 사이에 다른 버스에 붙여진 스쳐 지나가는 광고를 보고 있자면 광고 효과는 제대로 되는 것 같으니깐 말이다. 교통수단을 이용한 광고 중에 최고의 효과를 누리고 있는 것으로 느껴진다. 그 곳에 계속 붙어있는 지하철 광고와는 다르게 버스 광고는 서울 한복판을 계속 순환하면서, 시선을 끄는 아주 매혹적인 광고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광고 효과를 넘어서 도시의 공공성 문제도 우리는 생각을 해보아야 한다.
우리나라의 서울과 인구가 거의 비슷한 나라 영국의 런던, 그 곳엔 헤더윅 스튜디오 Heatherwick Studio의 작품인 런던버스를 쉽게 볼 수 있다. 이 전의 모델은 AEC(Association Equipment Company)가 개발하고 더글라스 스콧 Douglas Scott이 디자인 한 루트마스터 Routemaster이며, 전부터 유명한 상징물이자 기억되는 이미지였다. 엔진이 전방에 배치되어 있고, 2층은 출입구와 마주보고 있는 나선형 계단을 통해 오르내릴 수 있다. 상징이 되는 빨간색은 일조량이 적은 기후와 대비되는 강렬한 색채 였다는 혹은, 십자군을 상징 한다는 설이 존재한다.
[출처 : Auto Times, 이 버스를 아시나요? ②-AEC루트마스터]
헤더윅의 디자인은 기존의 루트마스터의 디자인 색감은 유지한 채, 이전보다 더 간결해 보이며 통합된 디자인으로 탈바꿈 시켰다. 우선 헤더윅이 디자인 해야만 하는 런던 버스는 휠체어를 이용하거나, 유모차를 버스에 태울 수 있도록, 타는 승객이 버스에 빠른 승, 하차를 하도록 디자인 해야 했다.
따라서 승객들은 3개의 승,하차 게이트 그리고 양 끝단의 2개의 계단이 필요했다. 2층 버스의 양끝단으로 계단을 오르내릴 수 있는 동선이 생기게 되었고, 우측 계단은 운전석 쪽으로 들어오는 승차게이트, 좌측 계단은 2층에서 내려와서 바로 하차하는 하차게이트로 구상되었다. 가운데 출입구는 빠른 승,하차가 용이하게 하였으나 필연적으로 버스의 길이가 더욱 길어지게 만들었다.
때문에 헤더윅은 엣지 edge 부분을 제거하여 둥글게 만들었다. 그렇게 함으로서 버스 차체 자체는 세장하고, 동시에 바퀴와 전조등의 둥근 디자인과 미감상 통합된 integrated 디자인을 구현할 수 있었다.
이 후의 사유에서 더욱 자세히 다룰 기회가 있겠지만, 헤더윅이 사물을 대하는 방식은 편집증적일 정도로 디테일하며 마치 조각을 하고 있는게 아닌가 라는 느낌을 받는다. 곡면의 계단부와 좌석 시트, 그리고 둥근 조명을 다루는 방식 자체에서 그러한 성향을 엿볼 수 있는데 기성품의 퀄리티라고 생각하기 어려울 정도의 디자인이다.
둥근 모서리, 챔퍼 Chamfer 되어있는 버스의 전체 형상은 내부까지 영향을 미치게 되어, 각 계단은 그 옆의 벽면과 자연스럽게 이어지며 곡률을 이룬다. 창문 라인은 대각선으로 버스를 감싸고 있으며, 승객은 계단으로 오르락 내리는 동선을 통해 런던 시내를 감상할 수 있다. 타고 내려오는 손잡이 또한 마찬가지로 개별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닌, 손잡이의 라인에서 챔퍼되어 있다.
사용자에 대한 섬세한 생각 혹은 아이디어는 그로 하여금 배려받고 있다라는 생각을 들게 한다. 이러한 생각이 다양한 방면이며, 하나의 큰 줄기에서 파생되어 강력하다면 우리는 그것을 내러티브 narrative 라고 부른다. 그리고 나름대로의 내러티브가 있는 물건은 사용하는 사람에게 울림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