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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화
어린왕자는 해석할 수 있을까?
뚝- 뚝- 뚝-
by
새벽바다
Jul 28. 2025
뚝-
뚝-
뚝—
떨어져 나간다.
무직한 눈물 한 방울이
내 체액에서 분해되어
낱낱이 공중으로 흩어진다.
그 눈물은
잡히지 않는 이상향처럼
훨훨,
자유롭게,
허공을 떠돈다.
그러다
먹구름이 몰려온다.
순식간에—
눈물은 먹구름에 삼켜진다.
몸집을 불린 먹구름이
거대하게 나를 내려다본다.
그 장엄한 광경 앞에
나는 목이 꺾이도록 올려다본다.
뚝-
뚝-
뚝-
묵직한 물방울이
내 머리 위로 떨어진다.
주르륵
흐른다.
물방울의 무게가
내 눈물의 무게와
닮아 있기에
나는 착각에 빠졌다.
이 세상이
내 눈물의 의미를 알아준다고,
마치 먹구름이 내 마음을 품어준 듯
나는 다시,
뚝, 뚝, 뚝
눈물을 떨군다.
먹구름의 분자들이
내 머리로 후두둑 떨어져
얼굴을 타고
주르륵 흘러내린다.
그 물방울이
곧 내 눈물을 삼켜 먹겠지.
세상은 아는 걸까?
이 눈물의 의미를.
저 멀리 있는 그대는
짐작이나 할까?
이 무게를.
감히,
이 사소한 절망에
후두둑 무너져 내리는
내 작은 심장의 묵언을
정녕 해석할 수 있을까?
뚝-
뚝-
뚝—
주변을 둘러보니
모두가 물방울을 맞고 있었다.
“이봐요,
그건 내 눈물이에요.
당신은 그걸 알아요?
당신은
이 묵언의 아우성을
해석할 수 있어요?”
뚝—
뚝—
뚝—
...이제 그만, 뚝!
먹구름은
내 눈물시를 해석하지 않고,
세상은
내 가냘픈 무게에 짖눌리지 않았다.
그러니,
존재감 없이 허공에 흩어져
위로, 위로
흩뿌려지는 눈물은
그만, 뚝-
내 심장에서
떨어져 나가길.
그러면 나는,
나는,
나를 내려다보는 먹구름의 지엄한 다그침에서
멀리 멀리 도망칠 게.
지구 끝이라도,
어느 별의 끝자락이라도,
우주의 지평선 너머라도
나는
뚝, 뚝, 뚝,
눈물을 떨구며
한없이 달아날 테니.
그러다, 어느 날.
꿈에서 보았던
그 빛을 만날 수 있을까?
닿을 수 있을까?
그때는,
뚝, 뚝, 뚝-
눈물을
떨구지 않을 수 있을까.
그러게,
도망치고 또 도망친
어느 별 끝에서
왕관을 쓴 어린왕자를
만나게 될까?
그 아이는
내 눈물시를
정녕 해석할 수 있을까?
그 해석이 내 마음에 쏙 든다면—
나는 왕자의 손을 붙잡고
지구별로 함께 가자고,
우리 함께 살아보자고,
이 곳으로 데려올 수 있을까?
'아마,
안 될 거야.'
지구별에 떨어진 장미꽃은
그렇게 도망치지 못한 채
오래오래 왕자를 그리워하며 살았습니다.
먹구름이 드리울 때마다
왕자의 이름이 희미해졌습니다.
"그 아이...
이름이 뭐였지..?
동그라미가 들어갔는데..
이름이..
행복, 이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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