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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학년 준비주간 (2)

by 차돌쌤

새 학년 준비주간을 대부분 교실 및 특별실 청소하는 데 시간을 허비하였다.

학교 밖에서 보면, 선생님들은 편하게 앉아서 수업만 하는 줄 알지만, 학교 안에서 벌어지는 새 학년 맞이 청소와 짐 나르기, 학교 행사로 인해 필요한 물품 준비하기, 학생들 안전 확보하기 등 3D 활동이 많다. 가끔 이러한 활동을 거부하는 선생님들이 계시면 제외해 준다. 참여하는 선생님들은 가족공동체라는 신념 아래 순전히 자발적 동참하신다. 하지만, 가끔은 이러한 일들도 교사의 일인가 하는 의구심이 들 때도 있다. 새 학년 준비주간은 일반적으로 3~5일간이지만, 준비시간이 부족하여, 개학 전까지 학교 현장은 분주하다.

새 학년 준비주간에 제일 바쁘고, 간절히 선생님을 찾아다니는 분은 연구부장 선생님이다.

왜? 학년도가 시작하기 전에 준비해 두어야 할 서류가 많기 때문이다. 학교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겠지만, 예전에 연구부장일 때 기억을 더듬어 보면, 시간표(학급, 전담) 준비, 창의적체험학습 계획, 부계별 계획, 체험학습계획, 수영교육 계획, 예술강사 계획, 안전교육계획, 보건교육 계획, 영양교육 계획, 학년 업무 분담, 학년 교육과정재구성, 교과 진도표 작성, 동아리 구성 및 계획, 과정 중심평가 계획, 학교 특색교육 계획, 생성교육과정, 프로젝트 계획 등이 준비되어야 한다. 그리고, 학교별로 다르지만, 본 내용을 바탕으로 학교교육계획 및 요람을 인쇄한다. 요즘은 계획하되 인쇄 없이 파일로 활용하는 학교도 많은 듯하다.


그리고

교실에서는 책상과 걸상 높이를 맞추고, 앞 게시판과 뒤 게시판에 무엇을 놓을지 고민을 한다. 차후 정리가 되면 사진을 찍어서 올릴 예정이다. 아마도, 늦어도 2월 마지막 주 안에는 세팅할 계획이다. 이도 예전에는 환경구성 후 선생님과 순회하면서 서로의 의견을 주고받은 적이 있다. 하지만, 요즘은 담임 재량으로 학습에 필요한 자료들을 비치하는 경향이 크다.


그리고

업무인수인계가 이루어진다. 기존에 업무를 하신 분이 본인이 작성한 파일이나, 비전자 서류를 제공해 주시면서, 업무에 진행 과정에 관해 설명해 주신다. 설명하는 시간이 다소 꽤 길지만, 사실 알아듣는 내용은 극히 적다. 교직 경험상 가장 인수인계를 잘하시는 선생님은 A4에 월별로 정리해 주시는 분이다. 하지만, 이것도 당일에만 살펴보지, 새 학기가 시작되면 정신없이 뛰어 다녀야 하기에 몸소 체득하게 된다.


2월의 시간은 평온한 듯 불안한 시간이다.

하루하루 시간이 가는 것은 폭탄이 터지기 직전과 같이 정적이 흐른다. 쉬고 있는 듯하나, 잠이 들기 어려운 하루를 보내는 것이 2월이다. 경력이 쌓이면 더 초연해져야 하는 것이 아닐까? 다른 전문직들은 1년만 사이클 돌면, 매년 유사하게 진행되기 때문에 긴장감이 덜할지 모르지만, 학교 현장은 다르다. 매년 다른 제자들이 다가온다. 매년 나는 똑같은 사람이지만, 매년 다른 제자들에게 그들이 원하는 모습으로 다가가야 하므로 긴장감이 몰려온다. 특히, 초등학교는 학부모님의 관심도가 높다. 항상 학생 뒤에 서 있는 학부모님의 모습이 공존한다. 그리고 요즘 더 힘들게 하는 것은 동료교사이다. 학교는 다양한 연령대가 모인 집단이다. 크게는 20년 정도 차이가 나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다양한 사람들이 모인 학교는 다양한 이해관계 속에서 출렁거린다.


p.s.

학교는 교사와 학생, 교사와 학부모, 교사와 교사, 교사와 관리자, 교사와 행정직(공무원, 공무직, 계약직), 교사와 외부 강사, 교사와 업체 관계자 등과 복잡하게 연결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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