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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돌쌤 Jun 12. 2024

두 얼굴

내 나이 만으로도 50이 되니

가끔 거울에 비친 나의 모습을 본다.

나의 얼굴은 타인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갈까?    

 

어른의 얼굴은 두 종류가 있다.

어떤 말을 해도 다 들어 줄 것 같은 온화한 얼굴

어떤 말을 해도 다 안 들어 줄 것 같은 쪼잔한 얼굴     


이른 아침 근처에 사우나를 자주 가곤 한다.

가끔 어떤 어른이 들어오면 사우나 장이 시끄럽다.

이것이 불만이고, 저것이 불만이고

이야기하시면서 다니신다. 

얼굴을 자세히 보니, 얼굴에 있는 주름이 무섭게 패여 있다.

목소리에도 짜증이 가득하다. 이른 아침에 이러고 싶을까?     


지하철을 타면

여러 사람의 얼굴을 볼 경우가 많다.

특히

어른들의 얼굴을 자주 본다.

무엇이 그리 못마땅한지 대부분 얼굴이 일그러져 있다.

얼굴에 삶의 어려움이 보인다.     


가끔 하교하는 아이들을 데리러 오시는 

어른들의 얼굴을 본다.

아이들이 교문에서 나오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모습으로 아이들을 안아 주신다.

그리고 

“힘들었지” 하면서

아이의 손을 꼭 잡아 주시는 어른들의 모습은 아름답습니다.

물론 얼굴에는 따스함이 가득하다.     


큰 바위 얼굴을 닮은 사람을 동경하다, 자신이 그 얼굴이 되는 이야기를 교과서에서 읽은 적이 있다.

내 나이 만으로도 50이 되니, 

나의 얼굴이 어떤 모습일지 궁금하고 두렵다.

큰 바위 얼굴은 되지 못하더라도, 무서운 주름이 굵게 패이지를 않기를 희망한다.     


나이가 들어가는 것은 

얼굴에 삶이 익어가는 것이다.

맛있는 삶?

맛없는 삶?     


어린이의 얼굴에서는 그것이 보이지 않지만,

어른의 얼굴에는 그것이 보인다.    

 

내 나이 만으로도 50이 되니

나의 얼굴이 맛있게 익어가는 삶이 나타나기를 희망한다.

비록 우리의 삶이 녹록지 않더라도, 우리의 얼굴에 따듯함이 묻어 있기를 희망한다.


2024년 4월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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