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첫 수영 강습 도전기
수영을 배운 적이 없어 튜브 없이 물에 들어가는 상상조차 안 했다. 땅 속성인 나와 달리 지인들은 물 속성이었는지 여행지는 매번 계곡 아니면 바다였다. 다수결에 따르던 나는 항상 물 밖에 앉아 있었다.
‘왜 물에 들어가지 않아?’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은 항상 같았다.
어릴 때 냉탕에서 다이빙이나 목욕 바구니 두 개를 붙여 놀아본 적 없냐는 질문도 들었다. 엄마는 목욕탕에서 금방 현기증을 느껴 가지 않았고, 자연스레 나도 목욕탕과 친하지 않았다. 허리 위로 올라오는 깊은 물과는 상종하지 않았다.
성인이 되고 막연히 수영을 배워야겠다고 생각했지만 가장 큰 난관은 수영복을 입은 나의 몸이었다. 수영복을 입기 위해선 체지방을 감량해야 했다. 금세 타오른 욕구는 저질 체력과 쉽게 줄지 않는 체중계 속 숫자와 함께 쉽게 사그라들었다.
다이어트를 핑계로 강습을 미루던 어느 날, 서핑 영상을 보게 됐다. 서퍼는 패들보드를 가지고 보기만 해도 눈이 시원해지는 푸른 바다로 향했다. 놀이터에서 뛰어노는 신난 아이처럼 파도 위에서 즐거운 표정으로 노는 영상을 보고 나니 서핑을 해보고 싶다는 막연한 소망이 생겼다. 수영을 배우면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래, 수영을 배우자.
수영복 입은 내 모습은 안중에도 없었다. 신청을 미루면 수영도 흐지부지될 게 분명했다. 곧장 집 근처에 있는 수영장을 검색했다. 당장 다음 주가 신규 회원 신청 기간이었다. 이른 아침의 강습이라 30초 정도 고민했지만, 더 이상 미루고 싶지 않았다.
초보자 강습 신청은 ‘수켓팅(수영+티켓팅)’이라고 부를 정도로 신청이 어렵다. 한 번에 성공하는 경우는 드물다. 신청이 미뤄지다 보면 자연스레 수영을 포기하게 된다는 후기에 곧장 수영복을 주문했다. 수영복을 샀으니 아까워서라도 수영장에 가겠지.
강습 신청일이 되었다. 수켓팅, 성공할 수 있을까? 수강 신청을 하던 때처럼 9시가 되자마자 신청 버튼을 클릭했다. 수영도 안 가면서 수영복에 헛돈 썼다고 잔소리 들을 뻔했지만 나는 당당했다.
수켓팅은 성공이었고, 강습 인원은 순식간에 만석이 되었다. 의기양양한 목소리로 이제부터 수영인임을 자신했다.
수영 가기 싫다. 잠이 오지 않는 새벽 3시, 첫 강습까지 4시간 남았다. 전날 마신 커피 때문인지, 밖에서 우는 매미 때문인지, 수영 때문인지……. 안대를 끼고 무조건 잠이 오는 ASMR도 들었지만 잠은 오지 않았다.
상상 속 나는 깊은 수영장에서 발을 헛디뎌 넘어졌고, 코에는 물이 들어갔다. 샤워실 바닥엔 물이 고여있어 미끄러졌고, 순간 나는 사람들의 웃음거리가 됐다. <수영장의 50가지 그림자>라는 상상 속 영화가 끝없이 재생됐다. 수켓팅의 기쁨은 사라진 지 오래였다.
어느새 수영 강습 시간에 맞춘 알람이 울렸다. 피곤함에 절인 얼굴로 침대를 나왔고, 어제 싸둔 짐을 오른쪽 어깨에 멨다.
수영 시설에 도착했다. 데스크에서 안내받은 대로 샤워실에서 수영 준비를 마쳤다.
