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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니양 Mar 24. 2024

학교 생활이 이렇게 재밌는 줄 예전엔 왜 몰랐지?


  제가 이번 대학교에 입학하기 전까지의 겨울은 정말 지루한 날의 연속이었어요. 집안일을 다 해놓고, 강아지와 산책도 2시간이나 했지만 시간이 느림보 거북이처럼 가는 것 같았거든요. 그런데 대학생 1학년이 되어보니 시간이 정말 잘 가요. 왜 잘 가는지 제 이야기 들어보실래요?


  대학생이 고등학생과 다른 건 그거잖아요, 강의 시간표를 자기 입맛대로 짤 수 있다는 거요. 그래서 대학생들은 입학 전 방학 기간에 시간표를 짜고, 입학 후 첫 주에는 수강정정기간을 가져요. 사실 그때까지만 해도 저는 많이 어색했었어요. 제가 못 갈 자리를 간 것만 같았거든요. 처음은 설레지만 어색한 시간을 견뎌야 하죠. 새내기가 된 저의 첫 주는 의기소침한 기간이었어요. 그리고 이런 생각도 동반하고 있었죠. 내 나이면 사무실에 앉아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어야 하는 건 아닐까?


  사실 제가 스물한 살 때에는요, 1년 늦게 대학교에 간 제가 부끄러워서 나이를 속이고 친구들을 사귀었어요. 스물 한 살이지만 스무 살 인척 했죠. 그래서 저는 언제나 조마조마한 채 학교 생활을 했어요. 2학년이 되어서야 친구들에게 제 나이를 밝히게 되었는데,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던 친구들의 표정이 아직 눈에 선하네요. 그리고 휴학 후 3학년 때에는 다른 학교로 편입을 해서 들어갔는데요, 그때에는 낮 시간에는 학교에서 근로하며 시간을 전부 보내고 야간에만 수업을 들었어요. 학교 활동에는 거의 참석하지 못하고, 직장인 언니와 오빠들만 조금 알고 지냈죠.


  어릴 때 저는 왜 그랬을까요? 뭐가 그렇게 창피한 게 많았는지 모르겠어요. 그때의 저는 사람들이 모이는 장소도 거의 피해 다녔어요. 오티며 엠티, 술자리 모임이 뭐예요? 가지 않아도 된다면 무조건 가지 않았거든요. 그리고 사람 사귀는 게 어찌나 어려운지, 항상 그 부분에서 열등함을 느꼈죠. 그런데 제가 서른다섯에 다시 대학을 오면서요, 그동안 못해본 걸 해보자고 마음을 먹고 왔었거든요. 그래서 저는 집에 가는 버스 안에서 수강정정기간 때 잠시 주춤거렸던 마음을 다시 다잡았어요.


  저는 이번에 상당히 적극적인 새내기가 되었어요. 저에겐 그동안 못해본 걸 해봐야 하는 뚜렷한 목표가 있었으니까요. 그래서 전 오티랑 신입생 환영회도 다녀왔고, 학회비도 냈어요. 왜냐하면 학회비를 냈을 때 주어지는 몇 가지 혜택을 놓치기 싫었거든요. 그리고 과잠바를 사서 학교에 입고 다녀보는 게 로망이에요. 또 이번에 엠티도 가보려고 마음먹고 있어요. 그 외 동아리도 들어서 활동하고, 학과에서 하는 멘티멘토 같은 활동에도 참여하고 있어요. 예전의 저는 왜 몰랐을까요? 이렇게 재밌는 활동이 많은 대학생활에 대해서요. 그건 전과 달리 제 마음이 열려 있어서 일까요? 아니면 다시 시작한 만큼 적극성을 장착해서 일까요?


  물론 가끔 현타가 와요. 아무래도 나이를 신경 쓸 수 밖에 없는 나이잖아요. 간혹 이런 경우 있잖아요. 엄마가 예쁜 옷을 입어줬으면 좋겠는데, “아유, 내 나이에 뭘…” 하시면서 입기를 꺼려하는 경우 말이죠. 그러면 딸 된 입장으로서 속상하고, 너무 아쉬웠단 말이에요. 그래서 저는 “나이가 뭐 어때서,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고, 다 자기만족으로 사는 거지 “ 하며 엄마 앞에서는 큰소리를 떵떵 쳤거든요. 그런데요. 왜 저의 일이 되고 보니 엄마한테 뱉었던 말을 저한테는 호기롭게 적용하기가 어려운지 모르겠어요.


  그래도 말이죠. 그 망설임을 잠깐 옆으로 밀어 두고 막상 열정을 가지고 이래저래 해보니까요. 진짜 별거 아닌 거예요. 제 마음이 열려 있으니까요, 세상도 저를 두 팔 벌려 반겨주는지 이것저것에서 오는 재미가 상당해요. 저 친구도 많이 사귀었어요. 스무 살짜리 친구도 있고, 스물 다섯 친구도 있어요. 여자친구도 있고, 남자친구도 있죠. 저는 지금 기회만 되면 누구와 친구가 되어볼까 호시탐탐 노리는 중이에요. 그리고 강의시간에 교수님과 눈 마주치며 적극적으로 대답하고 그래요. 예전엔 이 재밌는 걸 왜 안 하고 움츠리며 살았나 모르겠어요. 이번에 나이 신경 쓰며 또 그렇게 살았으면 섭섭할 뻔했지 뭐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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