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켓팅은 어떻게 성공하는 건데?

티켓팅을 포기하지 않는 이유

by 우지


"너 아직 조ㅇㅇ 좋아해? 공연 볼래?"


생일에만 겨우 연락하는 동기에게 갑작스러운 연락이 왔다. 친구는 우연히 예매 사이트에 들어갔다가 내가 좋아하는 연주자 티켓팅을 봤다고, 티켓팅에 성공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혹시 예매했냐고 물었다. 난 티켓팅조차 안 했다. 예매하기로 악명 높은 연주자였기에.


'이 좋은 걸 본인이 안 보러 가고 날 준다고?'


양도 절차가 매우 귀찮았음에도 불구하고 티켓까지 전달해 준 친구 덕분에 처음으로 좋아하는 공연자를 보게 되었다. 이번 프로그램에는 새로운 앨범을 연주한다고 했다. 미리 곡을 알고 가야 집중도 되고 재미있게 들을 수 있다는 말에 한 달간 플레이리스트는 신곡 앨범이었다.


기다리던 공연 날이 되었다. 연극이나 콘서트에 가본 적 있지만 클래식 공연은 처음이라 떨렸다. 그렇지만 어느 공연이라도 목적은 같다. 홀에는 프로그램북과 사인시디를 구매하기 위한 긴 줄이, 포토존에서 촬영하기 위해 몰린 사람들, 공연장 입장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가득 차 있었다.



입장 시간이 되어 공연장으로 들어갔다. 좌석에 앉아 기다리니 공연 알람이 울렸다. 공연자가 들어왔고 연주가 시작됐다. 피아노 하나만으로 공연장을 꽉 채웠다. 클래식 공연장에서 자는 사람(특히 자다가 코를 고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그게 내가 될까 걱정했는데, 시간은 매우 빠르게 지나갔다. 두 시간이 이렇게 빨리 지나갈 수 있다니.


공연의 여운은 오래갔다. 음악에 무지했던, 특히 피아노가 어려운 나에게 감동을 주었다. 집 가는 길에 비가 왔지만 그날은 비마저 운치 있게 보였다. 공연장에서 연주를 듣는 시간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티켓팅부터 공연을 기다리는 마음, 미리 듣는 음악들, 어떤 연주를 할지 미리 정보를 찾아보고, 공연이 끝나고도 그 자리에서 연주를 들었다는 감정 등 덕질의 즐거움을 제대로 느꼈다.


그 감동을 다시 느끼고 싶어 공연 관람 직후 열린 티켓팅에 도전했다. 여러 차례 있던 공연 예매를 전부 실패했다. 단 하나도 성공 없이. 결국 내가 할 수 있는 건 공연 영상을 보고, 음원 사이트에 올라온 음악을 듣는 방법뿐이었다.




오랜만에 공연자가 한국에 들어온다는 소식을 들었다. 바로 공연을 찾아보니 1년 후의 공연 티켓이 오픈된다고 한다. 몇 년 전 사그라든 열정이 불타올랐다.


'이번 공연예매는 성공할 수 있을지 몰라.'


공연 예매일이 다가왔다. 검색창에 정확한 시계를 검색하고 티켓예매하는 사이트에 들어간다. 이미 예매하기 버튼에 카운트다운이 되고 있었다. 떨리는 심장을 진정시켰다. 예매 시간 전까지 긴장을 풀기 위해 연주를 들었다.



59분이 넘어가자 긴장이 다시 몰려온다. 허리가 곧게 펴졌다. 금세 정각이 되었다. 예매를 클릭했다.

흰 화면이 나를 맞이한다.



약 1천3백 명이 앞에 있다고 한다. 1분을 기다려서 들어간 공간에는 포도알(보라색으로 표시된 빈 좌석)이 몇 개 남아있었다. 급히 포도알을 눌렀다.


이미 선택된 좌석입니다.



이선좌는 나를 슬프게 만들었다. 하지만 질 수 없지. 새로고침을 하니 다른 자리에 포도알이 생겼다. 이번에는 제발..!


역시나 이선좌가 등장했다.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몇 차례 눌러보지만 어느새 포도알조차 뜨지 않는다. 취소된 자리라도 노려봐야 하나 싶지만 매번 예매창에 들어가는 게 얼마나 귀찮은지 알기에... 결국 오늘도 티켓팅에 실패했다.


그럼에도 티켓팅은 계속될 것이다. 피아노 연주에 위로받았던 그 시간을 잊을 수 없기에. 방황하던 나에게 위로를 선사한 공연자에게, 티켓을 양도하여 소중한 추억을 남겨준 친구가 고맙게에. 올해의 예매는 종료되었지만 언젠가 다시 공연을 볼 날을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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