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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물안궁의 삶 Jun 23. 2024

달리기 5분

하루에 5분만 뜀박질해도 그 기분이 하루를 좌우한다.


흥분되고 기분 좋은 상태로 심박수가 높아지는 일조차 안정된 마음, 차분한 마음에 집착하는 나로서는 달갑지 않은 일이었다.

기분이 혹 좋았다가 다운될 때의 느낌도 싫었고, 대체로 그다지 기분좋은 생각,느낌이 잘 생기지도, 오래가지도 않았다.


특히 괴롭거나 긴장하거나 공포스럽거나 할 때의 심장 두근거림이 너무 싫었다. 그래서 빠른 심장박동수 자체가 내게는 불행, 불안, 안 좋은 일, 공포감을 느끼고 있을 때 오는 일이라고 몸에서 받아들인 듯했다.

아무 일도 없는 평상시 일상에서도 몸의 경직도, 긴장도가 늘 높았던 나였기에 굳이 더 몸과 마음을 이리저리 놀리며 고생시킬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는지 모른다.

늘 빨리 지치고 예민하고 작은 것에도 큰 힘을 쏟는 나였기에 더욱그랬다.


그러나 하루일과가 회사, 집이 다였던 나는 그 안에서 하루동안 나를 위해 해줄 수 있는 일이, 해왔던 일이, 해주었던 일이 없었음을 깨닫고 나서부터 생각이 조금 바뀌었다.


회사를 다니며, 아이들의 학교, 어린이집 생활을 하는 것에도 부모로서 관여하고 있고, 아주 부족하지만 집안일도 함께 하고 있는 나로서는 정작 나를 위해 하는 일은 무얼까 고민했고, 늘 일하고, 집에 와서 밥 먹고 피곤해서 눕고, 설거지하고 점점 지쳐가는 마음, 늘어지는 몸을 보며 '내일부터'라는 입을 고사며 남의 성공한 인생, 운동선수들의 운동 유튜브만 보며 대리만족 하기에 바빴다. 단지, 그들의 영상을 보면 나도 기분이 좋아졌기에 말이다.


하지만 왜 나는 못하지? 왜 나는 그렇게 안 하지? 에서 오는 자괴감, 자책감 같은 것들은 생각하지 못했다. 뒤늦게 깨닫고 나서야 참 무모했던 행동임을 깨달았다.


시간이 흘러 결국 자괴감을 느끼게 한 이유는, 또 그렇게 나태한 나를 만든 건 나 자신이라는 사실을 깨달았고, 퇴근 후 육아에 힘을 쏟아야 할 시간이지만  밤 9시 30분이 넘으면 무조건 집에서 나오기로 했다.


24시간 하루 중에서 1시간도 나의 시간으로 만들 수 없다면 그건 사는 게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집에 시부모님이 계시니 밤 9시~10시만큼은 시부모님께 신세를 더 진다는 마음으로 말이다.


38년간 운동삼아 제대로 뜀발질을 해본 건 26살 때 여름철 잠시 잠깐뿐, 단 한 번도 달리기를 해본 적도 없는 나였지만 이것도 못한다면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마음을 기억하며 달리기를 시작했다. 온몸에 경직도가 심한 나는 뛸 때도 몸에 느껴지는 작은 감각까지 오롯이 예민하고 받아들이며 뛰는 것이 정말이지 너무 어려웠다.


단순히 달리기를 해서 허벅지가 너무 아프다는 단순한 고통보다도 땀이 흐르는 부위의 간지러움, 얼굴에 땀과 함께 붙은 머리카락, 같은 사이즈임에도 유독 작게 느껴지는 운동화에서 오는 통증, 내성발톱처럼 옆발가락 살을 찌르는 느낌.. 이 모든 것들이 동시에 느껴지면서 달리기가 정말 고통스럽게 느껴졌다.


그렇다고 몇 시간 달린 것도 아니다. 숨이 터져버릴 것 같은 심박수, 운동량을 단 한 번도 수행해 본 적이 없는 나로서는 한 번도 쉬지 않고 바로 뛸 수 있는 시간이 5분도 채 되지 않았다. 그렇게 두세 번 정도 시도해서 겨우 5분~7분 달리기를 해냈다. 나머지 55분은 걷기만을 할 뿐이었다.


하지만 5분간 달리기를 했다는 그 성취감, 걷기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흐르는 땀, 집에 와 샤워하고 나왔을 때의 개운함.


이 감정이 정말 며칠은 가는 것 같았다. 그 기분 때문에, 오늘 하루 무언가 하나라도 나를 위해 나 스스로 해주었다는 그 마음 때문에 이 달리기를 계속해서 꾸준히 해나갈 수 있을 것 같았다.

첫날은 5분, 둘째 날은 7분 정도 해냈다. 셋째날은 8분. 그저 어제보다 10초라도 늘었으면 된거. 나머지 시간은 걷기로 대체했고.


심장이 이렇게나 심하게 뛰는 것 중에, 그런 이유 중에 이렇게 긍정적이 영향도 있구나. 긍정적인 이유도 있구나 하는 마음을 새삼 느끼게 되었다.


단지 하루 중 나를 위한 시간 5분이 이렇게도 소중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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