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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o 3시간전

고백 : 뜨거운 감자, 2010

좋은 신호

2000년에 결혼을 했다.

그리고 그해 바로 아이를 낳았지.

그 후로 10여 년간.

내가 좋아했던 노래로 떠오르는 게  없다. 


이를 낳고 나서 주로 듣게 된 노래는 동요였고, 자장가였고, 아니면 드라마 ost 정도였을까.

2000년대 가요계에는 질적 양적 팽창으로 수많은 히트곡들이 있었지만,

내가 즐겨 듣는 노래가 따로 있지는 않았다.

그 시절 소녀시대, 빅뱅, 2PM, God, 2ne1... 대가수들이 별처럼 등장했다.

가끔씩 유행하는 노래들을 정성스레 CD로 구워 여행할 때 차에서 듣곤 했다.


2005년. 둘째가 기저귀를 떼기도 전에 버선발로 뛰어나가 취업을 했다.

그때 내 마음은 뭐였을까.

함께 벌어 빨리 내 가정을 일으키고 싶던 마음인지,

집에서 애만 키우는 사람은 되기 싫었던 마음인지 잘 모르겠다.

서너 살까지 아기는 엄마 옆에 데리고 키워야 한다는 내 신념과 다른 선택을 하고 나서,

둘째에게 가졌던 미안함.

그 애기가 세상에... 연말에 어린이집에서 발표회라는 것을 했다.

아무것 바라는 것 없이 돌봐달라 맡겼을 뿐인데,

내 딸이 기저귀를 차고 무대에서 노래를 하고 율동을 하고 있었다.

그날 걷잡을 수 없이 흐르던 내 눈물이,

내 생에 기억하는 가장 행복하고 뜨거운 눈물이 되었다.


그리고 하나 더 생각나는 눈물.

분명 별 것 아닌 실수였다.

그 표현 대신에 이 표현으로 바꾸라고 지시했으면 될 일에, 굳이

- 애만 키우다 나와서 잘 모르겠지만, 이런 경우 이 표현보다는 이게 나아요.

라고 말하던 윗사람.

늦깎이 취업을 한 아줌마에게 분명한 돌려까기를 했던 상사의 말이 모욕적으로 들렸다.

울면 지는 것 같아 억지로 참고 있는 걸 알기라도 했나?

때마침 남편에게서 전화가 왔다.

점심 먹었어? 안부전화를 했단다.

내 편이 등장한 것 같은 마음에 서럽고 분한 눈물이 터져버렸다.

내 남편은 일없이 전화하지 않는 사람이다.

그러니 그날 오후는 내 기억에 더욱 선명하다.


어쩌면 지금 나는 돌이켜보는 일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인생에 반환점을 찍고, 멈춰서 뒤를 돌아보는 .


그 후로도 숱하게 울 일들은 많았다.

어떤 일이 더 분했는지, 억울했는지 앞뒤를 가릴 것도 없이

그냥 그 산 뒤에, 다음 산이 고 그랬다.

사회생활의 쓰고 매운 맛을 결혼 후에야 제대로 겪었는지도 모르겠다.

산에 후뚜루 두들겨 맞아주고, 집에 와서 울고.

다음번 산에도 마뚜루 맞아주고, 집에 와서 울면서 맷집이 조금씩 생겼다. 

주로 분하고 억울할 때 눈물이 났는데, 그 이유로 회사를 중간에 때려치우는 일은 하지 않았다.

그런 면에서 나는 꽤나 강인했던가.

그럴때마다 다음 생이 있다면... 훨씬 잘나고 강한 사람으로 살고 싶다는 생각을 술주정같이 여러 번 했다.

못난이라는 증거였다.


일주일의 낙이 주말예능을 가족들과 함께 보며 깔깔 웃던 시간이었다.

어수룩한 말투로 예능에 나왔던 김씨. '뜨거운 감자'라는 밴드의 가수란다.

그 사람이 부른 노래. 고백.

아주 오랜만에 내가 좋아하는 노래가 생겼다.

2010년. 다시 듣고 싶은 노래가 생겼다.

좋은 신호였다.




뜨거운 감자 - 고백 (youtube.com)


고백  3:59


달이 차고 내 마음도 차고
이대로 담아 두기엔 너무 안타까워
너를 향해 가는데
달은 내게 오라 손짓하고
귓속에 얘길 하네 지금 이 순간이
바로 그 순간이야
제일 마음에 드는 옷을 입고
노란 꽃 한 송이를 손에 들고
널 바라 보다 그만
나도 모르게 웃어버렸네
이게 아닌데 내 마음은 이게 아닌데
널 위해 준비한
오백가지 멋진 말이 남았는데
사랑 한다는 그 흔한 말이 아니야
그 보단 더욱더
로맨틱하고 달콤한 말을 준비했단 말이야
숨이 차고 밤 공기도 차고
두 눈을 감아야만 네 모습이 보여
걸을 수가 없는데
구름 위를 걷는다는 말이
과장이 아니란 걸 알게 됐어
널 알게 된 후부터
나의 모든 건 다 달라졌어
이게 아닌데 내 마음은 이게 아닌데
널 위해 준비한
오백가지 멋진 말이 남았는데
사랑한다는 그 흔한 말이 아니야
그 보단 더욱더
로맨틱하고 달콤한 말을 준비했단 말이야
나를 봐줘요 내 말을 들어봐 줘요
아무리 생각을 하고 또 해도 믿어지지 않을 만큼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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