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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물안궁의 삶 Jul 03. 2024

하루하루 꿋꿋하게 사는 것

달리기 그리고 관계의 불안

아침에 일어나 30분간 경전을 읽는다. 불교에서 말하는 백중기도 기간이라 7월 1일부터 나 역시 시작했다. 절에갈 시간이 여의치 않아 집에서 하는 기도를 시작했다.


우러나서 자리를 잡고 고정적인 시간을 내어 임하는 기도가 얼마만인지.


그러고 아침을 간단히 먹고, 회사로 출근한다.

점심 먹고 좀 걷거나 주로 혼자 시간을 보낸다. 나는 여전히 사람들이 불편하다. 특히 1대 1은 더더욱.


퇴근하고 집으로와 저녁식사를 하고, 곧장 달리기를 하러 나간다.  시부모님께서 마음먹고 하는 운동을 이해해 주셔서 가능한 스케줄이다.


남편이 있는 날은 남편과 주로 나간다.

5km를 걷고 돌아오는 길에는 달린다. 아직 초보라서 25분 정도 뛰고 나머지 거리는 걷는다.

땀을 한 바가지 쏟고 집에 와서 물을 허겁지겁 마시고 샤워한 후의 기분, 뿌듯함을 만끽한다.


아이들을 재우기 위해 뒷정리를 하고 방으로 가 두 아이를 재운다. 그러다 나도 잠이 스르르 오면 눈을 감는다.


적어놓고 보니 너무 단출한 하루다. 그런데 그 하루에 담아내는 생각과 걱정, 불안, 고민, 화는 내 머릿속에 내 마음속에 내 어깨에 내려앉아 통증으로 자리매김한다.


그래도 달리기를 매일같이 보름정도 하니, 뛰는 순간만큼은 잊힌다. 그리고 서른여덟 해 동안 심장박동이 빨라지는 그 어떤 행동도 하지 않았던 내가 심박수 150~160으로 오랜 시간 달린다는 것만으로도 큰 희열을 느낀다. 그저 그거면 된다.


못했던걸 해냈다는 그 사실.


하루가 이리도 규칙적이고 단출한데 이렇게 벌여놓은 공간에 걱정과 불안을 넣기에 너무도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그저 하루하루 꿋꿋이 꾸준히 살다 보면 내가 몰랐던 무언가의 새로움이 열릴 것이란 마음으로 살아간다.


나는 여전히 관계가 가장 어렵다. 그래도 그 하루의 끝에 절대 평생 못할 줄 알았던 달리기를 매일하고 있으니, 조금은 용기가 난다.


매일의 하루에 가장 어려운 일과 가장 기분이 좋아지는 일을 해내고 있기에 하루를 이렇게 또 넘겨 보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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