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한 편지 : 유재하, 1987
비릿하고 아련한 그리움
대한민국이 대망의 첫 올림픽을 치르던 1988년.
나는 고등학생이 되면서 도시로 진학을 했다.
조용하고 얌전하게 지내던 시골 아이가 도시의 큰 학교를 다니게 되었을 때,
제일 난감했던 건 버스를 타고 통학을 하는 일이었다.
우선 버스가 익숙지 않아 멀미를 견뎌야 하는 게 제일 힘들었고,
버스로 집에서 학교까지 50분이 넘는 긴 시간이 걸리는 것도 힘든 일 중 하나였다.
버스 한 대를 놓치면, 지각을 하게 되는 그런 상황.
간당간당한 버스를 놓쳐버린 날 아침이었을 것이다.
나 말고도 그 버스를 놓친 우리 학교 학생들이 몇몇 보였다.
우린 교복 1세대였으므로, 서로 모르는 사이더라도 교복으로 같은 학교인 걸 알아볼 수 있었다.
쭈뼛거렸을 나에게, 먼저 "택시 같이 타고 갈래요?" 하고 말 걸어주었던 아이.
용돈이랄게 변변치 않았던 나의 대답도 참 가관이었던 게... "승차권으로 줘도 될까요?"였다.
암튼, 그 일로 낯선 동네에서 처음으로 학교 친구를 만났다.
나와 같은 반은 아니었지만, 같은 동네에 사는 걸 알게 된 후_
그 아이와 친구가 되었다.
이상하게 학교에선 덜 친하고, 동네에서는 더 친했던 친구.
분명한 건 우린 친했는데, 이야기를 많이 나눠보질 않았다.
고등 3년간 친구인데 이상하게 서먹하고 어색했던 사이.
하지만 분명히 다른 친구들보다는 특별하다고 여겼던 관계.
이런 관계를 어찌 표현해야 하나? 그 시절엔 꽤나 고민이었는데,
이후 어른이 되고 나서야 독립영화들이 표현한 청소년 성장영화들을 보며 깨달았다.
그것도 일종의 사랑이었나 보구나. 서툴고 어색한 감정표현과 관계 맺기.
그 친구를 떠올릴 때면 떠오르는 가수, 유재하.
그중에서도 우울한 편지.
추억은 흐릿하고 멀어졌지만, 이상하게도 이 노래와 그 친구의 니베아 로션 냄새는 뚜렷하게 선명하다.
유재하를 들을 때마다 가슴이 저릿했던 이유도, 이 친구를 그리워했던 때문이라는 것도 기억이 난다.
우연히 만날 수 있을까 싶어 약속도 없이 기웃거리던 동네 골목도... 얼핏 떠오른다.
분명한 건, 우린 그 노래를 함께 들었고,
그 노래를 들을 때면 서로를 떠올릴 거라는 것 또한 말하지 않고도 알았던 것 같다.
주고받은 편지의 내용은 기억나지 않지만,
유재하 노래의 가삿말에 빗대어 의미를 더 편지에 부여하기도 했었지?
나아중에, 어른이 되고 나서 내가 수시로 짝사랑에 빠지게 되었을 때.
그때마다 비슷한 통증을 겪는다는 걸 알고 나서야, 아... 나는 누군갈 좋아하면 가슴이 저릿해지는군.
그 친구를 좋아했던 것도 일종의 사랑이었나 보다. 생각했다.
뭐, 성장통 같은 그런 우정이라고 해야 하나?
잘 지내려나? 친구야.
그때 먼저 내밀어준 손이 고맙지 뭐야. 지금도. ^^
우울한 편지 5:02
일부러 그랬는지 잊어 버렸는지
가방 안 깊숙히 넣어 두었다가
헤어지려고 할 때 그제서야
내게 주려고 쓴 편질 꺼냈네
집으로 돌아와서 천천히 펴 보니
예쁜 종이 위에 써 내려간 글씨
한 줄 한 줄 또 한 줄 새기면서
나의 거짓 없는 마음을 띄웠네
나를 바라볼 때 눈물짓나요
마주친 두 눈이 눈물겹나요
그럼 아무 말도 필요 없이 서로를 믿어요
어리숙하다 해도
나약하다 해도
강인하다 해도
지혜롭다 해도
그대는 아는 가요 아는 가요
내겐 아무 관계 없다는 것을
우울한 편지는 이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