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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물안궁의 삶 Aug 29. 2024

12년 전의 삶이 알려준 것

부제: 모르고 겪는 것과 알고 겪는 것


세상의 이치를 그 시대의 문서로 남기는 것, 구전하는 것 등 수많은 방법이 있을 것이다. 속담, 도덕경 등등 셀수없이 많겠지만 그중에서도 현재 미신으로 구별되어 과학적이지 못한 것으로 치부되는 것들도 많다. 실제 숱한 세대를 통하며 구전과정에서 변질되고 본래 취지에서 왜곡되며 그랬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질을 조금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결국 조상의 지혜가 내포되어 있다. 어떤 부분에 있어서는 과학적이지 못할지라도 그들만의 행위를 통해 뭇생명에의 안녕을 기원하고 언제나 행복을 바랐다.   수대에 걸쳐 숱한 조상들의 지혜가 담긴 인생의 꿀팁을 남겨준 것이나 다름없다. 예를들면 무속신앙 같은것들.

누군가의 주관이 들어가고 사익을 취하기 위한 방편으로 꼬인  본질을 흐트러뜨리는 과정들이 끼어들면서 본래의 의미가 퇴색되어 가기도 하지만 여전히 전통문화, 무속신앙, 미신으로 분리 되는 이러한 것들은 유기적 관계로 끈끈이 맺어져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특히 이 연재물은 9년마다 돌아오고 12년이 지나야  '삼재'의 사이클이 끝나는 인간 삶에의 8가지 재앙, 이른바 '삼재팔난'에 얽힌 경험과 그 경험을 계기로 두 번은 당하지(?) 않겠다고 다짐한 사람의 이야기를 써보고자 한다.  결국 삼재는 사람을 벌하기 위함이 아니라 보다 인간이 겸손한 삶을 살도록 주기적으로 점검받는 기간임을 깨닫기에 이른다.

 화자는 여전히 무속신앙, 미신과 같은 부류의 문화를 의심하다가도 믿게 되고, 믿다가도 반드시 헤어 나와야 할 무명의 늪이라고 여기며 갈팡질팡한다. 내년 삼재를 앞두고 과거의 12년을 돌이켜보며 또다시 온  3년의 고비를 어떻게 견뎌낼 것인지 미리 준비하고 대비하는 기간에의 장면을 그릴 예정이다.


# 다듬어 지지않은 불완전한 존재가 불쑥 사회에 내던져 졌다.



2011년  3월, 바야흐로 인생의 봄날이 왔는가 보다.


학벌로 취업의 1차 관문을 판가름하던 2007년 그 시절, 재수생활도 술과 눈물과 남자밖에 기억나는 게 없다. 그렇게 지새운 지옥의 일 년이 지났다. 그것만으로도 일단 숨통이 트인다. 부모에겐 미안하지만 대학은 생각도 기대도 안 하고 있다. 원서 쓰는 기간 동안 또 부모에게 둘러댈 기간이 필요하니 대략 점수에 맞춰 스쳐 지나듯 들어보기라도 한 대학에 지원서를 써본다. 이렇게 계산하는 게 맞는지는 모르겠으나 입시요강에 나온 산식대로 계산해서 20점 정도 남는 대학, 학과에 다군 지원을 하고 마지막 보루 삼아 모든 걸 걸어봤다. 물론 기대하는 게 욕심인걸 알고 있다. 기대도 없었다면서 막상 클릭을 마치고 나니 되지도 않는 욕심이 스멀스멀 피어오른다.


그렇게 운 좋게 인서울 대학교 야간에 합격했지만 2년 만에 자퇴도 아닌 학사경고 누적으로 제적당한 패기. 2년 전 뻔뻔하게나마 합격을 기대했던 그 알량한 간절함마저 잊고 창피한 줄 모르고  꿈쩍하지 않는 나를 바라보는 부모의 시선. 딱 봐도 없이 사는 집에서 꾸역꾸역 자존심 유지를 위해 보내줬을 피 같은 등록금. 그 자존심은 자식새끼를 위한 것도 있지만 굳이 야간이라는 단어는 언급하지 않고서라도 인서울 대학에 합격한 내 딸이라는 수식어가 필요했을 부모의 선택에 대한 대가였을지 모른다.


그런 내가 그들만의 리그일지언정 많은 이들의 기대와 시선을 한 몸에 받으며 자칭 '특수집단'이라 불리는 곳에 입사라는 것을 했다. 아니해버렸다. 여기는 회사도 아니고 그렇다고 친목모임도 아닌 희한한 곳. 뭐 나의 어린 시절의 삶도 특수하긴 매한가지라 이런 특수한 집단이 더 잘 맞는 옷을 입은 것 같기도 하다. 참 이상하다. 당연히 거쳐왔을 학창 시절 교급집단내에서도  주변의 관심은 커녕 창의력 넘치는 4차원도 아닌, 그렇다고 천재괴짜의 똘끼도 아닌 애매모호한 포지션을 가진 나는 친구들에게마저 괴롭힘 당했던 기억이 더 많았는데, 이곳에선 주인공이 된다.


 '나이가 젊어서일까? 그래서 신기해서였을까?'


뭐 딱히 할 줄 아는 것도 없고 아는 것도 없고 사회경험도 전무하다. 그렇다고 부족한 센스를 넘치는 교양과 학식으로 무마할 수 있을 만큼 범생이과는 더더욱  아니다. 그냥 내 나이 스물다섯이란 무기(여기선 무기다!)로 밀고 나가 보기로 한다. 온전히 받아본 적 없던 지나친 관심도 기대도 싫지만은 않다. 관심이 고팠던 걸까? 이왕 이렇게 된 거 조금 더 만끽하고 즐겨보기로 한다.


사실은 말인데 그런 생각조차 이제는 안 하고 싶다. 그냥 지금 다들 내게 주는 관심이 신기하고 구름 위에 둥둥 뜬 기분이다. 기분이 좋다. 몇년 전 갓 스무 살 처음 배운 술인데 회식자리에서 놀랍도록 쭉쭉 잘 넘어간다. 이렇게 내가 술이 몸에 잘 받는 줄 몰랐다.   확실히 술은, 아니 소주는 여태껏 느껴본 적 없는 차원의 기분 좋음을 선사한다. 알딸딸하니 취할 때의 기분은 말할 것도 없다. 볼이 뜨뜻해지고 자꾸 웃음이 나오기도 하고 말이 많아지는데 내 자신감도 마구 올라가는 듯하다. 여기있는 사람들 모두가 술판의 연속이니 더없이 좋았다.


다만 술로 망가지고 피폐해진 삶이 어떤 건지, 그런 삶의 말로가 어떤 모습인지 알려주는 어른도 없다. 제대로 된 주도를 알려주는 사람도 없다. 그만 마셔야 한다고 말리는 사람도 없다. 나에게 너나 할것없이 잘해주니 되게 다정한 사람들 같은데 정작 남의 인생에 냉정하리만치 관심이 없는 듯하다. 물론 그때의 나는 몰랐다. 십수 년, 이십 년씩 차이나는 사람들과의 부대낌 속에서 내 삶이 얼마나 할퀴어지고 짓눌리게 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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