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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물안궁의 삶 May 08. 2024

내가 결정하고 행동하는 단 하루의 삶

오늘 하루 온전히 나였다싶은 삶이길..


내가 판단하고 내가 결정하고 내가 선택하고 나의 마음에 스스로 귀 기울이는 하루를 만들어 내기 위한 필사의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나는 하루에도 여러 번 흔들린다.

그 흔들림 속에서 나를 수십 번은 잃은듯하다.

내 선택인지 누군가들의 선택인지 모르겠다.


아침에 일어나 출근착장을 한다. 밖에는 선선함에도 불구하고 나는 워낙 열이 많아 반팔을 입어도 하루종일 춥지 않다.

그때 들린다. "그렇게 입으면 안 춥겠나?"

이미 잠에서 깰 때 오늘 날씨, 오늘의 운세부터 검색하는 나는 오늘 햇볕은 있어도 바람이 많이 불어 다소 선선한 날인걸 알고 있다. 하지만 날씨에 맞는 착장은 내 체질, 내 건강, 내 몸상태에 견주어 입는 것이다. 이미 나는 알고 있었음에도 그 말 때문에 옷을 하나 더 걸친다.

내 체질은 내가 더 잘 아는데. 결국 겉옷은 하루종일 짐짝처럼 내 오른팔에 걸쳐진 체 출퇴근길 아무 도움이 되지 않았다.



나는 회사에서 어우러져 점심 먹는 시간이 다소 힘들다.

아예 전 직원 단체식사라면 나야 없는 사람처럼 그렇게 존재 감 없이 행동하며 조용히, 그나마 덜 불편한 마음으로 밥을 먹을 수 있다.

차라리 1대 1 식사면 보통 중요한 이야깃거리가 있거나 주제가 정해진 상태로 목적성을 갖고 하는 점심이기에 불편함을 잠시 잊을 수 있다. 내가 생각하는 불편함은 적막함이다. 조용하고 느리며 적막함 속에서 내 표정을 읽힐 것만 같다. 내 미세한 안면근육 감각하나까지도 들켜질 것 같다.

좌우간에 3명 이상의 소규모 조별과제인듯한 점심식사가 제일 불편하다. 같은 부서이거나, 그 시간대까지 일하느라 혹은 여러 사유로 밥을 먹을 시간을 놓쳤거나 점심메이트를 구하지 못한 사람들이 남아 조를 이룬다. 그렇게 하는 식사에서는 단지 어쩔 수 없이 친목도 아니고 외로움 해소도 아닌 이상한 점심모임이 돼버린다.

그래서 나는 주로 먼저 나가거나 늦게 나가거나 하는 둥 혼자 식사를 즐긴다. 그렇다고 해서 회사생활에 문제가 될 것은 없다.

이런 상황 속 4~5번 거절했는데 계속 먹으러 가자는 사람이 있다. 위에 써 내려간 이유처럼 불편해서가 아니라, 정말로 점심에 처리해야 할 일이 있어 조용히 업무 하고 싶은데 눈치 없이 수번을 먹으러 가자고 한다. 내 결정을 존중하지도 그렇다고 과잉한 친절도 아니고 무슨 의미인지 잘 모르겠다. 정중이 거절했음에도 수번을 그렇게 말한다는 건 나이를 떠나 직급을 떠나 그 역시 민폐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사람은 상급자고, 나보다 나이가 많은 사람이라는 이유로 나는 나의 결정을 접고 결국 식사를 하러 나갔고, 당연히 업무처리 시간은 밀리고 또 밀려 정확히 점심시간을 할애한 만큼 퇴근이 늦어졌다. 그냥 칼퇴를 했어도 무방했지만 내 철칙은 그날일은 그날 하자 주의다.


집으로 돌아온다.

지쳐 녹초가 되어 쓰러져 자고 싶지만 순식간이 기력보충 해주는 건 단맛의 탄수화물이다.

그래도 조절해야 한다고 생각해 적당히 저녁식사를 한다. 하지만 시어머님은 차려놓은 거 애매하기 남기지 말고 다 먹으라고 한다. 결국 애초부터 부른 배를 부여잡고 돼지처럼 꾸역꾸역 먹어댄다.

"좀 더 먹고 힘내야지"와 같은 독려의 식사가 아니라, "설거지하게 이거 먹고 치우게 남기지 말고 먹어"라는 뉘앙스가 기분이 유쾌하진 않다.

내 부른 배와 상관없이 어른이 다 먹어치우라고 했으나 또 다 먹어 치워야 한다. 먹고 난 포만감과 지나친 배부름은 잠들 때까지 내 컨디션을 저해했다.


일상의 생리적인 부분까지도.. 내 의지대로 안될 때가 많다.

내가 약자의 입장에 있어서, 또는 여러 여건 상황들 때문에. 큰 게임에서 큰 싸움에도 큰 문제에서 주도권을 잃는 것보다, 일상에서 아주 기본적인 욕구까지 제지당하고 제어당하며 순종하는 삶이 더 괴롭다. 그리고 나는 이제껏 그것을 모르고 지내왔다.

글을 쓰며 자각하게 된다.


먹고 자고 입고 말하고 행동하고 모든 것은 결국 내가 선택하고 내가 결정해야 후회가 없고 서운함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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