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자이몽
중학교 입학과 동시에 애미 맘 같지 않기로 한 아들. 애미의 의견과 조언은 고사하고 제안이나 권유까지 사양한다며 선을 그었다. 새벽같이 등교하던 아들이 7시가 넘도록 일어나지 않아서 " 아들 일어났니? "라고 물었다가 날벼락 같은 대답을 듣는 게 놀랍지도 않는 일상이 되었다. " 내가 알아서 잘 하고 있는데 왜 자꾸 참견하는 거예요?" 정말 버르장머리 없고 무례하기 짝이 없는 이 말에 토를 달 수가 없다. 정말로 아들은 알아서 잘 하고 있다. 이렇게 혼자 알아서 잘 하는 중1이 정말 가능하단 말인가...
가을 시즌답게 아들의 학교도 얼마 전 학교 축제를 맞았다. 축제를 맞아 분주하던 아들은 축제 공연에서 친구들과 합주 공연을 하기로 했다며 혼자 분주하게 돌아다녔다. 피아노와 바이올린 기타로 '하울의 움직이는 성'을 연주하기로 했다고 했다. 이 말을 듣는 순간 가장 먼저 든 생각은 ' 제대로 배우지도 않은 기타로 연주를 한다고? 겨우 3개월 독학했을 뿐인데?' 였다. 그러나 아들은 앱으로 편곡까지 해서 피아노와 바이올린, 기타가 조화를 이루는 그럴싸한 '하울의 움직이는 성'을 완성했다. 그러나 초등학교 때와 달리 듣기만 해도 두근거리는 이 공연을 부모는 볼 수가 없었다. 숨 가쁘게 축제를 치른 아들은 이내 과학 동아리 활동에 집중했다. 며칠 밤 새벽 1시가 넘도록 불이 켜진 아들의 방. 새벽같이 일어나 등교 전에 마무리하던 과학 과제들... 이런 활동이 어떻게 완성되고 어떻게 마무리되었는지 아들이 이야기를 하지 않으면 애미는 1도 알 수도 없었다. 과학 이후 바로 이어진 수학 동아리 활동. 음악 선생님과 준비하는 교내 공연 준비까지.
그 많은 학교 일정을 챙기면서 주 3일 학원 수업과 주 3회 화상영어까지 빼놓지 않았고, 토요일에는 애미가 보기에는 지루하기 짝이 없는 테니스까지 여전히 이어가고 있다.
그렇게 제 할 일은 깔끔하게 하는 아들이지만 애미에게는 아무런 진행과정이나 결과를 알려주지 않으니, 실수로 켜두고 나간 컴퓨터에서 몰래 훔쳐보는 카톡창과 애미의 외부 정보력으로 알아낸 정도로 아들의 근황을 파악하고 있다. 흡사 연예인 덕후와 다를 바가 없는 게 사춘기 아들 엄마가 아닐까 생각했다.
그런 애미에게도 선물 같은 것이 툭툭 던져지곤 하는데 바로 아들의 상장이다.
이 상장도 " 엄마~~ 나 상 받았어요~~~!!" 하면서 주는 것도 아니고... 방 청소, 가방 청소하는 날 쓰레기와 함께 내어준다. 실제로 몇 장은 종이 재활용에 애미도 모르게 버려졌단다 ㅜㅜ
초등 6년 동안 누구나 한 번은 한다는 반장, 부반장도 한 번 하지 않고 그 흔한 개근상 한 장 받아오지 않았던 아들이 중학교에서는 주기적으로 상장을 가져왔다. 이 상장이 중학교 내신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게 된 아들이 상장을 받기로 마음먹었기 때문이다.
아이가 중학교에 들어가니 매 학기 초에
상장을 주는 내역이 리스트로 안내되어온다.
이 상장이 내신이 반영되지 않는 중1에는 큰 의미는 없다.
하지만 내신에 반영되는 2.3 학년부터는 아주 중요해진다.
교내 상장 1장에 주어지는 내신 점수 때문이다.
성적이 비슷비슷한 상위권에서는 이런 상장으로 1점 2점 차이로 등급이 달라지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매 학기 초 포상 리스트를 파악하고 본인이 받을 수 있는 상을 체크해 도전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른 상장은 재활용해버린 아들이
내 손에 쥐여준 1장의 상장.
방 청소하며 쓰레기와 함께 주긴 했지만.....
버리지 말라는 의미로 애미에게 딱 한마디 해주었다.
" 학년 1등 "
'응답하라 1988'에서
엄마 라미란이 무뚝뚝한 아들 류준열에게 다른 엄마들과 대화에서 본인만 아들에 대해 아는게 없다며 섭섭함을 내비치는 장면이 있다.
"시험 봤다 메?"
"네 1등 했어요''
그 말에 라미란은 좋아하는 마음보다 어이없는 실소가 지나간다.
몇 년 전 이 드라마를 볼 때만 해도 세상 귀엽고 살가운 딸 같은 아들을 키우고 있다고 생각했더래서
이 장면에 그렇게 공감을 하지 못했었다 ㅜㅜ
그런데 내가 라미란이고
아들은 정환이었다니.....
'응팔'이란 드라마가 이렇게 극 사실주의 드라마였다니...
결국
우리 아들도 연애는 ㅠㅠ 못하겠구나 …
아주아주 긴 시간 기타를 잡고 있는 아들에게
그렇게 좋으면
레슨을 한 번 받자는 애미 말에
" 취미생활 힘들게 만들지말지?" 라는 쎈 말로 거절한 아들.
방학에는 주 2회
평소에는 주 1회
그래서 더딘건지
원래 테니스는 이모양인지
아주 어이없게 단순 자세 무한 반복....
같은 길을 되돌아 가는 것 보다 돌아가더라도 새로운 길을 선택하는 성향의 애미는
보기만 해도 멀미가 나는 과정이다.
재미없으면 언제든지 그만해도 된다는 애미의 말에
" 엄마. 쫌! "
경상도 부모의 자녀 답게... 아주 짧은 한 마디로 애미를 한심하게 만들어버렸다.
애미에게는 불가능한 이런 반복학습능력. 이건 아들이 가진 최대 강점이 아닌가 싶다
새로운 것을 시작하는 일이 상상을 초월할 만큼 힘든 아이인데
천천히... 웅크리고 있다가 일단 시작을 하기만하면
한 번 시작한 일은 이렇게 끝을 보고마니까....
애미가 생각 한 자리 보다 한 발자국 뒤에 서서
애미가 염려한 것 보다 더 늦게 손을 내밀어 주길바란다.
애미가 기대한 것 보다 한 발 앞서서
애미가 걱정한 것 보다 더 훌륭하게
애미가 원하는 곳 보다 훨씬 더 먼곳에
단단한 아들의 성을 쌓고있는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