수영장 안으로 들어가니 일곱 개의 레일이 있었다. 여섯 개의 레일에선 사람들이 끊임없이 수영하고 있었다. 한 레일의 사람들만 가만히 서서 허공을 보고 있었다. 내 수영 동기들이 저기 있구나.
다른 수강생처럼 의미 없이 벽을 보며 물속에 들어갔다. 물은 시원했다. 초보 레일이라 물이 배까지 왔다. 전혀 무섭지 않았다. 이 레일에서 가장 무서운 건 어색한 수영 동기와의 분위기였다.
7시가 되니 강사가 왔다. 출석 체크를 하고 물에 익숙해지는 시간을 가졌다. 강사는 단계별로 물에 머리를 집어넣으라고 했다. 숨을 참고 코까지 집어넣는다. 눈까지 넣어보고, 머리끝까지 넣어본다. 머리를 물속에 넣어본 건 처음이었지만 생각보다 재미있었다.
이어서 숨쉬기를 배웠다. 물속에서 ‘음-’ 하며 숨을 내쉬고, 물 밖으로 나와 ‘파-’하고 숨을 들이마신다.('음-파-'에서 '파'는 놀랍게도 들이마시는 숨이다.) 숨을 내쉬는 건 어렵지 않을 거로 생각했는데, 물속에서 숨을 내쉬는 건 어려웠다.
물에 머리를 집어넣고 숨을 내쉬어보세요.
저항력 때문에 숨쉬기가 어려울 거예요.
그래도 숨을 코로 내쉬는 연습을 해야 해요.
30년 가까이 숨을 쉬고 살았는데, 숨 쉬는 걸 새로 배운다는 게 묘했다. 강사는 수영을 잘하는 사람은 숨쉬기를 잘하는 사람이라고 했다. 중간에 포기하는 사람은 반대의 경우라며, 포기하지 않으려면 강습이 없는 날에도 연습하라고 말했다. 물속에서 숨쉬기 연습만 하는데 자유 수영을 가도 되는 건가?
강습 일정이 없는 날에도 수영장에 방문했다. 물 밖에서 입으로 숨을 마시고, 물속에서 코로 숨을 내쉬었다. 일정한 속도와 일정한 양으로 호흡 연습을 했다. 며칠 연습하니 어려웠던 숨쉬기가 나아졌다.
한 달이 지나니 적당히 숨을 내쉬며 수영하는 방법을 알게 되었다. 수영하던 어느 날, 수영장에 있는 나 자신이 낯설었다. 물을 무서워하지 않는 게 놀라웠고, 자발적으로 수영장에서 연습하는 모습이 신기했다. 수영을 배우러 갈 용기조차 없는 나의 모습은 사라졌다.
6개월이 지나 이제 자유형, 배영, 평영, 접영이 가능한 수영인이다. 여전히 해도 뜨지 않는 새벽에 일어나 수영장으로 향하고, 물속에서 숨 쉬고 수영한다.
20명으로 시작한 수영 초급반은 6개월이 지나자 7명이 남았다. 엊그제보다 한 명이 줄었으니 한 명 분량의 거리를 더 수영한다.
수영할 땐 단순하다. 고개를 더 돌려 숨을 마실까? 다리는 제대로 물을 차고 있는가? 팔 꺾기의 각도는 괜찮은가? 앞사람의 거리가 얼마나 남았지? 한 바퀴 또 돌라고? 선생님이 기분 나쁜 일이 있었나, 우리한테 왜 그러시지? 일상 속 고민으로 복잡했던 머릿속은 물청소 된다.
가끔은 수태기(수영 권태기)가 찾아온다. 수영이 재미없고 강습도 가기 싫다. 그 마음을 견디고 도착한 수영장은 반갑다.
집에 가는 버스, 덜 마른 머리카락의 락스냄새는 운동을 완료했다는 증거이다. 이 냄새를 맡을 때마다 수영을 놓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 만족스럽다.
여전히 나는 수영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