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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물안궁의 삶 Jul 10. 2024

'내려놓다'라는 말

불교에서는 방하착이라는 표현을 쓴다.


하지만 불자인 내게도 방하착은 좀 거창하다. 그저 내게는 삶에서 순간순간 힘을 좀 빼면 어떨까 하는 생각만이 든다.


나는, 삼십 대 후반에의 나는,

언제나 심오하다.

언제나 진중하다.

언제나 심각하다.

언제나 상처받지 않기 위해 방어기제 먼저 발동한다.

완성된 자아는 없지만, 그래도  마음, 관계에서의 기준은 세워져 관계나 감정의 쓰임정도는 때와 장소를 가릴 줄 아는 현명함과 그런 경험이 쌓여 하나의 성정을 이루는 데이터들이 정돈이 되는 시기이거늘 나는 여전히 그렇지 못하다.


여전히 감정적 방황을 하고 있는 나는 일상 매 순간의 이런 순간들마다 한 발짝 뒤로 물러나 힘을 빼고 어쩌면 멍 때리듯 시간을 가져야 한다. 나에게는 지금 그런 순간, 그런 시간이 필요하다.


주류에서 벗어나지 않기 위해 몸부림치며 악착같이 가짜관계를 유지해 나가는 일.

한순간도 지는 것을 용납할 수없이 매 순간 흥분상태로 들뜨다 못해 격앙되어 있는 마음을 억지웃음, 억지여유로 누른다 한들 무엇이 달라질까?


이기지 못할 가짜 기존쎄.

오히려 금세 꺾이고 마는 우스움만 남길  감정기복.

예민이 아니라 과민.


요즈음의 내 모습이다. 매일 관계를 맺고 사회생활을 하러 출근하는 일이 전장에 끌려나가는 비장함과 맞먹는다. 늘 터덜터덜 맥없이 후퇴하고 말지만 말이다.


무엇도 갖춰지지 않은 내가 장착해 보는

정신적 풍요에서 오는 여유라는 가면은

참 같잖고 하찮아 지고야 만다.  뱁새가 황새 쫓듯.


나이는 들어가는데 나의 정신나이는 도무지 제자리 걸음이다. 유급에 낙제점이다.


남다름, 엇나감, 특이함으로 귀결되는 나의 별난 성격이 표출되는 것들을 그저 나의 감정이라 여기고 아껴주기만 하기엔? 사회가 만들어놓은 동그라미 라인안에 여전히 들지 못한다.

무던히, 아니 죽으라고 애쓰고 있지만 여전히 동그라미 근처에도 가지 못할 뿐이다


 하나씩 내려두고 생각을 쉬고 표정에도 정신에도 몸에도 긴장된 힘을 좀 빼본다면 조금은 나아진 나를 기대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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