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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지기 Jul 08. 2024

"나는 대머리가 될 거야"


주르륵 주르륵

아침에 일어났는데 세상이 까맸다. 창 밖에서 들리는 소리로 장마임을 다시 직감했다. 아이들은 학교에, 유치원에, 어린이집에 가야 하는데 엄마 마음 몰라준다는 듯이 비를 부어댔다. 


첫째는 학교에 갈 때 스쿨버스를 타고 간다. 버스에 타고 손을 흔들고 하트를 날리는 게 나와 동생들의 역할이다. 그런데 오늘처럼 비가 퍼부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이미 바지는 젖어버렸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금이라도 비를 덜 맞으려고 우산에 몸을 구겨 넣는다. 4살 막내는 그러지 않았다. 모든 사람이 우산 속에 숨어 있는데 막내는 우산을 접어버렸다. 


"엄마, 나는 대머리가 될 거야."


평상시에 비 좀 맞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으로 막내에게 '비 맞으면 대머리 된데~'라고 얘기했던걸 기억했나 보다. 우산 속에 숨어있는 엄마에게 막내가 말한다. 대머리가 될 거라고. 우산 쓰라고 하지 말라고 경고한다. 진짜로 비를 맞고 대머리가 된 사람이 있는지 없는지는 모르겠지만, 어린 시절 수업시간에 배웠듯이 산성비일 수도 있고, 미세먼지가 있는 요즘 시대에는 먼지비가 내릴 수도 있는데... 그런 게 쌓여 대머리가 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당당하고 자유롭게 비를 맞는 막내가 갑자기 부러워 보였다. 


"엄마, 비가 위에서 아래로 내려와~"

"엄마, 물이 아래로 내려와 왜?"


하늘에서도 아래로 내리고, 언덕에서도 아래로 흐르는 물을 보며 이런저런 질문을 하지만.  엄마는 "글쎄, 왜일까?"로 답변한다. 첫째는 스쿨버스에 올랐고, 이제는 어린이집과 유치원 등원 미션만이 남은 나는 조금 묻는 빗방울의 찝찝함을 불쾌함으로 표현하기 전에 집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막내에게 소곤소곤 비밀스런 귓속말을 했다. 



"막내야, 니네 아빠 대머리야."


(슬프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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