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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학년 준비주간 (1)

by 차돌쌤

고3이 된 첫째를 학교에 7시 15분에 모셔드리고, 본교로 돌아와 옮길 짐을 차에 싣고, 카페라테를 마시고자, 교무실에 갔지만, 우유가 없어 실패했다. 난 커피를 내린 후 거기에 우유를 부어서 전자레인지에 데워서 카페라테를 만들어 먹곤 하였지만, 오늘은 냉장고에 우유가 없어, 실패했다. 이제 헤어질 연습을 하는 것일까?

차를 타려는데, 계속 선생님들을 만나서 인사를 하게 되었다. 내 마음에는 가기 싫음이 남아서인지, 계속 머뭇거리는 모습을 발견하였다.


오랜만에 장거리 출근 운전이 길게만 느껴졌다. 그리고 지루했다.

첫 학교의 현장은 서글픔과 어색함이 가득하다.

교무실로 들어서는 데 약 20년 전에 함께 근무한 행정실장님을 만났다. 옛 친구를 만난 듯 너무나 반가웠다. 그도 나도 흰머리를 훈장인 듯 가지고 있었다.


첫 만남은 교장 선생님 인사 말씀, 교직원 소개, 보직교사 임명, 학년 및 업무 분담, 교무부장 선생님 안내 말씀, 연구부장 선생님 교육과정 설명 등이 이루어졌다.


나는 6학년 담임과 생활(학교폭력 포함) 업무를 맡게 되었다.

얼마 만에 6학년 담임인가?

얼마 만에 생활 업무인가?


지역별과 학교별로 준비주간 기간은 다르지만,

첫날은 보직교사 발표, 학년 발표, 업무 발표 등으로 이루어진다. 학교의 규모에 따라 보직교사의 인원수도 다르다. 그리고 학년 발표 후 학급은 뽑기를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20년 전에는 뽑기 전에 교장 선생님께서 따로 불러, 선점해둔 A 학급을 맡아달라고 부탁 아닌 부탁을 하여 맡은 적이 몇 번 있다. 하지만, 요즘은 선점하지 않고 학급을 뽑는다. 선생님들은 이때 제일 긴장을 하게 된다. 이 한번이 1년의 삶을 좌우지 하기 때문이다.


6학년 업무는 보이지 않는 것이 많다. 그래서 선생님들은 꺼린다.

일 년의 시간, 6학년의 삶을 나눌 기회가 주어졌다.

그리고 업무에서 회피의 대상 1호 학교폭력 및 생활 업무의 경험을 나열할 기회가 주어졌다.


새 학년 준비주간에는 교실과 연구실 정리, 교육과정 계획, 평가계획, 업무파악과 학년별 활동을 구상하면서 새 학년을 준비한다. 하지만, 이 중 제일 힘든 것은 ‘청소’이다. 학교를 몇 군에 옮겨 다녔지만, 아직 한 번도 깨끗한 교실을 만난 적이 없다. 책상과 의자, 안 쓰는 가구를 들어내고, 수납장에 몇 년간 들어있는 어디에 썼는지도 모를 쓰다만 학습준비물 및 교구들, 그리고 구석구석 모여 있는 쓰레기들, 몇 시간을 정리하고 치웠지만, 퇴근 시간까지도 마무리할 수 없었다. 아마도 이틀은 투자해야 버릴 것은 버리고, 내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학습준비물과 교구들로 채운 교실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p.s.

지친 몸을 달래려 치킨 한 마리를 시켜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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