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면허 취득기
면허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난 이제 막 성인이 되었고, 당장 차를 사서 운전할 수도 없는데 면허가 왜 필요할까.
뚜벅이로 만족하며 살고 있지만 할머니는 “왜 면허를 안 따는 거냐. 빨리 따라." 라며 면허 취득을 독촉했다. 몇 달 동안 잔소리를 듣고 나니 "잔소리 그만 들으려면 빨리 따자..."는 생각이 들었다.
면허 취득을 위해 학원 가는 방법이 있었지만, 독학으로도 할 수 있다는 걸 알았다. 도로주행까지는 어려워도 필기와 기능 시험은 혼자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운전면허 필기 어플을 통해 연습을 했고, 기능시험 역시 어렵지 않은 때라 유튜브에 올라온 기능시험을 따라 하며 간단한 조작을 머릿속에 그렸다. 필기와 기능을 합격했다. 이제 마지막 시험만을 남기고 있었다.
집 근처 운전면허학원에 갔다. 필기, 기능 시험을 통과했다고 도로주행만 한다고 하니 강사를 배정받았다.
코스 교육이 진행됐다. 동네에 있는 학원이었기에 a b c d코스 모두 익숙한 지리였다. 코스를 외울 필요조차 없었다. 도로에서 강습을 받고 시험 날이 되었다.
a코스, 가장 자신 있는 코스에 걸렸다. 도로엔 차도 없었고 이상하게 마음이 편했다.
코스 반절정도를 지나자 교차로가 나왔다. 내가 달리는 도로 신호등이 파란불에서 주황불이 바뀌었다. 마음이 불안해졌다. 순간 신호등은 빨간불로 바뀌었다. 급히 브레이크를 밟았다.
감독관과 b코스 시험자는 탄식을 내뱉었다.
탄식과 함께 도로주행에 떨어졌다.
감독관과 자리를 바꾸고 이동했다.
‘차라리 빨리 액셀을 밟아 지나가면 될 것을...
내가 왜 그랬을까’
뒷자리 시험자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b코스를 돌았다. 그분은 붙었다. 나는 떨어졌다. 착잡했다.
첫 번째 시도는 실패로 돌아갔다.
3일 후 도로주행에 재도전했다. 이번 감독관은 목소리가 큰 사람이었다. 말투까지 매서워 대기실을 싸늘하게 만들었다. 거기다 내가 볼 시험은 가장 싫어하는 c코스였다.
긴장으로 가득한 대기실 안, 내 이름이 불렸다. 시험 차로 이동했다. 감독관은 내 옆자리에 앉았다. 처음 시험 볼 때와 달리 시작부터 손에 땀이 났다.
면허학원에서 나서는 차는 2차선을 이용해야 한다. 그만큼 작게 돌아야 하는데 마침 학원 앞에 차가 없었다. 긴장으로 아무런 생각을 하지 못한 나는 핸들을 크게 돌렸다. 차는 1차선으로 향했다.
감독관은 큰 목소리로 "실격!"이라고 외쳤다.
또 떨어졌다.
곧장 감독관과 자리를 바꾸어 면허학원장으로 들어갔다. 다음 시험자가 운전하는 차를 탔다. 나의 실패를 반면교사 삼아 2차선으로 잘 들어갔다. 뒷자리에서 나는 생각했다.
쪽팔리다...
난 바보인가? 왜 그런 실수를 했지?
나 같은 애가 도로에 뛰어들면 위험하다.
내가 그렇지 뭐...
귀에서 감독관의 "실격!"이 맴돌았다. 내가 너무 부끄러웠다. 다음 시험을 포기했다. 잔뜩 침울한 채로 집에 돌아갔다. 엄마는 시험의 결과를 물어보지 않았다. 다음 시험이 언제냐고만 물었다.
엄마는 왜 그러냐고 물었고, 나는 시험비가 아깝다고 답했다. 두 번이나 떨어진 게 쪽팔리다고, 이런 실력으로 도전하면 또 떨어질 거라는 말은 삼켰다.
엄마는 세상에 그런 게 어딨냐며 시험비는 내줄 테니 끝까지 도전해 보라고 응원했다.
며칠 후, 시험을 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으로 다시 시험에 도전했다. 마음을 비우고 시험을 여러 번 보면 된다는 생각을 하니 마음이 가벼워졌다.
이번에는 b코스였다. a코스를 합격한 분은 나에게 합격의 기운을 준다며 파이팅을 외쳤다. 그런 기운이 있는지 진짜 모르겠지만 기분이 좋았다. 편한 마음으로 운전대를 잡았다. 더 이상 걱정도 흥분도 되지 않는 마음으로 브레이크를 풀었다.
코스를 돌고 돌아 어느새 운전면허 학원에 도달했다. 마지막까지 실수하지 않고 차에서 내렸다.
마지막 시험에는 실수를 하지 않았다. 만약 마음이 내키는 대로 포기했더라면 이 기분을 느낄 수 없었겠지.
이전의 경험이 없었다면 시험장에서, 실전에서 한 번씩은 겪었을 것이다. 큰 사고로 이어질 뻔한 실수를 미리 경험했다고 생각하니 천만다행이었다.
두 번의 실격이었지만 이 경험은 '실패해도 끝난 것은 아니다'라는 교훈을 남겼다.
세 번의 시도 끝에 취득한 면허는 무용지물이 되었다. 당장 운전을 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었다. 아빠는 차 핸들을 건네주지 않았고, 가야 하는 곳의 모든 거리는 대중교통으로 충분했다. 감이 있을 때 곧장 해야 했는데 하지 못했다.
면허는 결국 신분증의 기능을 할 뿐, 운전을 위한 기능을 하지 못했다. 할머니는 면허를 취득하고 왜 운전을 안 하냐고 물었다. 처음엔 웃어넘겼으나 몇 번 듣고 나니 역시 기분이 좋지 않었다.
할머니께 "차 사주시면 운전하고 다니겠다"라고 말했다. 할머니는 더 이상 운전을 독촉하지 않으셨다.
요즘 사건 사고가 담긴 블랙박스 영상을 보는 프로그램이 인기이다. 무지막지한 운전을 하는 이들 덕분에 도로는 더 무서워졌다. 그런 운전자가 내가 아닐 거라는 확신이 없었다.
도로주행 때부터 여전히 도로는 무섭다.
그렇기에 나는 오늘도 '장롱면허 탈출을 위한 운전강의'영상을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