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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화. 신이 들어줄 수 없는 소원

by 엄마쌤강민주 Mar 21. 2025

하늘에서 신들의 무리가 내려왔다. 며칠 전 꿈에 보았던 이들이다. 그들 주변의 공기는 신성한 기운으로 가득 차기 시작했다. 그들이 만들어낸 신비로운 분위기는 주변의 모든 것이 잠시 멈춘 듯한 고요함을 만들었다. 신들이 나를 바라봤다. 그들의 눈빛은 인간의 감정을 초월하는 깊은 의미를 담고 있었다.      


그중 한 명이 나를 향해 천천히 다가왔다. 나의 영혼으로 퍼지는 신의 목소리는 바람처럼 부드럽고도 강렬하게, 마음속 깊은 곳까지 울려 퍼졌다.

“너는 선택할 수 있다.”

나는 그 목소리에 놀라움과 경외감을 느꼈다.  

   

며칠 전 꿈에서 신을 만난 후, 신의 말이 머릿속에서 한순간도 떠나지 않았다.

“너에게 진정으로 훌륭한 아들을 줄 것이다. 하지만 그 대가로 너의 목숨을 내놓거나, 나를 받들어야 한다.”

그 말을 되새길수록, 나는 점점 더 무겁고도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조용한 밤, 창밖으로 비치는 달빛만이 나의 얼굴을 비추고 있었다. 시간이 흘러, 나는 깊은숨을 내쉬며 결심했다.

“나라를 구할 훌륭한 아들이라면, 내 목숨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나의 눈빛은 흔들림 없이 결연했고, 굳은 결심은 입술을 단단하게 꽉 다물게 했다.  

    

나는 신들 앞에 무릎을 꿇고 두 손을 모았다. 나의 목소리는 낮고 떨렸지만, 그 안에는 확고한 의지가 있었다.

“훌륭한 아들을 주십시오. 대신 내 아들들이 행복하게 살도록 보장해 주신다면, 제 목숨을 드리겠습니다.”

입술이 떨렸지만, 목숨을 신께 받치기로 결심한 나의 마음은 오히려 평온했다. 나라를 구할 아들이 있다면, 그 아들의 미래가 행복할 수 있다면, 나의 삶이 그 대가로 바쳐지는 것은 두렵지 않았다. 오히려 나는 확신에 차 있었다. 내가 원하는 것은 단 하나였다. 내 아들을 통해 세상이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기를. 내가 이 나라를 위해 할 수 있는 가장 큰 희생이었다. 그렇게 마음속에서 결정을 내린 나는, 이제 그 무엇도 두렵지 않았다. 신의 뜻을 받들어, 나를 던질 각오가 완전히 서 있었다.    

 

그러나 나의 결연한 태도가 우습게도 신들은 내 말을 듣더니, 아무 말 없이 그대로 돌아갔다. 여전히 무릎을 꿇고 손을 모으고 있는 나만 홀로 남겨 두고....    

 


그 후, 나는 가슴 한구석에 커다란 구멍이 뚫린 듯 공허했고, 정신은 혼미했으며, 손끝과 발끝은 마치 얼음처럼 차가워지며 떨리곤 했다. 두려움과 혼란 속에서 내가 어디에 있는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을 때도 있었다. 마치 신이 나를 굴복시키고 싶어 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나는 점점 더 깊은 공포와 혼란에 휘말려 들어갔다. 그 와중에 남편과 시부모님은 나에게 둘째를 낳으라고 닦달했다.  

    

나는 그 누구에게도 내가 겪고 있는 일에 대하여 말할 수 없었다. 그저 간절하게 ‘나무아미타불’을 불렀다. 왜인지 이 문제를 해결해 줄 것은 부처님뿐이라 생각했다.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

‘부처님,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오랜 시간, ‘신은 왜 그때 나를 그냥 두고 떠났을까?’라는 것이 의문으로 남았다. 2012년, 정확히 그 해가 맞는지 확신할 수는 없지만, 그 무렵에 나보다 더 많은 불서를 읽고 기도했던 고모부에게 꿈의 의미를 물어보았고, 만족할 만한 답을 얻었다.     


"넌 신이 들어줄 수 없는 걸 요구한 거야. 만약 네가 재산이라든지 어떤 물질적인 것을 요구했다면, 너와 신 사이에는 거래가 이루어졌을 거야. 그러나 네가 요구한 아들들의 행복은 신이 들어줄 수 없어. 엄마가 죽은 아이들이 행복할 수 있겠니?
엄마가 신을 받으면 엄마가 돈 받고 다른 사람의 업을 대신 짊어질 테고, 엄마가 죽으면 그 업이 고스란히 아들들에게 가니, 아들들은 행복할 수 없어. 네가 신이 들어줄 수 없는 걸 요구해서, 신이 널 포기한 거야.”     


아이를 가진 엄마로서의 너무나 지극히 평범한 요구 “내 아들들의 행복”을 신이 들어줄 능력이 없다니…. 이런 경험으로 인해 나는 신이 모든 것을 들어줄 수 없는 존재라는 것을 알았다. 또한 이 경험으로 신과 거래가 성사되지 않으면 신의 노예가 되지 않는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그 사건 이후, 많은 시간이 흐른 뒤에야 나는 신이 떠난 후, 내가 왜 그토록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야 했는지 알게 되었다. 어느 날 태풍에 뿌리 째 뽑힌 커다란 나무를 보았다.   

   

나무가 뽑힌 땅은 단순한 빈자리가 아니라, 그 나무가 지녔던 모든 생명력과 그늘까지 함께 사라진 자리였다. 땅은 푹 꺼지고, 햇볕은 마치 불볕처럼 내리쬐며, 작은 비바람조차 폭풍처럼 몰아친다. 이곳은 이제 개미와 벌레들이 몰려들고, 누군가 몰래 버린 쓰레기들이 널려 있었다. 둥지를 잃은 새들이 불안하게 하늘을 맴돌고, 주위에는 그 나무의 잔해가 흩어져 있었다. 땅속에는 여전히 그 나무의 뿌리털이 남아 있어, 아무리 치워도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새로운 나무를 심고 가꾸려 해도, 잡초는 금세 무성해지고, 어디선가 날아온 이름 모를 씨앗은 새로운 나무의 자리를 탐한다. 예전으로 돌아가기까지 쉽지만은 않은 재생과 회복의 시간이 필요하다.      


그러나 그 시간을 견딘다면, 황폐했던 그 자리에 더 크고 멋진 나무가 자리 잡아 싱그러운 생명력을 뽐내며,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 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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