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하고 고마운 사람에게
남편의 수술을 하루 앞두고
내가 죽기 전 유언을 남길 수 있다면,
"그 사람이 내 삶에 너무 큰 부분을 차지해서, 어쩌면 인생의 좋았던 기억은 모두 이 사람과 함께였기에 과거가 어떠했는지 흐릿해져 가게 만드는 그런 사람을 만나 분에 넘치는 감사한 삶을 살았습니다."라고 말할 것이다. 서른여덞 인생중에서 십 년을 함께해 오며 단 한순간도 나를 불안하게 하고 의심하게 만드는 일이 없었던 사람. 삼십 년 동안 받아보지 못했던 인간에의 믿음을 십년동안 처음으로 알려준 사람. 그래서 매 순간 나를 따뜻하게 감싸주고 있었던 사람. 그런 삶이 익숙해져 어느 순간 늘 내가 먼저인 게 당연한 게 만들어줬던 사람. 그런 삶으로 함께 한지 십 년의 시간이 흘렀다. 정말이지 하늘에서 그만 힘들라고 그만 아파하라고 보내준 사람임에 틀림없다.
그는 내일 2시간정도 걸리는 수술을 앞두고 있다. 그렇게 병원에서만 7일 정도 입원을 하게 되었고 잘 회복할 수 있도록 옆에서 함께 해야 한다. 그는 늘 잘 해냈기에, 늘 잘 이겨왔기에 그가 어디서 무엇을 하던지간에 항상 믿음이 있었고 걱정조차 없었다. 단지 말도안되는 일들이 그를 치지만 않으면 될일이었다. 그만큼 그 사람은 내게 믿음을 주는 사람이었으니까. 하지만 이번 수술을 앞두고는 아직 오지않은 회복기간 동안 그가 힘들 것부터 걱정이 되고 벌써부터 내 마음이 아리다.
좋은 생각만 하고 잘될 것이라 여기며 옆에서 힘이 되어줘야 할 텐데 미안했던 마음 고마웠던 일들만 생각이 나서 자꾸만 마음이 아프다. 나는 그와 함께하는 동안 억지로 눈물을 참은적도 없고 무엇을 강제로 해야했던적도 없었다. 슬프면 울수있었고 아프면 아프다 표현할 수 있었다. 그에게만큼은 그게 가능했다. 이제는 그에게도 강한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십 년의 삶동안 내게 치유와 따뜻함을 준만큼, 이번 수술을 기점으로 내가 그에게 좋은 배우자가 되고 따뜻한 안식처가 될 수 있도록 강하게 마음먹고 나도 남편도 가족도 잘 지켜낼 것이다. 쉬이 울지 않고 쉬이지 지치지 않으며 무조건 걱정부터 하고 보는 마음습관도 고쳐볼 것이다.
결코 짧지 않은 십 년의 시간 중 단 한 번도 서운하고 슬프고 힘들었던 기억이, 적어도 그와 관련해서는 없다는 사실이 감사하다. 부디 내일 수술 잘 이겨내고 잘 회복해서 우리 다시 행복하게 즐겁게 지낼 수 있도록 꼭 그런 기회가 다시 온다면 좋겠다.
너무 소중해서 너무 지켜주고 싶어서 괜스레 이렇게 걱정이 앞서는가 보다. 이 마음 가슴속에 잊지 않고 살아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