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매의 여름밤
1988년. 고등학교 1학년이던 나는
대학교 4학년이던 언니와 함께 대전에 있는 큰언니집에서 지냈다.
당연히 받아들였으되, 불편하고 조금 울적했을.
지나간 추억의 한 날이라고 생각해 왔던 그날.
그럼에도, 그날을 생각할 때 떠오르는 건.
최호섭의 '세월이 가면'이더라.
이 노래 덕분에 그날이 내게 선명한 추억이 되었으니까.
노랫말 중에, 가슴이 터질듯한~ 이 있는데,
나는 그 구간 가사가 영 들리지 않아서, 듣기 평가하는 애처럼 자꾸 돌려서 들었다.
다신 잊혀질듯한? 이라고 자꾸 들리던 독서실 하룻밤의 기억.
이 노래가 들리는 순간, 1991년의 여름밤으로 여러 번 되돌아갔다.
이상하게도, 그날은 그날의 불편이 이상하지 않았는데
훗날 되짚어 생각해 보면 그날의 우리가 조금 짠해졌다.
색깔로 표현하면 흐린 회색 같았다.
열쇠가 없는 내가 시무룩하게 집 앞에서 기다린다.
얼마 지나지 않아, 언니가 도착한다.
이런... 언니도 오늘 열쇠를 가지고 있지 않단다! 어쩌지?
- 잘됐다. 이참에 오늘 우리 데이트하고 맛난 것도 사 먹고 그러자~.
-- 우와~ 그래도 돼?
언니가 택시를 잡아타고 어디론가 향했다.
교복을 입은 내가 들어갈 수 있는 곳을 골라 들어가,
언니는 맥주를 한잔하고 나는 사이다를 마시며 처음 먹어보는 안주를 야식으로 먹어본다.
대학생이 되면 이런 곳을 다니는구나... 내가 생각한다.
불빛이 많은 그 동네에서 잘 곳을 한 군데 정했다.
깨끗하고 푹신한 침대를 보자, 언니랑 나는 기분이 좋아진다.
재미있는 하룻밤이 될 것 같다.
요즘 내가 자주 듣는 노래가 있다며 최호섭의 노래를 언니와 이어폰을 나누어 듣는다.
낯선 고등학교 생활은 좀 어떤지 언니가 내게 묻는다.
말주변이 서툰 내가 조잘거리고, 잠들고 싶지 않게 아까운 밤.
졸음을 못 이기게 잠이 찾아온다.
이제와 생각하니 언니도 많이 어렸구나.
대학생 언니의 당황도 고등학생 나와 별반 다르지 않았겠다는 생각이 드네.
언니가 없었다면 나는 미아가 되었을 밤이었네. 고마워 언니야.
세월이 가면 3:37
그대 나를 위해 웃음을 보여도
허탈한 표정 감출순 없어
힘없이 되돌아 서는 그대의 모습을
흐린 눈으로 바라만 보네
나는 알고 있어요 우리의 사랑이
이것이 마지막이라는 것을
서로가 원한다 해도
영원할 순 없어요
저 흘러가는 시간 앞에서는
세월이 가면 가슴이 터질듯한
그리운 마음이야 잊는다해도
한없이 소중했던 사랑이 있었음을
잊지 말고 기억해줘요
세월이 가면 가슴이 터질듯한
그리운 마음이야 잊는다해도
한없이 소중했던 사랑이 있었음을
잊지 말고 기억해줘요
세월이 가면 가슴이 터질듯한
그리운 마음이야 잊는다해도
한없이 소중했던 사랑이 있었음을
잊지 말고 기억해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